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3일 월요일

한국에서 진보적이기...

진보, 보수를 나누는 기준이 무엇인지 말하기 쉽지 않지만 그냥 넘어가자. 한국에서 어떤 발언이 '진보적'으로 해석되기, 다시 말해'진보적'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하기란 참 쉬운 것 같다. Facebook '친구들'과 그들의 친구들이 올리는 단문들을 보면 한국 사회 여기 저기에 있는 비상식적인 상황에 대한 비판적 - 그래서 진보적? - 성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재미있는 건 대부분 건전하고도 합리적 상식을 기초로 삼고 있는 내용이라는 것. 시절이 얼마나 한심하면 '상식'을 얘기하는 게 '진보적'으로 들린단 말인가. 한국 우파들의 저렴함, 천박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장면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런 상식적 발언들을 적지 않은 에너지를 써가며 해야 하는 그런 몰상식적 상황에 대한 분노나 안타까움... 하지만... 그런 분노, 안타까움의 표출이 반복되면 그것 역시 지루한 일이 되어 버린다. 진보의 색깔은 원래 지루함과는 거리가 멀다. 도발, 전복... 뭐 그런 쪽이어야 할 것이다. '상식'을 강조하고, '원칙'을 지키자, '교양'을 키워 나가며... 이건 원래 전형적인 '보수' 영역인데, '진보'가 그런 영역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서 그럴까... [요샌 좀 다른 것 같지만, 한국에서 rock은 오랫동안 고급, 엘리트 문화였다. 뭐, 이런 현상과 연결되지 않을까?]
다시 말 해 한국에서 진보적이긴 어렵지 않지만, 아니 진보적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하기란 어렵지 않지만 그게 어떤 진보인가, 과연 진보인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는 것. 몰상식에 대한 관습화된 비판은 착한 시민과 착한 사회, 그리고 적절한 여유와 문화를 즐기는 교양있는 중산층 문화의 확대... facebook의 담론은 대부분 그런 수준에서 재생산되는 것 같다. [아, 물론 내가 딱히 진보적이란 건 아니다. 나야 말로 방금 기술한 그런 모습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 중 하나아닌가. 굳이 표현하자면 자유주의자에 가깝다. 요지는... 성찰을 요구하는 그런 담론을 한 번 까칠한 시선으로 딴지걸어보자는 것].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갈팡질팡 정체성 혼란에 빠졌던 '민주화' 세대. 민주화 같은 뚜렷한 공동 목적을 잃고, 진보적 담론의 일부를 '정권'이 가져간 상황에서 - 예를 들어, 참여라는 가치. 이름부터 떡하니 참여정부로 짓지 않았던가? - 선명한 대립 전선을 만들어 내기 힘들었던 그런 세력/담론에 멩박씨는 참 구원자였다. 내가 자주 강조하지만 멩박 정부의 역사적 의의는 바로 한국 우파들의 수준(과 그에 부화뇌동하는 '대중'의 수준)을 만천하에 드러낸 데 있지만, 현재적 시각으로 보면 '민주' 정권을 지지하기도 비난만하기에도 어정쩡해 하던 이들을 다시 반정부 전선으로 결집시켜 준 데서 찾을 수 있다.

어쨌든 그런 천박하고도 몰상식한 무리들이 득세한 결과로... thanks to 2mb... 한국에서 진보적이기, 권력에 비판적이기...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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