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사회의 단위로 보는 탓에 '근대 이후로 사회가 하나 있는데 그건 세계사회다'라고 주장하며, '공간성'엔 심드렁한 눈길만을 주는 체계이론... 기능적 분화 속에 '민족'이 '공식적으로' 들어 설 자리는 고작 근대 국가가 '민족국가'라는 정도? 지역적 분화나 민족적(national, ethnic) 분화에 대해서 루만이 언급한 구절들은 손에 꼽을 정도. 이후 슈티히베, 나세히, 얍 등이 좀 쓰긴 했지만 역시 그리 많지 않다. 아니 어쩌면 딱히 더 쓸 말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기능적 분화을 으뜸가는(primär-) 분화원칙으로 삼는 현대사회는 중심이 없는고로 통합력이 매우 약하다. 민족은 이런 구조적 취약성을 보완해주는 '기능'을 한다 (Nassehi 1990). 혹은 여러 체계에 각기 따로 포섭되어야 하는 (Multiinklusion) 현대인들이 겪는 정체성 위기, 그에 대한 '부가적' 의미론이라는 기능도 있고 ('identitätsbildende Vollinklusion von Personen in die Gesellschaft' ibd. S.274). 하지만 통틀어서 체계이론이 민족주의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싸늘하다. 기능적 분화와 더불어 민족이 사라질 거라고 볼 필요도 없고, 민족은 기능적 분화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볼 필요도 없다 (ibd. 275).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공존할 것 (Geser 1981).
루만의 견해는 좀 더 비관적이다.
"Man kann daher vermuten, daß wir uns heute in einer Auslaufphase dieser Idee befinden, in der sie mehr Schaden als Nutzen stiftet und in der Soziologie eines jener obstacles épistémologique bildet, die auf Grund vergangener Plausibilitäten die jetzt nötigen Einsichten blockierenä (GG 1055).
"Auslaufphase"란다. 막을 내리고 있다는.. 흠. 과연 그럴까?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될 'tansitorische Semantik'에 불과할까? 어쩌면 그건 루만의 희망사항일지도..
더군다나 한국이나 일본을 생각하면... 그게 결코 쉽게 사라질 수 없는 거다. [루만은 일본을 예외적인 경우로 언급하고 있다. 민족, 국가가 일치하면서 그 정도 규모를 가질 수 있는 나라가 드물다는 것 (GG 1054f). 당연히 한국도 그런 사례에 포함된다]. 특히 유럽 역사에서 '민족'은 '명백하게' 근대의 산물이었고, 요즘 EU 국가들 간 교류를 생각하면 루만의 '심정'도 이해가지 않는 바는 아니나... 민족주의의 미래에 대해선 한 마디로 결론을 내리기 힘들 것 같다. 워낙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니까.
Geser, H. (1981), Der „ethnischer Faktor“ im Prozeß gesellschaftlicher Modernisierung. In: Schweizerische Zeitschrift für Soziologie 7: 165 – 178
Japp, Klaus P. (2007), Regionen und Differenzierung, in: Soziale Systeme 13(1+2): 185 – 195
Nassehi, Armin (1990), Zum Funktionswandel von Ethnizität im Prozeß gesellschaftlicher Modernisierung. Ein Beitrag zur Theorie funktionaler Differenzierung, in: Soziale Welt 41: 261- 282
Stichweh, Rudolf ([1994]2000), Nation und Weltgesellschaft. In: ders., Weltgesellschaft, Frankfurt a.M.: Suhrkamp, 48 – 65.
