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2일 목요일

한국 정치 문화: 이데올로기를 넘어서서

언젠가 한국 정치에서 이념 - 서양적 의미로... - 을 지향하는 정치세력은 2mb로 봐야 한다고 쓴 적이 있는데 (우파,부르조아지, 혹은 강남족들...? 등등), 최근 들어 '친서민' 행보를 강화하고 심지어 '전경련'과도 갈등을 보이면서 적잖은 실망감(?)을 안겨 주고 있다. 물론 그들의 그런 발언이나 행태가 선명한 '우파 정부' 정체성을 희석시키려는 안타까운 '몸짓'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런 이들이 '서민' 운운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한국 정치문화에서 '이념성'을 유지하기란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좌/우나 진보/보수, 자유주의, 사회주의 같은 이념 구분이 아니라면 도대체 한국 정치문화를 어떻 구도로 이해해야 하는가? 그 실마리가 최근 치뤄진 두 번의 선거. 지방선거와 보궐 선거.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이겼던 민주당이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이를 두고 2mb씨께서 균형과 견제를 요구하는 민심에 놀랐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신 바 있는데... 실제로 한국 정치문화는 딱 그 정도 아닌가 싶다. 균형과 견제... 시종일관 추구해야 할 가치나 이데올로기를 좇지 않고... 그 때 그 때 형성되는 '판'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실용주의라고 해도 좋고... 물론 지역, 영토를 떠나서 인간의 상호작용은 본질적으로 상대가 있는 '게임'이고 '게임의 규칙'은 그 때 그 때 만들어진다고 봐야겠지만, 내 말은 그 정도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
한국 정치문화의 전개는 주류 정치 문화나 정치 담론과 그에 대한 저항 담론, 대안적 담론 간의 '변증법'적 관계 정도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주류 쪽 담론의 내용은 대개 발전, 경제 성장, 선진국, 선진화 등으로 지속성이 있다면, 저항 담론의 내용은 좀 더 극적으로 바뀌는 편이다. 민주화, 통일, 민족주의, 참여민주주의, 경제민주화, 인권, 환경담론, 여성권리 등등.
이 관계를 변증법적이라고 표현하는 건 주류 담론이 저항 담론의 내용을 일부 수용해 왔고, 저항 담론은 그 상태에 따라 새로운 이슈, 주제를 제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수용'은 매우 선별적이었다. 사회주의 혁명을 하자는 저항 담론의 내용을 수용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담론적 상황, 구조적 상황이 그 선택적 수용의 시기, 범위 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다른 한편, 사회주의 혁명 같은 저항담론이 사그라들고,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참여민주주의, '시민사회', '시민운동', '경제민주화', 생태주의, 여성주의 같은 담론이 선택되었고... ]
한국 근대화 속에서 정치, 특히 문화적 측면에서 본 한국 정치의 전개를 이런 식으로 볼 수 있다면, 사회구조적 측면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수 있을까?

ps 1) 내 얘긴 한국 정치에 보수주의, 권위주의, 발전주의, 국가주의 등이 지배적이었다는 견해에 대한 비판이다. 심지어 민주화 이전에도 저항 담론은 꾸준히 지배담론에 '꾸준히' 영향을 미쳤다는 것. 예를 들어 "한국근대화는 오직 발전이라는 하나의 목표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사회적 정치적 영역에 있어서 근대화는 실패"(김대환?) 라는 평가는 너무 일면적이라는 것. 87년, 그 찬란한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심지어 87년 이전과 이후의 정치 문화 차이를 과대평가하기 때문에 '촛불시위' 등장에 놀라는 것 아닌가... 라는...

ps 2) 또한 정치 갈등의 내용을 좌/우나 진보/보수 혹은 정치 이념들로 채우기 힘들다는 것. 이 과정에서 여러 정치 이념들 (보수주의‧자유주의‧민족주의‧급진주의 등등) 간 투쟁이 있었지만 [cf. 강정인 외 2009, 한국 정치의 이념과 사상], 한국 정치의 여러 특성은 그런 방식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당정치가 '여전히' 약하고, 대규모 촛불시위가 뜬금없이 등장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지고, 정세에 큰 변화가 없는데 1달 만에 선거 결과가 완전히 뒤바뀌고... 등등.)

ps 3) 이런 문화, 문화 간 갈등은 심지어 한국 근대화 전체를 관통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한편, 근대 초기 사회진화론에서 시작되어 발전, 경제성장, 선진국, 선진화로 이어지는 '근대화' '발전' 담론/문화가 있고, 다른 한 편으로 그에 대한 비판/대안/저항 담론이 있고... 근대화 담론은 수시로 모습을 바꾼다. 일본에 맞서기 위한 사회진화론 담론 이후 친일 담론에서도 발견되고... 일제 시대 때 발전, 진화는 독립 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었고... [예를 들어, 과학조선 운동] (일종의 비판 담론?)... 근대화, 발전, 부국강병 담론이 항상 주류이지 않았다는 말씀. 여하튼 사회구조적 관계 변화와 문화 간의 관계는 매우 역동적이라 단정적으로 묘사하기 힘들 것 같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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