2010년 6월 22일 화요일

분노유발자

인간, 타인에 대한 예의를 상실했거나 아니면 원래부터 가지고 있지 않았던 족속들. 후진국에서 더 자주 발견됨. 아니, 그런 족속들이 많이 살고 있는 나라를 후진국이라고 일컬음.

-정광진 -

정신병자

제 정신만으로 살아가는 인격자

-이외수 -

2010년 6월 21일 월요일

2010년 장마, 잠실에서

"장마"...
참 오랜만에 듣고 또 써 보는 단어다.
주말부터 장마라더니 서울은 아직 영향권이 아닌지 조용하다. 오히려 밤엔 더 선선하기까지...

이맘 때 떠올리게 되는 노래가 있으니 바로 정태춘의 "92년 장마, 종로에서..."
난 정태춘 초기 작 중에서는 '북한강에서'를 최고로 치고, 노래 방향을 바꾼 이후로 부른 노래 중에선 이 노래를 최고로 꼽는다. 예를 들어 1990년에 낸 '아, 대한민국'에 실린 몇몇 노래들은 가사가 너무 직설적이어서 부담스러운데다가 음악적으로도 시원찮다. 너무 단순하다.
3 년 뒤에 낸 - 그 기간이 갖는 의미는 상당히 큰데...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 이 음반은 음악적 성취도가 훨씬 높다. 그 음반의 여러 노래 중에서도 가사나 작곡 면에서 가장 세련된 곡이 바로 이 노래...

youtube에 올라 와 있지 않은 탓에 가사와 앨범 표지 사진으로 대신한다.

재미있는 건 이 노래를 2010년에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사실...
아마 지난 두 정권에선 뭔가 어색했을 노랫말들이 요즘엔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
자칫 흘러간 노래로 기억될만한 이 노래가 다시 생기를 얻게 된 건 모두가 위대하신 '가카'의 탁월한 영도력 덕분이다. 어찌 감사하지 않으랴. 캄사, 캄사...
아닌 게 아니라 2009년 노무현 추모공연에서 배우 권해효가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참으로 세상은 생각, 기대보다 한참 더 더디게 바뀐다.
지금은 반동 혹은 퇴행기임엔 분명해서 우울해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럴 필요 없다. 역사를 어디 그리 쉽게 되돌릴 수 있던가.


92년 장마, 종로에서 (정태춘, 1993)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 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탑골 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건너 빌딩에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비 구름이
서울 하늘 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 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 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워~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 가는구나 워~
비가 개이면 서쪽 하늘부터 구름이 벗어지고
파란 하늘이 열리면 저 남산 타워 쯤에선 뭐든 다 보일 게야
저 구로 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 길도
아니 삼각산과 그 아래 또 세종로 길도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 오른다 하늘 높이 훠~훠이훠얼
빨간 신호등에 멈쳐 섰는 사람들 이마 위로
무심한 눈길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
한 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 오른다 하늘 높이 훠~훠이훠얼

p.s.) 2010년 장마를 난 잠실에서 보내고 있다. 종로엔 아직 가 볼 일도 없었고, '물대포'에 쓰러질 일은 더더욱 없고... 하지만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처럼 2010년에도 공감하며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는데, 그 까닭을 구질구질하게 늘어놓지는 않으련다. 설명이 길어지면 변명이 되고 사람마저 구질구질해진다.

2010년 6월 19일 토요일

sleepless in Seoul

끈적끈적한 여름 저녁
쉽게 잠들 수 없어서 책상 앞에 다시 앉다

2010년 6월 8일 화요일

Cucurrucucú Paloma ([1965] 2002) Caetano Veloso

6월초지만 날씬 이미 한여름이다. 며칠 전 우연히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들었다.
그렇지. 아직 더운 열기가 남아 있는 한여름 저녁에 어울릴만한 그런 노래... (이미 올린 적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듯...).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Hable con ella, 2002)의 한 장면.
교외 '별장 feel' 을 풍기는 저택에 사람들이 모여서 음악감상을 하고 있다. 가수라기 보단 노래 잘하는 동네 아저씨 같은 이의 노래를... 이 장면은 영화 중에서 남자가 코마상태에 빠진 여친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데 사실 이 노래에 feel이 꽂힌 감독이 애써 삽입한 거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무척 평범해 보이는 남자 배우의 눈물 흘리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긴...
이 영화엔 그 밖에 '무용' '그림' '무성영화' 등등 '먹물' 냄새를 풍기려고 작정한 듯한 여러 에피소드를 끼워 넣었는데, 그래도 솜씨가 좋아서 과하다 싶진 않았다.
'투우' 얘기도 나오니 스페인의 '임권택'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본 영환 대개 '향토색'이 짙었다. 이런 명화를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는 날이 곧 '다시' 오겠지 ㅠ ㅠ 아니, 올까?



ps) 원래 1965년에 동명 영화 주제가로 발표된 노래인데, 그 원곡을 유투브 검색하다 우연히 듣게 되었다. 꽤나 밝은 톤으로 너무도 가벼웠다. 리메이크의 힘!

