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重 근대성, 重層 근대성 (역사적..) 논의가 갖는 장점이자 약점은 비교문명사적, 비교역사사회학적 접근이라는 점. 역사적으로 충실한 접근일 수 있겠으나 근대성/근대화가 가지고 있는 국제성, 세계성, 세계사회성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근대성 기원에 "집착"하기 때문에 빚어진 사태가 아닌가 싶다. 근대성이 서구에서 기원했다는 서구중심주의자들, 유럽중심주의자들, 베버의 후예들에게 어떻게든 보기좋게 한 방 먹이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문명, 종교, 국가 등 지역을 그 비교 출발점으로 삼지 않을 수 없는 것. 서구만이 근대성의 중심이라는 주장을 깨고 싶지만, 바로 그 때문에 서구/비서구라는 도식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역설이라면 역설이다. 후기 혹은 2차 근대, 혹은 포스트모던이라고 불러도 좋을 당대를 설명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학자라면 그런 접근이 불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다. 물론 '비서구인'으로 자긍심은 일부 회복할 수 있겠지만... 물론 근대성의 기원에 대한 비교역사적 접근은 그 나름대로 큰 가치를 지닌 분야이나, 당대와 앞으로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선 그런 기원에 대한 집착은 버릴 필요가 있다. 역사적 결정론, 경로의존적 사고 말이다. 근대화의 특징은 바로 세계적 차원으로 확산되었던 것이고 그런 변화는 과거와 질적으로 단절되는 혁명적 변화라고 봐야 할 것이다. 세계가 근대성의 틀로서 완전히 새롭게 재편되었고, 그 이전 역사는 그 구도 속에서 새롭게 창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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