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8일 금요일

날씨: 맑음

어제보단 못했지만 더 없이 상쾌한 날씨.

어제 20대4로 진 팀에게 오늘은 15대 4로 이겼다. 기아... 득점 장면을 챙겨 보니 아닌 게 아니라 결기가 느껴진다. 어제 그 팀 맞나 싶을 정도로..
야구가 얼마나 예민하고, 섬세하고, 민감한 스포츠인지 새삼 느낀다. 공 하나, 아웃 카운트 하나 하나 변할 때 마다 작전이 달라지고, 수비 위치가 바뀌고.. 어떤 공, 어떤 작전을 할 것인지 예측하고, 그렇게 예측할 것을 또 예측하고... 상대가 있는 스포츠라면 어떤 종목이라도 기싸움, 심리전이 중요하겠지만, 흔히 접하는 종목 중에선 야구가 가장 높은 '경지'에 있지 않나 싶다.
오늘 경기의 경우, 반드시 이기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나온 팀과 이미 2승을 했으니 한 경기 정도는 져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나온 팀이 맞붙었다. 어쩌면 승부는 경기 시작 전에 이미 결정되었을지도...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데 모든 경기에 그런 결기, 집중력을 가지고 나설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또 근성이 과도하면 야구도 너무 팍팍해진다 (SK!). 승부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도 보기 좋지 않긴 하지만 사실 프로답지 않게 근성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 모습은 더 꼴불견이다. 큰 점수 차이로 지고 있거나 혹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라고 하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그렇지만 어느 정도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 아, 야구하는 걸 참 즐기는구나라는 느낌을 주는 선수, 팀... 이렇게 쓰고 보니 수 개월 전 '무릎팍 도사'에 출현했던 이만수 코치가 생각난다. 그러나 어디 야구 뿐이겠는가. 사람 사는 모습, 결국 거기서 거기 아니던가. 그렇게 살 일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근성을 가지고 악착같이 하되, 여유를 잃지 않고 즐기기... 문제라면 그게 결코 쉽지 않다는ㅠ ㅠ

어제부터 막혀있던 부분이 좀 해결되어서 마음이 훨씬 가볍다. 200쪽 분량을 목표로 쓰는 얘기를 단 몇 마디로도 요약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는다면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방향감을 상실하며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경험...

근성, 집중력... 여유, 즐기기.... 흠. 그 사이에서 균형잡기? 아니면 한 쪽으로 기울기?

2010년 5월 27일 목요일

일기...

비 온 후라 그런지 날이 참 맑다 싶어서 모처럼 점심 후 산책까지 했는데, 뉴스를 들으니 오늘 13년 만에 가장 먼 가시거리를 기록했다고 한다. 눈이 시리도록 맑은 하늘, 상쾌한 공기... 이런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싶지만 막상 늘 그렇다면 이런 특별한 느낌도 없을 것이다. 세상만사가 다 그런 식이지 않은가. 상대적인... 구분을 통해서만 발생하는 '의미'...

천암함발 북풍이 선거판세를 '딴나라' 쪽에 유리하게 가져가고 있는 모양이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그런 해명에 수긍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조사 결과, 뻔한 '북풍'이 먹히는 이 상황, 참으로 불가시이하다. 국제여론이란 것도... 그게 가능하다는 것... 맞아. 국제정치가 그런 것이었지. 참으로 소중한 가르침을 얻었다. 황우석 사태와 다른 지점이 바로 여기!

짜증나는 건 민주당도 마찬가지. 서울시장 후보들 토론을 잠깐 봤었는데 한명숙씨는 너무 준비를 안하셨더만... 참여정부 총리 마인드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것 같고... 젊은 세대를 잡아야 하는데 딱히 내세울 것도 없고.. 차라리 강금실 경우가 더 나았다 싶을 정도니... 민주당의 안일함, 무능엔 참... 전라도와 서울 호남향우회 지지로 기본은 할 수 있다는 그런...

기아는 오늘 기록적인 점수로 졌다. 20대 4. 다른 팀을 유심히 좇지 않은 아주 주관적이고, 독단적인 관찰에서 내린 결론이지만, 최근 기아팀이 보여주는 경기운영, 그리고 분위기는 좋지 않은 팀이 갖출 수 있는 것들을 골고루 보여주고 있다. 요새 보니 야구만큼 심리적 요인이 중요한 스포츠도 드문 것 같은데... 투수력으로 버티다가 약한 타력이 투수력, 수비에 영향을 주면서 전방위로 무너지고 있는 모습. 타선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점수를 적게 주려고 하다보니 소심하게 투구할 수 밖에 없고... 위축될수록 수비 실수도 잦고... 악순환이다. 팀분위기가 좋을 수 없는 상황인데, 바로 그럴 때 써먹으라고 있는게 '리더쉽'아니던가. 감독의... 혹은 선배의...

