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조광래 감독은 참 '난 사람'인 것 같다. 이란 전 직후 인터뷰에서 그 양반, 보통 '국민'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자리에 '팬'이란 표현을 썼다는 것 아닌가. '국민의 성원에 감사' 운운하지 않았다는 말씀이다. 의도한 바였든 평소 생각, 소신이 반영된 표현이었든 간에 참 신선했다. 반면에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젊디 젊은 아나운서 입에서는 '태극전사' 소리가 떠나질 않는다. 어제는 '한일전은 전쟁'이라는 한 젊은 선수의 발언까지... 과연 조광래 감독은 오늘 한일전 이후 인터뷰에서도 '국민' 대신 '팬'이라고 부를 것인가. 내겐 사뭇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아.... 원래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지금 해야 하는 일들을 즐기는 마음으로 하자는 다짐이었다. '즐기기'가 담고 있는 의미를 좀 넓은 뜻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예를 들어 시를 쓰는 경우! 써야겠다고 마음 먹어서 나오는 게 아니라 뭔가 하고 싶은 말이 흘러 넘치는데 그걸 산문이라는 그릇으로 담을 수가 없어서 시라는 형식을 택하는 뭐 그런 것 말이다. 비록 어쩔 수 없이 '논문'이라는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중요하고 재미도 있는데 남이 하지 않는 얘기, 결국 내가 듣고 싶은 그런 얘기를 해 보자는 말이다.
ps) 역시 즐기는 일도 잘 될 때 가져다 붙일 수 있는 얘기다 (물론 '즐김'을 얘기하는 경우 잘된 '결과'보다는 잘된 '과정'이 중요하긴 하지만... ). 어젠 선수들도 감독도 '팬'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경기였다. 게다가 결과까지... 그래서 조광래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는 차마 볼 수 없었다. '일본전은 전쟁'이라고 했던 그 젊은 친구는 골을 넣은 후 '원숭이 세레모니'를 펼쳤다. 전혀 재미있지도, 웃기지도, 시원하지도 않았다. 오늘 기사에서 확인한 바로는 가장 어린 친구는 "일본전에선 반드시 이기고 싶었는데..."라면서 펑펑 울었다고도 한다 (분명히 그 선수의 심리상태는 훨씬 더 복잡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사에서 그런 식으로 해석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벌써 많은 걸 얘기한다). 반면에 "일본이 강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제목을 단 기사가 '버젓이' 올라와 있고, 심지어 '원숭이 세레모니'를 비판하는 기사도 여럿 있었다. 그래. 그렇게 조금씩 변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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