2009년 9월 10일 목요일
2009년 9월 8일 화요일
구성주의적 인식론
"Dass sinnhafte Identitäten (empirische Objekte, Symbole, Zeichen, Zahlen, Sätze usw.) nur rekursiv erzeugt werden können, hat weitreichende epistemologische Konsequenzen." (Luhmann, GG: S.47, 강조 kj)
어떤 대상의 정체성은 회귀적인 방식으로만 만들어진다는 주장... 바로 여기가 전통적인 존재론적 인식론과 구별되는 구성주의적 인식론, 인식론의 커뮤니케이션적, 언어적 전환의 출발점이다. 존재, 대상과 표상, 관찰의 관계를 동시성으로 인식하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일상적으로는 옳을 수밖에 없는' 그런 인식론에 벗어나지 못하면 루만을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어떤 대상의 정체성은 회귀적인 방식으로만 만들어진다는 주장... 바로 여기가 전통적인 존재론적 인식론과 구별되는 구성주의적 인식론, 인식론의 커뮤니케이션적, 언어적 전환의 출발점이다. 존재, 대상과 표상, 관찰의 관계를 동시성으로 인식하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일상적으로는 옳을 수밖에 없는' 그런 인식론에 벗어나지 못하면 루만을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2009년 9월 7일 월요일
그림읽기: 음식과 종교
이런 류는 '난이도'가 낮은 편에 속하는 그림읽기라고 볼 수 있겠다. 서양미술에서 먹는 것은 종교, 그러니까 기독교와 관련되어 있다는 얘기. 한편으로 구원의 상징이기도 하고, 탐욕, 심지어 음욕과 연결되기도 했다고... 아닌 게 아니라 동양 전통에서 먹는 것을 그린 그림들은 자주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여기에서도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동양을 서양을 구분하는가?
맛있는 그림/미야시타 기쿠로 지음·이연식 옮김/271쪽·1만5000원·바다출판사
“그리스도교는 죄와 구원 모두가 먹는다는 행위와 관련된 특이한 종교이다. 서양미술에서 식사가 중요한 주제였던 것은 이 때문이다.”
저자는 동양미술과는 달리 서양미술에서 식사와 음식을 소재로 한 그림이 빈번하게 등장한다는 점에 주목해 서양미술과 음식의 관계를 소개했다.
15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리스도가 빵과 포도주를 나누며 인류구원을 선포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중세 서양에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는 구원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일상의 음식은 음욕(淫慾)의 죄와 연결됐고 따라서 최대한 검소한 식사나 단식이 미덕이었다.
맛있는 그림/미야시타 기쿠로 지음·이연식 옮김/271쪽·1만5000원·바다출판사
“그리스도교는 죄와 구원 모두가 먹는다는 행위와 관련된 특이한 종교이다. 서양미술에서 식사가 중요한 주제였던 것은 이 때문이다.”
저자는 동양미술과는 달리 서양미술에서 식사와 음식을 소재로 한 그림이 빈번하게 등장한다는 점에 주목해 서양미술과 음식의 관계를 소개했다.
15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리스도가 빵과 포도주를 나누며 인류구원을 선포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중세 서양에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는 구원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일상의 음식은 음욕(淫慾)의 죄와 연결됐고 따라서 최대한 검소한 식사나 단식이 미덕이었다.
2009년 9월 6일 일요일
동,서양 사고방식의 차이
'동양'과 '서양'을 구분하고 그 둘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식의 주장은 꽤 오래 전부터 유통되어 왔다. 지금까지 여러 버전의 '오리엔탈리즘' '옥시텐탈리즘'이 있었을 것이다. '서양 - 문명/ 동양 - 야만' 같은 구분 도식도 있었을 것이고. '사고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자주 얘기하는데, 오늘 요즘 한창 뜨고 '계시는' - 동양식 존대?^^ - '다윈' 선생과 미시간대 사회심리학 교수인 '니스벳'의 가상 대화록에서 그런 내용을 발견했다 (여기). 사실 그 주장 자체로는 전혀 신선하진 않다. 다만 예로 든 사례들을 혹시 나중에 '써 먹을' 수 있겠다 싶어서 기록으로 남겨둔다. (흠. 우린 '먹는다'라는 표현을 이런 경우에도 쓰는 구나.'써 먹다'. 고 노통께서 '대통령직 못 해 먹겠다'라고 해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고.) 어쨌든 이런 구분법은 그럴듯 해 보이고, 실제로 그런 면이 많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나, 선뜻 동의해 주기는 꺼려지는 그런 주장이 (어쩌면 '체계이론'도 이런 인상을 주지 않나 모르겠다. 그래서 대개 '표면적으로 보아 그런 것 같긴 하나, 실상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는 반론을 얻어 '먹게' 되는... Knorr-Cetina 교수가 'Unterkomplexitaet'라고 비판했던 그런 맥락... )결론적으로 다른 사고방식이 융합하고 있다는 주장은 오히려 쉽게 동의해 줄 수 있겠다.
