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복잡함, 그 복잡함을 그대로 좇아가면서 이해하려고 든다면 우린 정보 과잉 상태에서 한 순간도 벗어날 수 없고 이내 처리 용량 부족으로 인한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사회는 그런 파국을 피하기 위해서 다양한 메카니즘을 갖추고 있다. 신뢰, 돈, 조직, 역할, 문화, 하비투스 등등. 그러다 보니 복잡성을 너무 줄이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어른들' 커뮤니케이션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세상을 보고 해석하는 틀을 갖추어서 어떤 유형의 새로운 정보도 그 틀에 따라 해석된다. 더할 나위 없이 효율적이고 편리한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세상을 '빨갱이'와 '자유민주주의자' 의 공존으로 이해하는 경우. 스스로를 자유민주주의자로 규정하면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하는이들을 '빨갱이'로 모는 경우. 모든 잘못된 걸 한 두 사람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자주 본다. 한 때 노무현 프레임이 유행했고, 후속작으로 'mb 때리기' 놀이가 있었다. 여하튼..
때론 복잡한 사태의 핵심을 짚어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요령도 터득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지식, 이론이라도 진정한 대가들은 비전문가들에게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대개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이 어려운 어휘, 개념 등으로 무식을 감추려고 한다. 하지만 내공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사태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요약하면 그런 경우도 참 답답하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어설프게 주워들은 지식이나 경험을 앞 세우는 경우, 참 '대략 난감'이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류의 상황인식이나, '(매우 복잡해 보이던) x는 알고보니 y더구만...' 같은 단문 정의...
우리 사고는 '복잡성 인식' - '단순화 시도' - '복잡성 인식'.... 이 이어지면 성숙해지고 깊어질 것이다. '어른들'은 '단순화 시도'에서 머무르는 인간들을 지칭한다.
2011년 4월 20일 수요일
2011년 4월 19일 화요일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서서히 달궈지고 있는데 벌써 상당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듯.
응원하는 팀이 지거나 졸전을 펼치면 인터넷 중계 화면 댓글공간엔 온갖 욕설들이 모인다. 좋게 보면 다 팀에 지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리 안타까워하는 거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유불급! 그런 쓰레기 같은 언어를 배설하면서 본인은 시원함을 느낄지 모르겠으나 그 악취 때문에 괴로워하는 이들 생각도 좀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프로야구팬들 수준이 꽤 높아졌음을 느낄 수는 있다. 경기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이 보인다. 보는 즐거움을 기대하는 것! 졸전을 펼쳐보이고 어찌 어찌 이기는 것보다는 지더라도 멋있게 지는 모습을 원하는 것.
선수와 감독에 대한 기대를 구분해 볼 수 있을 것.
선수에 대해선...
"그냥 놔둬라. 누구보다 본인 스스로 안타깝지 않겠나... " 뭐, 다 일리 있는 말씀들이다.
하지만 자신 없어서 주눅들어 있는 게 역력이 드러나는 모습이나 점수 차이가 나서 포기하고 대충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참 불편하다.
지난 해 은퇴한 양준혁 선수는 그런 점에서 참 좋은 본을 보였다. 내야 땅볼을 치고서도 전력 질주하던 모습... 최근 해설을 하는 경기에서 이런 얘길 남겼는데... 3할을 치는 타자라도 10번 중 7번은 실패할 수 밖에 없는데 실패했다고 너무 쉽게 물러서면 안된다. 자신은 아웃되더라도 결코 쉽게 죽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 근성, 깡이라고도 얘기하는데... 모름지기 그런 게 있어야 한다. 어디 선수 뿐이랴. 물론 승부욕이 지나치면 그것도 좋은 일은 아닐 것. 가끔씩 욕심이 지나치고 분을 참지 못하는 모습도 보는데 그런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선수 생활 오래 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과엔 겸허할 수 있는 여유가 있지만, 그 순간 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끈질지게 물고 늘어지는 그런 근성!
양 선수는 이런 얘기도 남겼다고 한다. '다치지 않는 것도 실력이다.' 여하튼 철저한 자기관리, 근성의 선수...
허나 운동이 어디 열심히만 한다고 될 일인가. 운동 지능을 갖춰야 한다. 난 실제로 뛰어나 운동 지능을 가진 선수들을 좋아한다.
감독에 대해선...
야구만큼 감독의 역할이 결정적인 운동경기도 없을 것.
평소 선수 관리, 경기 운영으로 나눌 수 있을텐데....
수년 째 1위를 하고 있는 SK 와이번스의 경우 이기려는 욕망이 지나쳐서 가끔씩 상대 팀과 그 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불쾌함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다른 팀 팬들이 부러워할만 강한 팀의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객관적으로 실력이 월등하진 않음에도 근성과 응집력으로 이길 줄 아는 팀! 물론 거기엔 감독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넥센 같은 경우에도 감독....
2011년 4월 8일 금요일
영화평론가 - 에다 요샌 방송인이기도 한 - 이동진 씨가 최근 인터뷰에서 재미있는 말을 남겼다.