2010년 6월 4일 금요일

"부끄러운줄 알아야지", 민주당, 한명숙...

생각할수록 서울시장 놓친 게 아쉽다. 오늘 내가 아래 글에서 한 얘기, 또 하고 싶었던 얘기를 200% 글로 표현해 준 한겨레 정남기 논설위원의 칼럼을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옮겨놓는다 (출처는 여기).


[아침햇발] 김상곤과 한명숙 / 정남기

민심은 역시 무서웠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야권조차 결과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덕분에 민주당은 2006년 5월 지방선거에서 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 규모 선거에서 완승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번 선거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변수가 많았다는 점이다. 그만큼 관전 포인트도 여러가지다. 사상 최대 규모라는 것에서부터 북풍과 노풍의 정면대결, 전국적인 교육감 선거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예전보다 훨씬 높아진 투표율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가장 눈길이 가는 대상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과 한명숙 전 총리 두 사람이다. 한 전 총리는 정권심판론의 대표 주자, 김 교육감은 최대 이슈인 무상급식의 아이콘으로서 사실상 범야권의 간판스타였다.

김 교육감의 압승은 여론조사 결과 일찌감치 예상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두가지다. 그가 주도한 전면 무상급식 정책이 범야권의 최대 공약으로 선거 국면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등 진보적인 교육감을 대거 당선시킨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교육감의 교육개혁 방식은 남다른 점이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으로부터 집중적인 견제와 이념공세를 받았지만 불필요한 충돌이나 논쟁에 휘말리지 않았다.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가 ‘천안함’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신 그는 교육개혁의 대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판교 보평초등학교, 고양 덕양중학교 등 혁신학교들이 그것이다. 그가 취임 한해 만에 학부모들의 호응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무상급식 정책은 야권을 넘어 여권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작은 개혁이 큰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는 그 반대다. 애초 예상보다 선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서울시장 자리를 놓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또 25개 구 가운데 21곳을 휩쓴 민주당이 정작 서울시장을 내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나마 잘했다는 아전인수식 평가나 패배의 원인을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군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물론 후보 개인의 경쟁력이 약했다. 그는 선거기간 내내 ‘정권심판’과 ‘무상급식’만 앵무새처럼 외쳤을 뿐 자기가 왜 서울시장이 돼야 하는지, 시장으로서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지,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제시하지 못했다. 시정 업무에 대해서도 알맹이 없는 부실한 발언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보니 <문화방송> 주최 토론회에서는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 두 사람이 토론을 주도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이를 개인의 문제로만 돌리는 것은 곤란하다. 한 후보는 정권심판론으로 대표되는 민주당 선거전략의 정점에 있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면 저절로 바람이 일어 정권심판론으로 이어지리라는 안이한 선거전략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때문에 공천 개혁도 없었고, 제대로 경선도 치르지 않았다. 또 텔레비전 토론은 회피 전략으로 일관했다. 애초 선거 전략과 구도가 잘못 짜인 탓이다.

이번 선거를 민주당이나 야권의 승리라고 부르는 것이 꺼려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집권자가 오만과 독주로 치달을 때 이를 스스로 견제하고 균형을 잡으려는 자동제어장치라고나 할까? 민주당이 민심을 움직인 게 아니라 민심이 먼저 움직여 민주당을 다시 정치무대의 전면에 올려세운 것이다.

수능재주(水能載舟), 역능복주(亦能覆舟)라는 말이 있다. 권력은 배, 민심은 물과 같으며, 물살을 거스르면 배가 뒤집어진다는 얘기다.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선거에서 진 여당만의 몫은 아니다. 야당 역시 그 속에 담긴 깊은 뜻을 찾아 새겨야 한다.

2010년 6월 3일 목요일

아깝다. 한명숙...

