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30일 화요일

過恭非禮 혹은 過猶不及



윗 그림에서처럼 '4천원이십니다'라고 얘기하는 사람들 참 많다. 가게 주인이 그렇게 하도록 가르치는 건지... 이런 표현을 써서 미안하지만 '역겹다'. 은행이나 마트에서 '어서 오십시오'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 직원들이나 지하철 역사에서 발견한 '고객님, 사랑합니다'라는 문구를 볼 때 그런 것처럼...

ps) 음. 최근 쓴 글 내용이 좀 어둡다. 심리상태, 무의식 탓일까? 2010년 12월이 코 앞에 와 있어서 그럴까? "좋은 지성은 유머여야만 한다"라는 소리가 저 밑에서 들리는 듯...

ps 2) 널리 잘못 쓰이고 있는 표현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다르다/ 틀리다"를 구분하지 않는 경우 (대부분 '다르다'를 써야 할 자리에서'틀리다'를 씀). 이 '문제'는 꽤 널리 알려져 있고 적어도 방송작가들이나 피디들은 대부분 인지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출연자가 '틀리다'라고 잘못 얘기하는 경우에도 자막엔 '다르다'라고 고쳐서 나오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니까. 또 다른 흔한 경우로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인사말. 좋은 하루를 보내실 수는 있어도 좋은 하루가 되실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선생님 = 좋은 하루??? 이걸 지적하는 얘기는 거의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한국사람들의 한국어 말하기, 글쓰기 실력이 대체로 좋지 않다는데 있다. 오랜 만에 '모국어'만 쓰는 환경 속에서 살다 보니 그런 경우가 무척 자주 눈에 띈다. 그런 사례들을 모아서 책을 내고 싶을 정도로... 언어는 그저 한갓 의사소통의 수단만이 아니다.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매체와 표현방식이 내용을 결정한다 ("the medium is the message!"). 그런 저런 이유로 난 이 나라를 '영어 공화국'으로 만들지 못해 안달을 내고 있는 '관계자'들을 매우 '싫어한다' (더 센 표현을 쓰려다 참았음 =_ =;;) 반대로 쉽고 정확한 한국어를 쓸 줄 아는 사람들은 다시 보게 되고... (학술 논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2010년 11월 29일 월요일

귀국 후 자주 언급하거나 생각하게 된 단어로 꼽을 수 있는 것들에.... '기본', '상식', '예의', '허접', '천박' 등이있다. 다시 한 번 이런 단어들을 상기해야 할 일이 생겼다.

재벌가 2세, 50대 남 야구방망이 폭행 논란
MBC 2580 “최철원 M&M 전 대표, 때리고 2천만원 매값 줘”

한화 그룹 김승연 회장이 아들과 싸운 이를 청계산으로 끌고 가서 폭행했던 사건이 겹쳐 떠오른다. 가죽장갑을 끼고서... 가죽장갑, 야구방망이... 잘 어울린다. 생각할수록 열이 화악 올라오는걸... 심한 말을 해 주고 싶지만 참기로 한다. 걔네들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일반인'을 이해하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 에이, 뭐 그 정도 일 가지고.... 그들이 자주 쓸 것 같은 표현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려 한다: 에라 이 천(박)한 것들. 못 배운 애들은 꼭 티를 내요 티를 ...

2010년 11월 28일 일요일

think, thank

목사님, 설교 중에 think와 thank 어원이 같음을 언급. 결론은 생각해보면 감사할 수 있다는...
영어 어원 사전을 찾아보니 이렇게 나온다.

think: Akin to OE thenc(e)an, to think, is thancian, whence ‘to thank’

고마운 마음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도 하지만, 아닌게 아니라 때론 좀 생각을 하고 준비를 해 둘 필요가 있다. 특히 자주 보지 못하는 경우...