정말로 그런 마음을 먹고 살았는다면... 참 잘 된 경우다. 차악만 골라 살았는데 저 정도면... 허나 그의 인터뷰 다른 부분을 보면 의심스럽다. 중고등학교 시절 음악에 대해서 가졌던 열정 같은... 혹은 신문사를 그만두는 얘기 등. 그건 차악을 선택하는 사람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최선아니면 차선이라도 얻으려고 앞만 보고 뛰는 사람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삶을 위해서라면 때로 '최선','차선'처럼 보이는 일도 쉽게 포기할 수 있다... 그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쉽게 포기하지만 결국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해나간다면 그처럼 최선인 삶도 없지 않을까? 어떤 지향점 없이 차악만 골라서 과연 만족할 수 있는 인생을 살 수 있을 지 의심스러워서, 그리고 셈나기도 해서, 말꼬리를 한 번 잡아 보았다.
나이가 들수록 맺게되는 관계가 넓어진다. 다양한 역할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 복잡성! 어떤 경우에서건 복잡성을 줄이려면 단순한 '원칙'을 지켜야 하는데,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 공정성! 'fairness'! '페어 플레이'할 때의 그 '페어'... '편애'나 그런 오해를 살만한 언행을 피하기! 아래 사람을 대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아닌지.
김응룡 감독얘기였던 것 같은데... 그 양반은 그런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선수들과 식사한 번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너무 인간미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특정 선수에 대한 호/불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감독들보다 고수인 것 같긴 하다. 감독이 편애를 드러내고 상식적인 판단으로 이해하기 힘든 선수기용을 하면 팀워크는 무너지게 되어있다. 적은 대개 내부에 있는 법이니까.
또 목숨 끊은 카이스트 학생...무슨 일이?
올 들어서만 네 번째...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의 '뒤늦은 후회'
"안팎에서는 잇단 학생들의 죽음의 원인으로 '무한경쟁'을 꼽고 있다. 서남표 총장은 지난 2007년 취임직후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한 학생들에게 학점이 4.3 만점을 기준으로 3.0 이하가 되면 벌금 형식의 등록금을 내게 했다.
학점을 돈으로 계산해 학점 3.0 이상은 수업료를 면제하고 2.0~3.0미만은 0.01점마다 6만원씩 본인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평점이 2.0미만일 경우에는 수업료 600만 원과 기성회비 150만 원 전액을 본인이 내도록 했다. 학생들이 수업료를 낸 비율도 2008년 4.9%, 2009년 8.0%, 2010년엔 12.9%로 매년 늘어났다."
"서 총장은 "지금의 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학부모님들께, 학생들께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 일을 되돌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올 들어서만 네 번째...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의 '뒤늦은 후회'
"안팎에서는 잇단 학생들의 죽음의 원인으로 '무한경쟁'을 꼽고 있다. 서남표 총장은 지난 2007년 취임직후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한 학생들에게 학점이 4.3 만점을 기준으로 3.0 이하가 되면 벌금 형식의 등록금을 내게 했다.
학점을 돈으로 계산해 학점 3.0 이상은 수업료를 면제하고 2.0~3.0미만은 0.01점마다 6만원씩 본인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평점이 2.0미만일 경우에는 수업료 600만 원과 기성회비 150만 원 전액을 본인이 내도록 했다. 학생들이 수업료를 낸 비율도 2008년 4.9%, 2009년 8.0%, 2010년엔 12.9%로 매년 늘어났다."
"서 총장은 "지금의 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학부모님들께, 학생들께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 일을 되돌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오늘 확인한 오마이 뉴스 기사 중 일부다. 경쟁은 사람이 가진 - 때로는 본인도 가진 줄 몰랐던 - 역량을 끌어내기 위한 좋은 장치다 ('나는 가수다'가 좋은 사례고). 하지만 역시 지나치면 안된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아니, 경쟁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숨 쉴 틈을 줘야 한다. 채찍과 당근... 조임과 풀림... '개혁 피로' 같은 표현도 있지 않은가. 야구에서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꼽는 게 '완급조절'이고.
2011년 4월 7일 목요일
사람은 누구나 자기 중심적으로 판단하고 이해한다 (라쇼몽 효과!). '이기적'라는 말이다. 거기에서 자유롭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타인을 '이기적'이라고 자신있게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타적인 것처럼 보이는 행동에서도 대부분 이기적 동기를 찾아낼 수 있다. 그런 이기적 인간들이 자기 중심적으로 해석한 내용들이 서로 충돌할 때... 그런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결국 그 중에서 자기에게 편한 방식을 선택한다. 또 다른 갈등, 충돌... 그렇게 끊이지 않는 위기 속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지속되고 사회생활이 유지된다는 것. 기적이다 기적.
그 기적의 비밀을 파헤치라는 임무가 바로 사회학자에 주어진 것 아닌가? 이중, 삼중 우연성 속에서 피어나는 '질서'를 설명하라는? 역할, 제도, 문화, 성찰성, 성찰적 점검, 상호작용, 신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