니스벳=네. 미국과 중국 아이들에게 소, 닭, 풀을 보여주고 이 중 2개를 하나로 묶어보라고 해봤어요. 그랬더니 중국 아이는 주로 소와 풀을, 미국 아이는 소와 닭을 묶더군요. 중국 아이는 소가 풀을 먹는다는 관계적 이유 때문에, 미국 아이는 소와 닭이 동식물 분류상 같은 동물에 해당된다는 범주적 이유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겁니다.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인의 사고방식은 물속 장면을 보여준 애니메이션 실험에서도 확인됐어요. 일본 학생은 물고기보다는 물속 배경을, 미국 학생은 물고기 자체를 더 잘 기억했죠. 동양인은 주변 환경에 기초해 개별 사물을 기억하는 관계적 사고를 하는 반면, 서양인은 배경과 개별 사물을 분리해 생각합니다.
다윈=전체론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의 차이로군요. 아주 새로운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
니스벳=한 20년 전쯤에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중국계 학생이 지도교수에게 불만을 품고 교수와 학생들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자살한 충격적 사건이 있었어요. 미국인은 이 범죄의 원인을 그 학생의 사악한 본성 탓으로 돌렸지만 중국인들은 그 학생의 주변 관계, 총기 구입이 쉬웠던 상황들을 언급하며 ‘상황론’을 들고 나왔지요.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맥락을 훨씬 더 중시합니다.
다윈=그러고 보니 동양인은 문화적으로 모두 ‘공자’의 후예들이랄 수 있겠네요. 유교는 개인의 개성보다 공동체 속의 관계를 중시하는 전통이죠. 그런 전통이 요즘처럼 문화들이 서로 융합되는 사회에서도 인간의 사고 과정 속에서 여전히 꿈틀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니스벳=의학 전통도 문화의 차이를 반영합니다. 허리가 삐끗해서 동양의 침술을 경험해 본 서양인이라면 다 느꼈을 거예요. 서양 의학은 병든 ‘부분’을 고치거나 도려내는 수술을 먼저 떠올리는 반면, 동양 의학은 몸의 전체 균형을 되찾아 질병을 치유하려 하죠. 부분과 전체, 개인과 집단, 분석과 관계, 본성과 상황, 추상성과 실용성 등은 서양과 동양의 사고방식을 구분하는 키워드입니다.
다윈=솔직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해석이긴 합니다만 뭐랄까, 문화 간 생각의 차이를 입증한 이 연구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얘기처럼 들리지 않아요. 예컨대 선생의 연구 결과가 맞다면 다음과 같은 결론도 가능하잖아요. 분석력과 개성적 사고에 상대적으로 능한 서양인들이 경쟁과 독창성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에 더 적합하다, 적어도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과학계에서는 동양인들이 불리하다, 뭐 이런 결론 말입니다. 이건 좀 위험한데요….
니스벳=다른 건 다른 거죠. 하지만 서양인이 추상적 사고와 분석 능력에 상대적으로 뛰어나 과학적 탐구에 유리하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동양인이 능한 실용적 사고와 관계적 사고로는 사회적 갈등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동서양의 문화가 서로 충돌하거나 한쪽으로(서양 자본주의 문화) 흡수통합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융합되는 흐름이죠. 서양인이 점점 더 동양의 문화를 찾고, 동양인이 서양의 경쟁적이고 개성적인 지배문화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는 상황 아닌가요?