2010년 11월 27일 토요일

„우리 전통 회화에 강렬한 명암대비와 이에 기초한 실존적 불안의 이미지를 보기 어렵다는 점은 그만큼 우리에게 근대가 늦게 다가왔음을 시사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주헌, 지식의 미술관 , 79쪽)

출근하는 도서관 일층에 전시 공간이 있는데 거의 매주 새로운 전시회가 열린다. 다양한 장르의... 물론 대개 '동호회' 수준이지만 그 덕에 그 동안 못보던 '한국화'도 실컷 볼 수 있었다. 오랜 만에 본 탓인지 처음엔 신선했는데 몇 번 거급 보다보니 뭔가 불만족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언젠가 갈무리해두었던 윗 글 내용이 생각났다. '강렬한 명암대비'가 없기 때문에 담백한 맛은 있으나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수채화'와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강렬한 명암대비' '실존적 불안의 이미지'는 대개 '유화'에서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색도 그렇지만 덕지 덕지 붙어 있는 물감, 게다가 몇 번 겹쳐 바르기까지 한 그 물감은 그 자체로 '깊이'에 대한 느낌을 전달해 준다. 하지만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유화를 '깔아 놓으면' 그런 특징이 잘 살지 않는다. 평면에는 오히려 평면적인 한국화, 수채화가 더 어울리는 듯. 게다가 '여백미'까지 갖추고 있으면 금상첨화. 비워 놓은 그 공간이 단순함, 소박함에 깊이를 더해줄 수 있는 장치인듯. (한국화의 경우 '글씨'가 덧붙여지면 그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수도...)
많지 않은 방문객의 발길마저 끊어질 수 있겠다는 '절박함'(^^)에서 모처럼 - 훨씬 쉬운 종류이긴 하지만 - '창작의 고통'(!)을 한 번 감내해 보려 한다.

우선 오늘 아침 캄캄한 서울 하늘을 뚫고 비와 '눈' 비슷한 것이 섞여서 내리고 있다. 이제 확인해 보니 내리는 그것의 정체는 '비'에 가까운 것 같다. 첫 눈이 이미 왔었다는 '설'도 있고 혹자는 오늘도 눈이 내렸다고 '주장'하겠지만 난 이 정도로는 눈이 왔다고 '인정'해 줄 수 없다. 아직 심리적 월동 준비가 덜 된 탓에 괜히 우기는 거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 아직 빨간 단풍잎도 많이 달려있고 겨울 특유의 그 스산하고 메마른 냄새도 아직 나지 않는다.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이 정도 농도면 멘자 커피에 뒤지지 않을 듯. 사실 한국에서 어떤 커피를 마시게 될 지 긴장했었다. 뭐 변덕스런 입맛이 환경 변화에 적응한 탓일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만족스럽다. 한국 커피 문화 수준이 꽤 올라온 듯. 한국 '전통 커피'는 주로 식당에서 공짜로 제공되는 것을 마시게 되는데 가끔씩이라면 나쁘지 않다. 하지만 때론 그 믹스 커피 냄새가 역겨울 때도 있는데 값싼 인공의 냄새 ... 그러고 보면 한국 문화의 부정적인 측면으로 꼽을 수 있는 몇 가지 특징들은 서로 연결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단 것 좋아하기, 원색 좋아하기, 직선적이기....).

연평도 사건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물론 이런 판단은 대중매체를 근거로 해서 내린 것. 한국 대중문화, 연예산업이 꽤 '짤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고 전반적으로 질도 좋아진 건 이번에 직접 확인한 사실이지만 그런 싸구려 대중문화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공기는 한 마디로 천박하고도 천박하다. 연평도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정말 천박한 수준이다 (신문, TV...). mb 정부가 천박하다는 건 이미 온천하에 들통난 '팩트'지만 그것을 왈가왈부하는 가장 중요한 매체인 언론의 수준 역시 거기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북녘에 있는 '동포'라는 이들, 아니 그들의 수뇌부들의 수준 역시 천박하긴 마찬가지고. 어쨌든 가장 심한 욕은 mb 정권에게 향해야 한다. 실용주의 어쩌고 할 때 이미 알아봤지만 뚜렷한 지향점이나 세계관 없이 시류에 몸을 내맡기겠다는 그런 부류 인간들에게 가장 힘든 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 즉 아직 시류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단 내리기다. 그런 면에서 좌파라고 비난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자유주의 우파에 가까운 이전 두 정부와 이런 면에선 비교된다. 그런 도발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여러 수단을 통해서 '억제'하지만 감히 그런 도발을 하면 다시는 감히 그런 마음을 먹지 못하도록 혼쭐을 내주는 것. 흐리멍텅... 실질적 타격은 입히지 못하면서 관계만 악화시켜 놓았다가 막상 이런 상황이 닥치니 '확전' 되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전전긍긍. 지도자는 '잔머리'가 아닌 '세계관' '역사관'을 가져야 한다. 아, 그 양반과 그 무리가 푸른 지붕 밑에서 살고 있는 게 슬프고 2년 후면 그 집 주인이 바뀔텐데 데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새주인 역시 별로 나을 것 같지 않아서 더 슬프다.