어제 선거는 한국 정치사에서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사건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그렇지만 한국 정치사의 기억으로도... 어쩌면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 당선에 버금가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죽은 노무현이 산 이명박을 이긴 사건이었고, 개인적으론 한국 국민(대중, 민중, 시민? egal was... )의 정치적 감각, 판단력에 대한 신뢰을 이어갈 수 있게 해 준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멩박씨가 당선되었을 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봤다. 10년간 기회를 줬으니 한 번쯤 바꿔볼 때가 된 것이다. 노무현을 이어갈 인물이나 발굴해낼 시대정신도 없었기에, 대단한 기대 없이, 엣다, 한 번 해 봐라, 하며 기회를 준 것. 그런데 국민을 섬기겠다던 이가 시대착오적, 80년대식으로 나오자, 이미 지난 10년을 지내면서 높아질 대로 높아진 눈에 고깝게 보일리가 없는 것이다. 멩박씨와 그 언저리에서 노는 사람들은 한국 보수세력과 그들을 추종하는 '보수적' 국민들의 천민성, 천박성, 역사의식 부재만 만천하게 드러내고서 이번 선거에서 처절하게 박살난 것이다. 멩박씨 일당에 의해서 죽음으로 내 몰린 노무현의 적자들이 도지사로 선출된 사건. 안희정씨가 어느 인터뷰에서 언급한대로 시도지사들이 청와대에서 모여서 회의하는 그 자리, 희정, 광재, 두관이 멩박씨와 자리를 함께 하는 그 장면, 보기만 해도 통쾌하다.
가장 아쉬운 점은 역시 서울시장을 찾아오지 못한 것. 잠자리에 들 때만 해도 이기는 것으로 나왔는데, 아침에 보니 역전되었다. 유시민의 경우처럼 처음부터 지는 것으로 예측되었다면 차라리 실망이 적었읉텐데.... 한명숙의 추격은 참으로 극적이었다. 그래서 아쉬움도 더 크게 남는다. 유시민의 경우 할 수 있는 것,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준 후 얻은 결과로 볼 수 있는데, 한명숙은 전혀 그러지 못했다. 심지어 너무 준비 안 된 모습에 실망해서 첼로켜는 후보를 찍을 생각까지 했으니까... 결국 mb비판에서 시작해서 그것으로 끝난... 시장에 도전할 계기도 자신이 터무니 없는 일로 기소당하고 나서... 무죄판결이 난 이후 시장선거에 뛰어들었고... 서울에 대한 담론이라고 '사람특별시'를 만들어 냈는데, 모호하기 그지 없다. mb비판은 선거의 출발점은 될 지언정, 그것만으로 찍어주길 기대했다면 큰 오판이었다. 지금 정권교체 한 번 시켜달라는 대통령 선거도 아니잖은가. 그리고 노쇠한 이미지가 큰 약점인데, 그런 걸 보완할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선거를 지휘한 사람이 이회찬이고... 오세훈이 유세물에 써 넣은 문구가 "일잘하는 젊은 시장"이었다. 물리적 나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한명숙은 서울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친황경무상급식이라... 안습ㅠ ㅠ 주위에 똑똑한 사람들, 선거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 투성일텐데 왜 그렇게 부실하게 선거를 치뤘는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서울 구청장 대부분 민주당이 차지한 결과에 비추어 보면 무척 아쉬움이 남고... 거기에 비해 유시민은 아주 야무지게, 똑소리나게 선거를 치뤘다. 그 동안 형성된 부정적 이미지, 거부감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고, 특히 경기 북부 주민들이 유시민을 찍기엔 못내 부담스러웠지 않을까 생각한다. 차라리 유시민이 서울에서 출마했다면 오히려 가능성이 더 높지 않았을까? 한명숙과 그 언저리에 있던 이들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날려 보내다니... 희희낙낙하는 민주당 지도부들 모습도 그리 좋아보이진 않는다. 얼핏 정세균, 한광옥 이런 인사들 웃는 모습이 보이던데... 참 그쪽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아마 한국 정치사의 다음 장 주인공은 노무현의 아이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민주당의 그 늙다리들과 함께 할 것이고, 어쩌면 국민참여당과 합당을 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노무현의 아이들과 진보신당 세력이 합치는 그런 모습일 지도 모르겠다.

투표를 해 본 게 도대체 얼마만의 일인가... 감기 기운이 엄습해 와 쓰러지다시피 잠들기도 했고... 아, 한국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