다윈=이제야 독자들이 이 책을 ‘무경계5’로 뽑아줬는지 알겠어요. 동서양의 경계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탐구를 통해 인간 사고 과정을 좀 더 명확히 보여줬다는 뜻이겠네요. 독자들이 저보다 더 현명합니다. 고맙습니다. 차 더 하시겠어요?(More tea?)
니스벳=중국에서는 이 상황에서 ‘Drink more’라 말하죠. 서양은 범주를 타나내는 명사를, 동양은 관계를 나타내는 동사를 더 빨리 배우고 강조한답니다. 하하.
윗 대화록이 실린 기사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이런 내용을 다룬 니스벳의 책 '생각의 지도'(2003, 김영사)가 한국에 번역되어 있다 (부제: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원제: The Geography of Thought). 그 소개글 중 일부...
동.서 사고방식의 차이를 논증하는 책. '인간의 사고방식을 지배하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문화'라는 문화 상대주의적 입장을 뒷받침한다. 문화심리학자인 저자는 여타 학문에서는 인지하고 있지만 심리학적으로 생소한 동.서양인들의 심리적 차이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 학문으로 체계화했다.
동양은 전체를 종합하는 반면 서양은 분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동양은 경험을 중시한다면 서양은 논리를 중시한다. 동양은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한다면 서양은 개인주의가 강하다. 동양은 동사를 통해 세상을 본다면 서양은 명사를 통해 세상을 본다. 이런 분류는 쉽게 추측가능한 이분법이지만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기에 더욱 유의미하다.
니스벳=네. 미국과 중국 아이들에게 소, 닭, 풀을 보여주고 이 중 2개를 하나로 묶어보라고 해봤어요. 그랬더니 중국 아이는 주로 소와 풀을, 미국 아이는 소와 닭을 묶더군요. 중국 아이는 소가 풀을 먹는다는 관계적 이유 때문에, 미국 아이는 소와 닭이 동식물 분류상 같은 동물에 해당된다는 범주적 이유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겁니다.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인의 사고방식은 물속 장면을 보여준 애니메이션 실험에서도 확인됐어요. 일본 학생은 물고기보다는 물속 배경을, 미국 학생은 물고기 자체를 더 잘 기억했죠. 동양인은 주변 환경에 기초해 개별 사물을 기억하는 관계적 사고를 하는 반면, 서양인은 배경과 개별 사물을 분리해 생각합니다.
다윈=전체론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의 차이로군요. 아주 새로운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
니스벳=한 20년 전쯤에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중국계 학생이 지도교수에게 불만을 품고 교수와 학생들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자살한 충격적 사건이 있었어요. 미국인은 이 범죄의 원인을 그 학생의 사악한 본성 탓으로 돌렸지만 중국인들은 그 학생의 주변 관계, 총기 구입이 쉬웠던 상황들을 언급하며 ‘상황론’을 들고 나왔지요.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맥락을 훨씬 더 중시합니다.
다윈=그러고 보니 동양인은 문화적으로 모두 ‘공자’의 후예들이랄 수 있겠네요. 유교는 개인의 개성보다 공동체 속의 관계를 중시하는 전통이죠. 그런 전통이 요즘처럼 문화들이 서로 융합되는 사회에서도 인간의 사고 과정 속에서 여전히 꿈틀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니스벳=의학 전통도 문화의 차이를 반영합니다. 허리가 삐끗해서 동양의 침술을 경험해 본 서양인이라면 다 느꼈을 거예요. 서양 의학은 병든 ‘부분’을 고치거나 도려내는 수술을 먼저 떠올리는 반면, 동양 의학은 몸의 전체 균형을 되찾아 질병을 치유하려 하죠. 부분과 전체, 개인과 집단, 분석과 관계, 본성과 상황, 추상성과 실용성 등은 서양과 동양의 사고방식을 구분하는 키워드입니다.
다윈=솔직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해석이긴 합니다만 뭐랄까, 문화 간 생각의 차이를 입증한 이 연구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얘기처럼 들리지 않아요. 예컨대 선생의 연구 결과가 맞다면 다음과 같은 결론도 가능하잖아요. 분석력과 개성적 사고에 상대적으로 능한 서양인들이 경쟁과 독창성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에 더 적합하다, 적어도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과학계에서는 동양인들이 불리하다, 뭐 이런 결론 말입니다. 이건 좀 위험한데요….
