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31일 목요일

2009...

긴박하게 돌아가는 '時局'이 내 '課外 활동'에 지장을 준 지도 꽤 오래되었지만, 적어도 오늘 밤엔 시간을 좀 내 본다. 내일 자정무렵엔 집 근처 교회에 갈 계획을 가지고 있기도 해서... 원래 생일이나 각종 기념일, 그리고 명절 따위 챙기는 일을 즐겨하지 않는 편인데다 나이에 대한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터라 전혀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바로 문 앞에 와 계시는 그대, 새해...
더군다나 뜬금없이 겨울 한가운데에서 헌해와 새해를 나누니 이건 생물학적 정서와도 들어맞지 않는다.

잠시... 이렇게 투덜거리게되는 내 불편한 心思의 원인을 생각해 본다...

'否定의 힘'이라고 언제가 쓴 적이 있는데, 아흔 아홉 가지 칭찬을 하고서 한 가지 충고를 덧붙일 뿐인데도 그 한 가지가 아흔 아홉 가지를 제치고서 강력하게 마음 속에 자리잡는다는 그런 얘기인데... 그런 이유로 지금 떠오르는 생각을 적지 않으려 한다. 다만 내년 이맘 땐 지금과는 사뭇 다른 심리상태를 갖게 될 것임을 약속해 두기로 하자.

어쨌든, 여하튼,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모저모 애 많이 쓰쎴다. 그대... 내 2009...

2009년 12월 19일 토요일

거위의 꿈 (인순이, 2007)



한국에 와서 알게 된 노래. 이적 작사, 김동률 작곡으로 1997년에 발표된 곡인데 2007년 '인순이' 누님(^^)이 다시 부른 이후 더 유명해졌다고 한다. 같은 노래도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다른데, 그 대표적인 경우로 꼽을 수 있을 듯... 이런 '신파조' 노래는 나이를 좀 먹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프랭크 시나트라가 말년에 부른 'My Way'나 나이 든 S&G가 부른 'Bridge over troubled water' 같은 노래는 그저 노래만은 아닌 것이다. 인순이 누님은 이미 그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한 길을 쭉 걸어온 사람만이 낼 수 있는 '포스'를 가지고 있다. 장인같은... 그러면서 산전수전 겪은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도 보이고. 그렇게 살 일이다. 너무 머리 굴리지 말고... 이 길이다 싶으면, 그냥 쭉 가는 거다. 한결같이... 문제라면... 그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

ps) 인순이 버전 뮤직비디오는 '저렴하게' 만든 티가 확 난다. 공익광고 모냥... 그래서 '발굴'한 게 윗 영상인데 2005년 5월 윤도현의 러브레터 장면이라고 한다. 카메라 움직임, 편집이 좋은 편이라 노래 감상에 도움을 준다. 특히, 가수 뒷편에서 무대 쪽을 잡은 장면은 상투적이긴 하지만 보기 좋다.

자동차와 인터넷: 익명성...

그럴듯한 설명이다. 자동차라는 공간의 익명성... 이렇게 해서라도 사적 공간을 확보하고 싶은 현대인...

... 과학 저널리스트 톰 밴더빌트의 저서 ‘트래픽’(김영사) ...

이 책에서 저자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 드러나는 인간 본성에 대해 파헤쳤다. 앞에서 차가 갑자기 끼어들면 복수감에 불타서 욕이 나오고, 길이 뻥 뚫려 있어도 근처에 사고현장이 있으면 길이 막히며, 정지신호에 서 있을 때 옆 차 운전자와 눈이 마주치면 심기가 불편해지는 이유 등에 대해 무릎을 탁 칠 만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한다.

밴더빌트에 따르면 인간은 자동차 운전석에 앉는 순간 사람이 바뀐다. 똑같은 차량이라도 컨버터블 뚜껑을 열고 다니면 운전을 얌전하게 하고, 자동차 트렁크에 스티커를 붙이면 운전이 험해진다. 멀쩡히 밖에서 안이 다 보여도 코를 후비며, 옆 차 운전자에게 부담 없이 욕을 하고 유유히 사라진다.

방음 처리된 철판과 유리가 선사하는 안락함. 1990년대 미국 마케팅 전문가 페이스 팝콘이 예측한 소비 트렌드 중 ‘코쿠닝(cocooning)’개념에 딱 맞아 떨어지는 생활도구이면서 이면에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코드도 숨어 있다.

