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는 영국 출신의 법학자 겸 언어학자다. <아시안 잉글리시>는 25년째 아시아에 살면서 이 지역을 구석구석 다닌 그의 눈에 비친 ‘영어 풍경’이기도 하지만, “여러분은(아시아인들) 왜 그렇게 영어에 집착하지요?”라고 묻는 한 서양인의 질문이기도 하다.
아시아인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침투한 영어는 싱글리시, 타이글리시, 콩글리시 같은 현지 영어를 만들어 냈다. 이런 영어는 문법과 어순이 어긋나고, 근거 없는 단어의 조합도 많지만 현지에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국의 한 대출회사는 ‘貸(대) me more’란 이상한 광고를 냈는데, 데미 무어를 연상한 중국인들에겐 그만한 광고가 없다. 자동차 핸들(handle)이란 표현을 영어권(steering wheel)에서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한국에선 일상용어다. ‘Let’to go for steamboat’(증기선 타러 가자)는 말레이시아에서 생선스튜 먹으러 가자는 표현이다. 그 나라 문화를 수혈받아 적응하고 변형된 ‘다른 영어’를 ‘틀린 영어’로 부를 수 없다는 게 지은이의 견해다. 한국에서 핸들이란 단어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원어민’의 문제이지, 한국 사람들 탓은 아니다. 영어권에선 거꾸로 아시아와 소통하기 위해 아시아 영어를 알아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그러니 근거도 없는 원어민 영어나 표준 영어에서 해방될 것을 주문한다. 언어의 목적은 소통에 있지, 잘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는 익숙한 명제와 함께."
p.s. 1) 당연히 번역서일 거라는 생각에 원전을 찾으려 '구글'해보았더니 왠걸 재미있는 정보를 알려 준다. 저작 소개에 이런 내용이 있는 것. "2009 (forthcoming): English in Asia, Asia in English. Seoul: Prounsoop" 물론 번역을 하긴 했겠지만 '푸른숲'이 기획해서 한글로 처음 출간된 책인 듯하다. 한국 출판계가 이런 '짓'도 하다니. 사실이라면 참 기특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옆에 있다면 머릴 쓰다듬어 주고 싶다. ㅎㅎ
p.s. 2) 오래 전 IHT 기사에서 이젠 "English"가 아니라 "Englishes"라고 불러야 한다는 내용을 읽은 기억이 있다. 재미있게도 English를 modernity로 바꾸면 기가막히게 비슷한 논의를 펼칠 수 있다. "modernity"와 "modernities" 사이의 논쟁 말이다. 흠. 이 얘긴 길어질 테니까 새로운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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