니스벳=다른 건 다른 거죠. 하지만 서양인이 추상적 사고와 분석 능력에 상대적으로 뛰어나 과학적 탐구에 유리하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동양인이 능한 실용적 사고와 관계적 사고로는 사회적 갈등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동서양의 문화가 서로 충돌하거나 한쪽으로(서양 자본주의 문화) 흡수통합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융합되는 흐름이죠. 서양인이 점점 더 동양의 문화를 찾고, 동양인이 서양의 경쟁적이고 개성적인 지배문화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는 상황 아닌가요?
다윈=이제야 독자들이 이 책을 ‘무경계5’로 뽑아줬는지 알겠어요. 동서양의 경계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탐구를 통해 인간 사고 과정을 좀 더 명확히 보여줬다는 뜻이겠네요. 독자들이 저보다 더 현명합니다. 고맙습니다. 차 더 하시겠어요?(More tea?)
니스벳=중국에서는 이 상황에서 ‘Drink more’라 말하죠. 서양은 범주를 타나내는 명사를, 동양은 관계를 나타내는 동사를 더 빨리 배우고 강조한답니다. 하하.
윗 대화록이 실린 기사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이런 내용을 다룬 니스벳의 책 '생각의 지도'(2003, 김영사)가 한국에 번역되어 있다 (부제: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원제: The Geography of Thought). 그 소개글 중 일부...
동.서 사고방식의 차이를 논증하는 책. '인간의 사고방식을 지배하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문화'라는 문화 상대주의적 입장을 뒷받침한다. 문화심리학자인 저자는 여타 학문에서는 인지하고 있지만 심리학적으로 생소한 동.서양인들의 심리적 차이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 학문으로 체계화했다.
동양은 전체를 종합하는 반면 서양은 분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동양은 경험을 중시한다면 서양은 논리를 중시한다. 동양은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한다면 서양은 개인주의가 강하다. 동양은 동사를 통해 세상을 본다면 서양은 명사를 통해 세상을 본다. 이런 분류는 쉽게 추측가능한 이분법이지만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기에 더욱 유의미하다.
2009년 9월 2일 수요일
생의 의지, 승부욕, 어느 여배우의 죽음
비를 맞으면서 테니스를 쳤다. 난 승부에 대해서 '집착'(執着)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을, 딱 그 정도로만 승부에 '집중'한다. 아니, 그러려고 한다. 인생은, 사회는 생존경쟁이다. 아니 그렇다고들 얘기한다. 경쟁이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스포츠'아니던가. 그렇다면 스포츠에 임하는 태도와 인생을 대하는 태도 사이엔 강한 상관관계가 있을 것인가? 장진영씨가 죽었다. 그가 어떤 태도를 가지고서 살았는지 전혀 모른다. 다만 자기 일 즐기면서, 많이 '집착'하지 않으면서 살 것 같은 배우라 이른 죽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기를 쓰고 살아 남으려고 하는 사람들만 살아 남는 세계라면 좀 슬프지 않은가. 아니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고 평면적이라면 너무 지루하지 않겠는가.
9월의 첫 날...
...이 아직 30분 남았다. 모처럼 비가 시원하게 내렸고. 한국 DJ들이 자주 썼던 표현을 빌자면... '가을을 재촉하는' 그런 비... 누가 뭐래도 이젠 가을이다. 茶를 마신다. Blutorange... 음악을 듣는다. Radiohead의 Creep. 요즘 심리상태가, 뭐랄까, 최적은 아니다. 조금 정돈할 필요가 있을 듯. 흠. 이건 너무 일기 같은 걸. 이 참에 아애 일기 '코너'를 하나 만들까보다. 어제 '것'도 '레이블'을 그 쪽으로 바꾸고...
2009년 9월 1일 화요일
8월의 마지막 날...
