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7일 토요일

„우리 전통 회화에 강렬한 명암대비와 이에 기초한 실존적 불안의 이미지를 보기 어렵다는 점은 그만큼 우리에게 근대가 늦게 다가왔음을 시사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주헌, 지식의 미술관 , 79쪽)

출근하는 도서관 일층에 전시 공간이 있는데 거의 매주 새로운 전시회가 열린다. 다양한 장르의... 물론 대개 '동호회' 수준이지만 그 덕에 그 동안 못보던 '한국화'도 실컷 볼 수 있었다. 오랜 만에 본 탓인지 처음엔 신선했는데 몇 번 거급 보다보니 뭔가 불만족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언젠가 갈무리해두었던 윗 글 내용이 생각났다. '강렬한 명암대비'가 없기 때문에 담백한 맛은 있으나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수채화'와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강렬한 명암대비' '실존적 불안의 이미지'는 대개 '유화'에서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색도 그렇지만 덕지 덕지 붙어 있는 물감, 게다가 몇 번 겹쳐 바르기까지 한 그 물감은 그 자체로 '깊이'에 대한 느낌을 전달해 준다. 하지만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유화를 '깔아 놓으면' 그런 특징이 잘 살지 않는다. 평면에는 오히려 평면적인 한국화, 수채화가 더 어울리는 듯. 게다가 '여백미'까지 갖추고 있으면 금상첨화. 비워 놓은 그 공간이 단순함, 소박함에 깊이를 더해줄 수 있는 장치인듯. (한국화의 경우 '글씨'가 덧붙여지면 그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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