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선거는 한국 정치사에서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사건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그렇지만 한국 정치사의 기억으로도... 어쩌면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 당선에 버금가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죽은 노무현이 산 이명박을 이긴 사건이었고, 개인적으론 한국 국민(대중, 민중, 시민? egal was... )의 정치적 감각, 판단력에 대한 신뢰을 이어갈 수 있게 해 준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멩박씨가 당선되었을 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봤다. 10년간 기회를 줬으니 한 번쯤 바꿔볼 때가 된 것이다. 노무현을 이어갈 인물이나 발굴해낼 시대정신도 없었기에, 대단한 기대 없이, 엣다, 한 번 해 봐라, 하며 기회를 준 것. 그런데 국민을 섬기겠다던 이가 시대착오적, 80년대식으로 나오자, 이미 지난 10년을 지내면서 높아질 대로 높아진 눈에 고깝게 보일리가 없는 것이다. 멩박씨와 그 언저리에서 노는 사람들은 한국 보수세력과 그들을 추종하는 '보수적' 국민들의 천민성, 천박성, 역사의식 부재만 만천하게 드러내고서 이번 선거에서 처절하게 박살난 것이다. 멩박씨 일당에 의해서 죽음으로 내 몰린 노무현의 적자들이 도지사로 선출된 사건. 안희정씨가 어느 인터뷰에서 언급한대로 시도지사들이 청와대에서 모여서 회의하는 그 자리, 희정, 광재, 두관이 멩박씨와 자리를 함께 하는 그 장면, 보기만 해도 통쾌하다.
가장 아쉬운 점은 역시 서울시장을 찾아오지 못한 것. 잠자리에 들 때만 해도 이기는 것으로 나왔는데, 아침에 보니 역전되었다. 유시민의 경우처럼 처음부터 지는 것으로 예측되었다면 차라리 실망이 적었읉텐데.... 한명숙의 추격은 참으로 극적이었다. 그래서 아쉬움도 더 크게 남는다. 유시민의 경우 할 수 있는 것,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준 후 얻은 결과로 볼 수 있는데, 한명숙은 전혀 그러지 못했다. 심지어 너무 준비 안 된 모습에 실망해서 첼로켜는 후보를 찍을 생각까지 했으니까... 결국 mb비판에서 시작해서 그것으로 끝난... 시장에 도전할 계기도 자신이 터무니 없는 일로 기소당하고 나서... 무죄판결이 난 이후 시장선거에 뛰어들었고... 서울에 대한 담론이라고 '사람특별시'를 만들어 냈는데, 모호하기 그지 없다. mb비판은 선거의 출발점은 될 지언정, 그것만으로 찍어주길 기대했다면 큰 오판이었다. 지금 정권교체 한 번 시켜달라는 대통령 선거도 아니잖은가. 그리고 노쇠한 이미지가 큰 약점인데, 그런 걸 보완할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선거를 지휘한 사람이 이회찬이고... 오세훈이 유세물에 써 넣은 문구가 "일잘하는 젊은 시장"이었다. 물리적 나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한명숙은 서울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친황경무상급식이라... 안습ㅠ ㅠ 주위에 똑똑한 사람들, 선거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 투성일텐데 왜 그렇게 부실하게 선거를 치뤘는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서울 구청장 대부분 민주당이 차지한 결과에 비추어 보면 무척 아쉬움이 남고... 거기에 비해 유시민은 아주 야무지게, 똑소리나게 선거를 치뤘다. 그 동안 형성된 부정적 이미지, 거부감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고, 특히 경기 북부 주민들이 유시민을 찍기엔 못내 부담스러웠지 않을까 생각한다. 차라리 유시민이 서울에서 출마했다면 오히려 가능성이 더 높지 않았을까? 한명숙과 그 언저리에 있던 이들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날려 보내다니... 희희낙낙하는 민주당 지도부들 모습도 그리 좋아보이진 않는다. 얼핏 정세균, 한광옥 이런 인사들 웃는 모습이 보이던데... 참 그쪽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아마 한국 정치사의 다음 장 주인공은 노무현의 아이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민주당의 그 늙다리들과 함께 할 것이고, 어쩌면 국민참여당과 합당을 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노무현의 아이들과 진보신당 세력이 합치는 그런 모습일 지도 모르겠다.
투표를 해 본 게 도대체 얼마만의 일인가... 감기 기운이 엄습해 와 쓰러지다시피 잠들기도 했고... 아, 한국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