앗, 수신자의 처리 용량(2mb)을 훌쩍 뛰어넘는 많은 정보를 전달했다. 게다가 그 와중에 은근히 '열'이 서서히 올라오는 것 아닌가. 자제해야지... 스트레스 받으면 나만 손해... Themawechsel!... 하려고 했는데 작가 사정상 오늘은 여기에서...

ps) 한 가지 얘기만 덧붙이련다. 꿈 얘길 가끔씩 했던 것 같은데 경험적으로 보아서 무의식 세계가 중요한 것 같기 때문이다. 의식의 세계에서야 어떻게든 이런 저런 생각, 마음을 조정하면서 가면을 쓴 채 연기할 수 있지만 그런 제어장치가 풀린 상태에서 비로소 내 심리상태의 '본질'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부 기억하고 있는 어제 꿈 내용도 아주 끔찍했다. 아주... 내면세계를 더 투명하고 맑게 가꿀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010년 11월 23일 화요일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정희성)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
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네

*아메리카 원주민 아라파호족은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 부른다

2010년 11월 15일 월요일

유머는 진부함을 거부하는 태도다.
좋은 유머는 지성의 결정체다. 반대로 좋은 지성은 유머여야만 한다.

2010년 11월 12일 금요일

미움, 사랑

'Nicht der Haß, wie die Weisen sagen, sondern die Liebe trennt die Wesen und bildet die Welt (...)" (F. Schlegel)

Schlegel, F. (1980) [1799] Lucinde. Werke in zwei Banden, Vol. 2. Berlin, Aufbau Verlag (p. 74)

"미움이 아닌 사랑이 존재/인간을 나눈다"

2010년 11월 8일 월요일

이별노래 (정호승 시, 이동원 노래)

정호승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나는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ps) 낙엽이 비처럼 떨어지는 날... 이별하다... 이 노래가 생각났다

2010년 11월 3일 수요일

"개인주의 없는 개인화"

Chang, Kyung-Sup/ Song, Min-Young (2010), The stranded individualizer under compressed modernity: South Korean women in individualization without individualism, in: The British Journal of Sociology 61 (3): 539 – 564

 매우 흥미롭게 읽은 주장이다. 무엇보다 "individualization without individualism"이란 표현이 마음에 들었고. 이 표현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 응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근대화의 특징을 간명하게 표현하는 방식일 수도... 근대의 구조와 의미론(문화)을 구분하는 루만 도식을 따르자면 구조적 근대화가 문화적 근대화에 앞서는 것으로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윗 논문의 저자는 훨씬 더 복잡한 방식으로 '여성의 개인화'를 설명하지만, 난 오히려윗 논문의 테제를 매우 단순하게 도식적으로 가져오는 게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2010년 11월 1일 월요일

"장점은 신이 내리지만, 단점은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양준혁은 후배 선수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야구는 단점과의 싸움이다. 상대의 단점을 파악해 공격하고, 내 단점을 찾아내 방어해야 이길 수 있다. 대타자가 되고 싶다면 자신의 단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는 게 우선이다.”

정확한 지적이다. 장점은 신이 내리지만, 단점은 신이 도와도 극복할 수 없는 문제다. 오직 자신의 의지로만 해결할 수 있다. 단점을 간과한 이상, 성공은 결코 쉽게 이뤄지지 않는
다." (박동희 칼럼 중)

p.s.) 독일에서 한동안 Sueddeutsche Zeitung 을 구독한 적이 있었는데 스포츠면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었다. 대개 경기 내용이나 결과만 전해주는 짧은 기사들이자만 그 속에서 인문학적 교양과 스포츠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어우러진 맛깔스러운 기사들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 수준이 전반적으로 저급한 편이지만 특히 스포츠 저널리즘은 그 중에서도 밑바닥을 깔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천박함이 대세인 그 쪽 업계에서 가끔씩 튀는 기자들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야구 전문인 박동희 기자. 심지어 그의 블로그에도 정기적으로 들르곤 한다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