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용'하는 도서관 중 하나가 신축되어 국립중앙도서관 본관에 연결되어 있는 디지털도서관. 2009년 5월 개관한 탓에 두 말할 필요 없이 깨끗하고, 건물, 설비에 돈을 아끼지 않은 흔적이 역력하다. 유리벽에다 천정도 매우 높아 어디에서 보든 눈이 시원한 건물이다. 출입구엔 자동문이 달려 있고 윗층으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까지 있으니... 컴퓨터, 모니터 등 모두 반짝반짝 빛난다. 허나 막상 내가 주로 찾게 되는 노트북 전용석의 책상이나 의자는 무척 후지다. 아마 과도한 설비투자에 대한 비판을 염려해 조금이라도 싼 구석을 만들어 만들어 보려는 윗선의 전략적 개입 탓인 아니었을까 나름 상상력을 동원해 본다. 하지만 이 공간엔 더 웃기는 일들이 널려 있다. 예를 들어...
이 곳을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자동문과 에스컬레이터가 작동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이유를 친절하게 붙여 노셨다. '에너지 절약'이란다. 정부시책, 어쩌구 저쩌구... 과도하게 럭셔리하게 만들어 놓고선 막상 전기요금이 무서워서 아낀단다. 멍청한... 더 재미있는 건 찾는 사람들도 별로 없는 안내석 두 곳엔 각 세사람씩, 도합 육인이 - 대부분의 시간 - 앉아 있다. 오고 가며 그들이 앉아서 쳐다 보고 있는 모니터를 훔쳐 보는데 대개 내게도 익숙한 화면들이 떠 있다. 네이버, 다음, 싸이, 페이스 북 등등. 뭐 가끔씩 업무 관련 화면도 뜨겠지만 내 눈을 피해서 업무를 보는지 아직 목격하진 못했다 (아, 아래 층 삼인의 경우 방문객과 마주 보고 있어서 그들이 하루 종일 쳐다보고 있는 모니터를 확인할 수 없긴 하다).
우습지 않은가. 전기요금은 아끼면서 그런 잉여 인력을 고용하는 건 무슨 심보인가? 에너지 절약과 실업자 구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기가막힌 묘수인가? 한심한... 화려하다 못해 의리의리한 건물, 애써 만들어 놓고 세워두는 에스컬레이터 (그러다 썩겠다. 가끔씩 기름칠은 해 두시길...), 하루 종일 멍청하게 컴퓨터 화면만 쳐다보고 있는 젊은이들. 하지만 이런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고 꽤 잘 어울리는 21세기 대한민국. 아...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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