이번 달에도 10개는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날 강박하다. 몇 개 쓸 거리가 분명히 있었는데 때를 놓쳤고 게다가 기록해 놓지 않은 탓에 도무지 떠 오르질 않는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찔러 보면... 우선 정치 쪽... 어제 일본에서 민주당이 수십 년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 냈고, 빌레펠트에서 사민당 출신이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또 독일 몇 개주 선거에선 좌파당, 녹색당, 자민당 등이 선전을 했다고 하고. 4주 정도 남은 총선에선 CDU/FDP 연정이 탄생할 지 지켜볼 일이고... 한국에선 남북관계가 풀리고 있고, 2mb씨 지지도가 오른다고 하고, 오늘 청와대 참모진을 재편했는데 돌고 돌아 결국 참여정부 비슷한 틀로 돌아갔다는 얘기도 들리고... 과학기술특보와 IT특보 신설 소식이 특히 눈에 들어온다. 이명박 정부가 나름 지난 두 정부와 차별화를 여러 방향에서 시도했는데 결국 '삽질경제'만이 a genuine policy made by 2mb로 역사에 남지 않을까 싶다. 수십조원들여 4대강 생태계 파괴하는 이 짓은 어쩌면 기네스북에 남을만한 '치적'이다. '바보스러운 정책' 같은 항목이 있다면... 유로화 환율은 좀체 떨어지질 않는데 한국 경제 성적이 가장 좋은 편이라고 한다. 음... 불가사의한 일이다. 분명히 어떤 음모나 잘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가 있을 것만 같단 말이지.... 생각해 보니 며칠 전 부산대에서 박사 학위 없는 시간 강사들이 '짤렸다'는 얘길 듣고 뭔가 써 보려 했었던 것 같네. 울산대에선 최초로 교수 연봉제를 실시한다는 기사도 읽었고. 아, 요 며칠새 가을이 성큼, 정말 성큼 다가왔다. 해가 나와 있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 들고 있고, 아침 저녁 제법 춥다. 오늘 낮에 커피를 마시면서 햇볕이 드는 자리를 찾았을 정도로... 쓸 거리가 없다보니 이런 싱거운 얘기만... 그리고... 어쩌면 독일에서 마지막이 될 일들이 하나 둘씩 생겨난다. 그런데 어째 마무리가 좀 시원찮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다!
2009년 8월 25일 화요일
易地思之 그리고...
"나는 어떤 처지에 있든지 자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궁핍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압니다. 나는 배부르든 배고프든, 풍족하든 궁핍하든, 모든 형편에 처하는 비결을 배웠습니다. 내게 능력 주시는 분 안에서 내가 모든 일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빌 4:11 - 13, 우리말 성경)
易地思之, 즉, '처지를 바꿔서 생각하기'는 나이를 먹을 수록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되는 일이다. 그런 예는 무수히 많다. 선배, 후배 관계에서... 나는 때로는 선배가 되고, 때로는 후배 위치에 있게 된다. 아들이자 아버지가 되기도 하고, 조카이자 삼촌이기도 하고.. 그런 경험이 쌓일수록 내 상대방, 즉 (역시) 선배 혹은 후배가 느낄 심리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는 건 확실하다. 허나 '역지사지'를 좀 멋지게 하기란 쉽지 않다. 때로는 다른 처지를 고려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위치에 따라 삶의 원칙마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후배로서는 선배에게 복종하고, 선배로서는 후배들에게 권위적인... 이런 방식은 군대, 회사, 동문회 같은 조직생활에서 잘 먹히고, '사회생활 잘하겠다'고 칭찬받는 스타일이다. 허나 앞으로도 계속 칭찬받는 스타일일지 두고 볼 일이다. 내 생각엔 세상이 복잡해지면 복잡해질수록 원칙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해 질 것이다. 