청명한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우울함이다.

2010년 5월 19일 수요일

숙제...

그 동안 좀 격조(隔阻)했다. facebook에 잠시 눈을 주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비는 시간에도 뭔가를 집중해서 쓸 마음을 먹기가 힘든 탓이다. 아마 한 매듭 지을 때까지 그렇지 않을까... 페이스북은 기술적으로 진보된 매체임을 확인할 수는 있었는데 뭐랄까... 서로를 연결시켜주려는 친절함이 과한 듯해서 부담스럽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 지식이 nicht-wissen-wollen 욕구를 자극한다면, 페이스북의 경우는 nicht-vernetzt-sein-wollen이라고 할 수 있을지... 요즘 자주 얘기하는 페이스북이나 twitter등 이른 바 social networking service(SNS)이 만들고 있는 '혁명적 변화'를 얘기하는 책을 잠깐 훓어 본 적도 있는데 - ">송인혁, 이유진 외 (2010), 모두가 광장에 모이다. social이 바꾸는 멋진 세상 - 글쎄... 과연 그럴까? 몇 가지 떠 오른 생각들이 있는데 기회가 되면 한 번 정리해 볼 예정. 어쨌든 이 자체가 재미있는 주제임에 분명하다. 앞으로 연구 주제로 삼음직한...

봄이 없어지고 있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들었는데 올 해는 뭐 우습지도 않다. 벌써 여기 저기서 냉방기기를 돌리고 있으니... 에어컨 바람을 참 싫어하는데... 올 여름, 기대된다 ㅠ ㅠ

한국에 온 이후 프로야구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대단한 인기라고 한다. 어릴 적 '해태 타이거즈'를 응원했던 탓에, 자연스럽게 '기아 타이거즈'에 관심을 주고 있는데, 요새 기아 경기는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타격은 매우 허접한데, 그렇다고 완전 막장 야구는 아닌게, 투수들이 좋고, 또 수비는 잘 하는 편이라 지더라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데... 우승했던 지난 해에도 비슷한 분위기였나 보다. 결정적인 문제는 ... 팀 분위기, 경기모습이 너무 싱겁다는 것. 어찌 어찌 4위는 하니까, 완전 못한다고 하기도 그런... 감독 스타일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선수단에 긴장감을 불어 넣지 못하고, 그렇다고 확실하게 믿어주는 것 같지고 않고... 너무 생각이 많은 유형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프로 스포츠는 정말이지 "Ende gut, alles gut" 아니던가? 결과만 좋다면 '지략가'로 칭송받을 것이고... 하지만 스포츠는 보는 것보다는 직접해야 맛이다.

2010년 5월 6일 목요일

신뢰, 프레임, 상식...

전문가가 아니라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주제에 대해서 서로 충돌하는 견해, 의견, 해석이 있고, 그것들이 모두 그럴듯하게 들리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럴 때 어떤 주장을 더 그럴듯 한 것으로 여기게 될까? 여러 요인을 얘기할 수 있겠지만, 내가 읽은 몇몇 연구에 따르면 발언자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광우병 처리 과정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를 읽은 영국 대중들이 이후 유전자조작식품문제에 대해서 갖게 된 불신이 대표적 사례다. 프레임 이론을 언급할 수도 있겠다. 발언자를 판단하던 틀 - frame - 이 있다면, 그가 어떤 발언을 하더라도 대개 그 틀을 가지고 해석하게 된다. 현정부의 경우 너무 잦은 거짓말로 내가 조금가지고 있던 미련까지 깨끗하게 정리해준 경우고, '조중동' 프레임은 뭐 말 할 필요도 없는 경우고...
"천암한 사태"는 이미 사실에 대한 전문가적 판단이 논의를 비켜간 지 오래다. 발 바꾸던 행태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이미 결론을 내려 놓고서 그 쪽으로 몰고가는 전형적 행태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

천안함 사태에서는 황우석 사건도 겹쳐 보이는데, 바로 '기본'이나 '상식'의 저항이다. 그리 복잡하지도 않은 DNA검사만 하면 드러날텐데 굳이 '재현'해 보이겠다거나,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변하던 그 행태나, 사고장면에 대한 TOD 영상이나 통신 내용을 - 발췌해서라도 - 공개하지 않는 행태는 같은 논리 속에서 이해된다. 국제조사단을 만들어서 알루미늄 파편을 찾아 냈다고 한들 도무지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믿으려고 하는 사람들만 믿는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

정부, '조중동', KBS etc는 정말이지 너무도 유치한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도대체 상상력이 저 정도밖에 되지 않을까 측은한 마음이 들 정도로... 그렇지만 그런 얘기가 21세기 한반도에서 통한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고... 그건 '국민''대중'이 무지해서 저들에게 휘둘린 탓만이 아니라, 적어도 북한에 관해서라면 기꺼이 유치해질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임을 확인해서 안타깝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