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장원 다녀왔는데 결과가 아주 불만족스러웠다. 알아서 해 주도록 맡겨둔 탓이다. 그러고 보니 머리형에 대한 내 취향은 그리 뚜렷하지 않은 편이다 (다른 분야 취향에 비교할 때...). 그 동안 헤스타일의 선택을 주로 남에게 미루는 편이었다. 귀국한 이후에 '타의'로 헤어스타일에 대해서 그 동안 해 보지 않았던 실험을 해 보았는데, 오늘 경험한 바까지 고려하니 이제 - 적어도 당분간 - 추구해야 할 '스타일'이 마침내 그려진다. 기대하시라...
- '세종시' 문제가 요즘 가장 시끄러운 주제인데, 사실 핵심은 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수도권 집중 해소아니었던가. 결국 행정중심도시가 되었다가, 이제 그마저 지지부진해질 것 같지만... 이런 구체적인 정책이슈를 체계이론으로 어떻게 기술할 수 있을까? '공간'(Raum, space)문제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체계이론에서 공간의 2차적 중요성을 갖을 뿐이고, 체계이론의 핵심 테제인 기능적 분화, 그 기능체계들은 철저히 '시간화'(Verzeitlichung) 속에서 이해된다. 공간은 그러니까 기능적 분화의 틀 속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2차적 구분이라는 것. 사실 커뮤니케이션에서 공간의 중요성은 가면 갈수록 줄어든다고 다들 강조한다 (특히, 세계화 논의에서). 공간의 중요성은 기능체계에 따라 다를 것이다. "수도권 문제" "행정도시 건설" "국토균형" 같은 주제는 는기능체계에 따라 달리 이해될 것이다. 관점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유비쿼터스" 운운하면서 탈공간화를 얘기하면서, 동시에 물리적 '공간'이 그토록 중요한 것처럼 커뮤니케이션 되기도 하고... 기능적 분화된 사회, 공간이 2차적인 의미를 갖는 현대사회, 그 중에서 한국이라는 지역적 경계 속에서 이루오지는 커뮤니케이션에서 '공간'이 공공의제로 형성되는 과정을 연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짬짬이 체계이론을 파고 있는데, 여러 가지로 놀란다. 특히 최근에 루만의 GdG 중 Selbstbeschreibungen 부분을 감탄하면서 읽었다. 루만 이론의 한계를 지적하고 발전시킬 방향에 대한 논의가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 사회를 커뮤니케이션으로만 보는 한계. 라투어 등을 원용해서 커뮤니케이션 이전에 collective 를 상정하자는 주장. 루만과 탈구조주의자들과의 관계, 차이. Gesellschaft를 커뮤니케이션 합이 아니라, 커뮤이케이션의 구조 중 하나로 보자는.. .그러면 Weltgesellschaft도 새롭게 정의해야하고, Welt와 Gesellschaft의 동어반복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여하튼... 체계이론은 루만에 의해서 완성된 게 아니라 여전히 진화 중이다.
- 영작에 대한 책을 최근 집중적으로 읽었는데, 영어 문장은 참 깔끔하고 세련되게 쓰기 쉽다는 느낌을 갖게된다. 독일어 문장을 읽으면서 갖지 못했던...
- 변산에 내려가서 공동체를 일구고 있는 윤구병 선생 이야기를 읽었다. 어릴 때 놀던 때를 제외하고 가장 재미있게 살고 있다고... 도시로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 (나도 거기에 일조했지만...), 먹고 살 방도를 마련해주려 아직 어린아이들을 다그치는 어머니들... 그 흐름을 거스르면서 행복해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 진중권의 '미학오디세이' 3권을 속독했다. 많이 놀랐다. 특히 2권 이야기는 매우 '체계이론적'이어서... 반갑기도 했고. 물론 루만은 전혀 언급되지 않지만, 에셔, 마그리트 등 현대미술은 물론 정보이론, 싸이버네틱스, 언어철학등등.. 어쩌면 그런 언급 속에서 루만을 떠올린 건 바로 그게 시대정신이어서 그럴 수도... 여하튼 다시 한 번더 꼼꼼하게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다. 책의 성격은 매우 애매하다. 에세이라고 보는 게 나을 듯. 출발점으로 삼아야하지만, 인용할만한 그런 책이 아니라는 말씀. 뭐, 대중들엔 그런 책이 '어필'하겠지만. 김용옥의 책처럼...