또 역사적으로 뭔가를 이룬 인물들은 대개 '원칙주의자들'이었다. 중요한 점은 바로 그 원칙이 어떤 원칙이냐는 것인데... 때로는 주변적인 것까지 원칙이랍시고 지키려 '똥고집'을 부리는 경우도 본다.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못 갖춘 사람들. 易地思之하는 법을 못 배운 사람들이다 깊지 않은... (그런 경우 막상 결정적인 위가가 닥치거나 하면 또 그 원칙을 잘 내 던진다). 그와는 다르게 뭔가를 성찰하고, 다양한 시각을 고려하는 것 같은데, 막상 '알맹이'가 안보이는 경우도 있다. '본질적인 것'을 아직 못 잡은 경우. 그러니 일관성이 부족하여 말을 잘 바꾸지만 막상 스스로는 그렇다는 걸 잘 못 느낀다. 그리하야, 결론은... 여러 상황, 사회적 위치에 처해보고, 역사적 안목과 사람들 마음, 세상 이치 헤아리를 법을 익혀서, 즉 易地思之하여, 비본질적인 것에는 타협도 하고, 양보도 하고, 때로는 카멜레온 짓도 하되, 본질적인 것에 대해서만큼은 양보하지 말 것! (사후에 유독 커보이고 그 빈자리가 커 보이는 두 전직 대통령. 그들이 살아온 길도 이렇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ps) 易地思之: 이 표현은 《孟子》"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 " 이란 말에서 유래하지만, 중국, 일본 등지에서는 쓰지 않는 made in Korea 성어라고 한다.
易地思之, 즉, '처지를 바꿔서 생각하기'는 나이를 먹을 수록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되는 일이다. 그런 예는 무수히 많다. 선배, 후배 관계에서... 나는 때로는 선배가 되고, 때로는 후배 위치에 있게 된다. 아들이자 아버지가 되기도 하고, 조카이자 삼촌이기도 하고.. 그런 경험이 쌓일수록 내 상대방, 즉 (역시) 선배 혹은 후배가 느낄 심리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는 건 확실하다. 허나 '역지사지'를 좀 멋지게 하기란 쉽지 않다. 때로는 다른 처지를 고려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위치에 따라 삶의 원칙마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후배로서는 선배에게 복종하고, 선배로서는 후배들에게 권위적인... 이런 방식은 군대, 회사, 동문회 같은 조직생활에서 잘 먹히고, '사회생활 잘하겠다'고 칭찬받는 스타일이다. 허나 앞으로도 계속 칭찬받는 스타일일지 두고 볼 일이다. 내 생각엔 세상이 복잡해지면 복잡해질수록 원칙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해 질 것이다. 또 역사적으로 뭔가를 이룬 인물들은 대개 '원칙주의자들'이었다. 중요한 점은 바로 그 원칙이 어떤 원칙이냐는 것인데... 때로는 주변적인 것까지 원칙이랍시고 지키려 '똥고집'을 부리는 경우도 본다.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못 갖춘 사람들. 易地思之하는 법을 못 배운 사람들이다 깊지 않은... (그런 경우 막상 결정적인 위가가 닥치거나 하면 또 그 원칙을 잘 내 던진다). 그와는 다르게 뭔가를 성찰하고, 다양한 시각을 고려하는 것 같은데, 막상 '알맹이'가 안보이는 경우도 있다. '본질적인 것'을 아직 못 잡은 경우. 그러니 일관성이 부족하여 말을 잘 바꾸지만 막상 스스로는 그렇다는 걸 잘 못 느낀다. 그리하야, 결론은... 여러 상황, 사회적 위치에 처해보고, 역사적 안목과 사람들 마음, 세상 이치 헤아리를 법을 익혀서, 즉 易地思之하여, 비본질적인 것에는 타협도 하고, 양보도 하고, 때로는 카멜레온 짓도 하되, 본질적인 것에 대해서만큼은 양보하지 말 것! (사후에 유독 커보이고 그 빈자리가 커 보이는 두 전직 대통령. 그들이 살아온 길도 이렇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ps) 易地思之: 이 표현은 《孟子》"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 " 이란 말에서 유래하지만, 중국, 일본 등지에서는 쓰지 않는 made in Korea 성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