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9일 토요일

자동차와 인터넷: 익명성...

그럴듯한 설명이다. 자동차라는 공간의 익명성... 이렇게 해서라도 사적 공간을 확보하고 싶은 현대인...

... 과학 저널리스트 톰 밴더빌트의 저서 ‘트래픽’(김영사) ...

이 책에서 저자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 드러나는 인간 본성에 대해 파헤쳤다. 앞에서 차가 갑자기 끼어들면 복수감에 불타서 욕이 나오고, 길이 뻥 뚫려 있어도 근처에 사고현장이 있으면 길이 막히며, 정지신호에 서 있을 때 옆 차 운전자와 눈이 마주치면 심기가 불편해지는 이유 등에 대해 무릎을 탁 칠 만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한다.

밴더빌트에 따르면 인간은 자동차 운전석에 앉는 순간 사람이 바뀐다. 똑같은 차량이라도 컨버터블 뚜껑을 열고 다니면 운전을 얌전하게 하고, 자동차 트렁크에 스티커를 붙이면 운전이 험해진다. 멀쩡히 밖에서 안이 다 보여도 코를 후비며, 옆 차 운전자에게 부담 없이 욕을 하고 유유히 사라진다.

방음 처리된 철판과 유리가 선사하는 안락함. 1990년대 미국 마케팅 전문가 페이스 팝콘이 예측한 소비 트렌드 중 ‘코쿠닝(cocooning)’개념에 딱 맞아 떨어지는 생활도구이면서 이면에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코드도 숨어 있다.

외부와 물리적으로 단절된 자동차라는 공간에 들어서면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믿는 것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안전하고 안락한 공간은 ‘딱딱한 껍데기에 둘러싸여 나만의 공간을 즐기려는 소비자가 나타날 것’이라는 팝콘의 예언과도 일치한다. 밴더빌트는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누군가에게 욕을 하는 행위는 인터넷 익명 채팅룸에서 욕을 하고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는 또 정서적으로 강하게 운전자와 연결된다. 마치 미니홈피를 만들면서 아바타를 꾸미고 대화명을 정하듯 자동차의 디자인과 모델명 크기를 단순히 비싸고 좋은 차로 끝나는 게 아니라 또 하나의 나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 하나의 나’에 지금 내 모습을 투영하지는 않는다. 바로 ‘내가 되고 싶은 나’를 상징한다. 신뢰성 있는 연구결과가 없기 때문에 검증할 수 없지만 취재차 만난 한 남성의학자는 “성기능이 약한 남성일수록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동차와 사람 사이의 끈끈한 관계. 결국 자동차 유머는 또 하나의 사람 얘기이지만 그 사람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 차를 통해 갖게 되는 그 사람에 대한 편견을 다룬다는 점에서 사람이 타인에 대해 갖는 심리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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