- 그 동안 루만에게 영향을 주었던 여러 학자들, 특히 사회학 외부에서 루만이 취했던 학문 흐름을 적극적으로 좇아가지 않았었는데, 진중권 책에서 '영감'을 받아서 좀 찾아보았다. 본격적으로 루만, 체계이론을 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해야 할 작업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면 '미학 오디세이'의 세계와도 만나게 될 것이고... 내가 꿈에 그리던 그런 작업 아닌가.
- 결국 논문에서 가장 중요한 세 축은 체계이론, 세계화/세계사회, bio로 압축되는 것 같다. 내가 가장 많이 공을 들인 분야 아니던가. 돌고 돌아 마침내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
- '아바타'를 봤다. 3D가 아닌 큼지막한 티비로... 줄거리는 너무도 뻔하고 익숙한 것들의 짜집기였다. 오히려 유치할 정도로... 그나마 CG, 테크닉이 볼만한데... 전세계적으로 수조원을 벌어들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호들갑을 떨고, 흥행몰이를 하는 이유는? 누구나 봐야 할 영화로 프레이밍해내는 마케팅 기술의 승리?
- 이번에 눈에 띈 풍경 하나. 파란 스펀지를 달고 다니는 차들이 많다.
새차 출고시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붙여 놓은 거라고 하는데, 색깔도 촌스러워서 당연 떼야 할텐데, 그걸 그냥 붙이고 달리는 차들이 의외로 많은 것. 심지어 그걸 별도로 팔기까지... 엽기적이다. 새차임을 티내고 싶어하는 심리라고 해석할 수 있을텐데, 그런 욕망이 상식적인 미적 감각까지 마비시키나 보다.

그 밖에 새 것을 '격하게' 존중하는 문화의 사례는 많다. 주로 가전 제품이나 컴퓨터를 출고하기 전 보호하거나 설명하기 위해서 붙여진 각종 스티터가 오랫 동안 붙어있는 경우.
- 시내 풍경을 촌스럽게 만드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것들은 뭐니 뭐니 해도 간판들이다. 글씨가 크지만, 따로 만들어서 다는 간판 자체가 너무 크기도 하고, 무엇보다 색깔이 너무 화려한다. 원색에 가까워서 너무 자극적이다. 한국미를 '여백의 미'라고 하는 얘긴 교과서에서 배우는 얘기고, 도대체 채우고, 드러내지 못해서 야단들이다.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광화문 광장이라는데도 참 가관인 모양이다. 시내 자체가 현란해서 눈이 어지러운데 광장이라고 만들어 채우더니, 그것도 모자라 각종 이벤트를 여는 모양이다. 시장의 수준이라기 보다는 평균 시민의 수준이 그 정도라고 믿고 싶다. 여백 없는 삶, 도시... 불안해서 못 노는... 일상화된 위기, 쫓김... 모두 연결되어 있다.
-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다들 '비판'에 너무 민감하다. 정치권은 불문가지고, 인터넷 댓글 커뮤니케이션도 그렇고... 문제는 좀 배운 이들도 그렇다는 것. 초딩적 댓글은 차라리 문제가 되지 않으나, 민족주의 등 민감한 이슈를 건드리는 기사 아래를 보면 먹물깨나 잡순 티가 나는 댓글들에도 가시들이 들어있다 (최근 동계올림픽 싹쓸이 못한 쇼트렉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 프레시안에 동아대 정? 교수가 쓴 글, 개콘 '남보원'에 대한 김종엽 교수의 까칠한 칼럼 in 한겨레 등등). 매사를 비판적으로만 봐서도 곤란하겠지만 - 너무 까칠하면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 일리있는 문제제기기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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