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의 이중 우연성 (타자의 우연적 기대에 대한 자아의 우연적 기대). 커뮤니케이션은 의도한 정보를 서로 전달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왜? 이중 우연성 때문이다. 내 의도는 이미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 지 결정되지 않았다는 우연성을 전제로 해서 형성된다. 객관적 의도란 없다. 상대방의 반응을 고려한 내 의도가 우연적이고, 상대방이 내 의도를 수용하는 과정도 우연적이다. 오해를 피하는 최선의 방식은 모든 관계를 단절하는 것! 그저 침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왜? 침묵도 오해를 낳으니까.
어짜피 오해를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그냥 생각나는대로 내지르는게 현명할 지도 모른다. 적어도 속은 시원할테니... 너무 눈치 없는 것도 문제지만, 한국인들 사이에선 눈치보기가 지나쳐서 문제인 것 같다. 나를 포함해서...
별 대단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는 사람들에겐 건성일지라도 인사만 꼬박꼬박 잘하면 칭찬 받는다. 친한 사람과는 당연히 인사 그 이상의 대화가 자연스럽다. 문제는 애매한 관계일 경우... 그 경우 눈치를 보게 된다. 내가 먼저 인사 이후 다음 대화를 시작해야 하나, 아니, 기다릴까. 무슨 얘길 꺼내야 하지. 왜 내 눈을 피하지? 먼저 아는 척을 할까 등등.
오늘 새삼 느낀 거지만 그렇게 망설이는 순간이 찾아오면 먼저 말을 건네는 게 마음 편하다. 암. 백번, 천번... 상대가 모른 척한다고 나도 모른 척 하지 말 일이다. 외면하는 이도 사정이 있으려니 생각해서 너무 배려하지 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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