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금요일 오후. 이 공간에 머물 날도 며칠 남지 않았다. 그 전까지 끝내야 할 일이 하나 있고. 아. 그 일이란건 이 공간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는 종류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조직에 속해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미련을 둘 여지가 깨끗이 사라져서 오히려 홀가분하다. 당분간 한참 동안은 마음을 새롭게 다잡아서 몸을 웅크려야 한다. 더 높고 멀리 뛰기 위해서... 그 동안 웅크릴 힘을 비축했다고 생각하면 될 듯.

읽지는 않았지만 독일 사회학자 악셀 호네쓰 (Axel Honneth)가 쓴 '인정투쟁' (Anerkennungskampf) 라는 책이 있다. '인정'(認定)... 어쩌고 하는  얘길 들을 때면 떠오르는 책. 인정하면 생각나는 이야기도 있다.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신을 기쁘게 해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한다." (士爲知己者死 女爲悅己者容. 예양의 고사란다). 인정... 자신을 알아주는...
즐겁게, 보람있게, 행복하게, 때로는 세계평화를 위해서 산다고 하지만, 결국은... 그래... 결국은 전부 인정받고 싶은 것 아닌가? 스스로 만족한다? 정말 혼자만 만족한다면 그런 만족은 결코 오래 갈 수 없다. 자기 만족도 결국 남에게서 인정받아야 완성되는 것이다.
인정받기 위해서 그토록 애를 쓰는 것 아닌가. 아침마다 옷장과 거울 앞에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때론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영화, 책, 티비 프로그램 등도 챙겨 보고...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 것 이상으로 과장하기도 하고...
늘 당당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살기! ( 스스로 인정하기!)  사실 그것 역시 타인의 인정을 얻기 위한 전략 중 하나일 따름이다. 존재는 관계 속에서 비로소 존재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 독립적이기 위해서 관계를 맺어야 하다니... 자기 만족(자기 인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타인의 인정이 필요하다니...

(그 공간에는 좀 더 머물게 되었다. 어쨌거나 몸을 움크려서 더 멀리 뛰기에 조금이라도 더 좋은 환경임에는 분명하니 잘 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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