외부와 물리적으로 단절된 자동차라는 공간에 들어서면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믿는 것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안전하고 안락한 공간은 ‘딱딱한 껍데기에 둘러싸여 나만의 공간을 즐기려는 소비자가 나타날 것’이라는 팝콘의 예언과도 일치한다. 밴더빌트는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누군가에게 욕을 하는 행위는 인터넷 익명 채팅룸에서 욕을 하고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는 또 정서적으로 강하게 운전자와 연결된다. 마치 미니홈피를 만들면서 아바타를 꾸미고 대화명을 정하듯 자동차의 디자인과 모델명 크기를 단순히 비싸고 좋은 차로 끝나는 게 아니라 또 하나의 나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 하나의 나’에 지금 내 모습을 투영하지는 않는다. 바로 ‘내가 되고 싶은 나’를 상징한다. 신뢰성 있는 연구결과가 없기 때문에 검증할 수 없지만 취재차 만난 한 남성의학자는 “성기능이 약한 남성일수록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동차와 사람 사이의 끈끈한 관계. 결국 자동차 유머는 또 하나의 사람 얘기이지만 그 사람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 차를 통해 갖게 되는 그 사람에 대한 편견을 다룬다는 점에서 사람이 타인에 대해 갖는 심리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2009년 12월 7일 월요일

그저 단순히 밀리지 않는 시간...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서, 혹은 내리기 싫어서 미루는 경우가 있다. 그 상황에 대한 표현도 '심사숙고'(深思熟考)에서부터 '우유부단'(優柔不斷)까지 다양하다. 내 인생이 내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한 그 미룬 결정으로 인한 결과는 '내'가 감당하면 되는 일이다. 그래서 단지 미룬 그 시간만큼만 인생의 시간이 늦어질 뿐이라면 그 '데미지'는 더 토를 달 필요도 없는 순수한 결과다. 허나 타인과 복잡다양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삶이다. 타인은 내가 미뤄둔 그 시간 동안 그대로 머물러있을 수가 없는 것. 그래서 미뤄둔 그 시간 때문에 갖게 되는 '데미지'를 예측하기란 생각 이상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삶의 속도가 빠른 시절엔 더더욱... 주체의 위치, 포지셔닝(positioning)... 그런 표현이 인생을 얼마나 정확하게 표현하는지...  모든 걸 가질 수는 없다거나, 'give & take' 같은 말은 정말이지 '법칙' 아니 '진리'다.

2009년 12월 2일 수요일

대중독재와 참여민주주의는 동전의 양면인가

흔히 도덕적 판단, 그러니까 어떻게 옳고 그른지를 판단을 하기 때문에 사건의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대중이 자발적, 비자발적으로 동원되는 현상에 대해서, 다른 가치 평가를 내리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매우 많다. 내 경우 민주화운동, 촛볼시위, 촛불집회, 노무현 추모 움직임 같은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황우석 사태, 디워 사태 등에서 보여준 대중의 모습은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그 대중이 그 대중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니까 우리는 매번 놀란다. 어떻게 촛불시위가 그 정도 규모로 일어날 수 있을까? 황우석 사태는 왜? 그 본질에는 시민권, 인권, 시민사회 같은 이념이 약한 후발자본주의, 발전국가 전통에서 대중의 동원력이 결집되는 다양한 모습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래 글은 그런 점을 지적한 것인데, 출처는 아직 확인하지 못하였다.

임지현은 파시즘과 스탈린주의의 동일성은 바로 후발 민족국가의 근대화 프로젝트 추구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이들이 성공적으로 권력을 획득할 수 있었던 이유를 시민 사회에서 확고한 동의의 지반을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아래로부터의 지지에 기반한 독재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정치철학적 근거가 국민으로부터 모든 권력이 나온다는 근대적 국민주권개념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근대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참여민주주의적 기제의 이중적 측면을 보여준다. 후기발전국가의 맥락에서는 국가와 시장 양편에 포섭되어 있지만 정치지형에 따라 국가와 시장을 운영하는 엘리트와는 이해관계를 달리할 수도 있는 대중의 정치적 역동성이 한편으로는 민족국가의 발전을 위해,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참여적 민주주주의 추구와 결합해 폭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서구의 위험담론에 기반한 대중의 과학기술 이해에 대한 맥락모형과 과학기술 민주화 기획의 만남이 그 나름의 시민 개념과 민주주의 전통 위에 기반해 있다면, 후기발전국가에서의 대중의 과학기술 이해와 과학기술에 대한 시민참여의 정치적 함의는 또한 그 맥락 하에서의 국민과 민주주의 전통에 따라 파악해야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어떠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