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에서 등장하는 '상호작용'이라는 우리말 단어는 interaction, Interaktion의 번역어이다 (사실 그 아이디어의 저작권자는 Simmel 이고 그는 'Wechselwirkung'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이게 미국에 건너가서 interaction이 되었고, 그것이 독일에 수입되어 Interaktion이 되었다. cf. Jaworski 1995). 허나 '상호작용'이 너무 물리적 -혹은 비인간적인 - 느낌을 주기 때문에 '교섭'(交涉)이라는 대체어를 제시한 학자도 있었다 (박영신). 'action'을 '작용'으로 번역하는 것이 어색하긴 한 것 같다. 허나 inteaction은 대면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가리키니 (이는 루만의 정의일 뿐이지만, 다른 정의는 잘 모르니 패스), 우리말로는 그냥 '대화'라고 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상호작용 혹은 대화 상황의 가장 큰 특징은 "Zwang zum Sprechen"이다 (Sprechen = 언어를 매개로 이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성공적인 대화참여자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이 Zwang을 잘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선문답이 이어지는 상황이 아닌 다음에야 침묵은 피해야 할 최대의 적이다 (영어의 '얼음깨기'(ice breaking)란 표현이 바로 그런 상황을 가리킨다). 침묵을 피하는 혹은 말해야하는 Zwang을 처리하는 방식은 개인적으로 혹은 문화권에 따라 매우 다르다. 예를 들어, 얼마나 믿을만한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우리사회에서는 식사시간에 말하는 것이 금기시되었다고 한다 (이 경우는 Zwang zum Schweigen 되겠지만). 화법, 화술, 대화법 등등 많은 책들이 많이 나와있다는 것은 그 Zwang을 처리하기가 만만치 않은 일임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초면 혹은 참여자들끼리 서로 잘 모를 때 오히려 얘기가 쉽게 풀리기도 한다.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대화 주제가 적지 않게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이다. 잘 아는 사이에서도 대화의 서두는 대개 매끄럽게 풀린다. 안부를 묻고 그 동안에 개인적으로 일어났던 일들을 확인하는 것도 routine에 가깝게 자리잡혀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어려움은 그 이후에 발생한다. 화제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어떤 한 주제가 선택되고 후속 커뮤니케이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수록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의 연쇄가 만들어진다. 교집합이 적을 때 interaction의 어려움이 극대화된다. 그 해결 방식은? 대화의 실마리는 대개 교집합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 노력을 기울이기 싫은 참여자는 침묵함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고, 적극적으로 자기 중심적인 화제를 꺼냄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 자신(ego)의 경험, 지식을 대화의 화제로 anbieten하는 것이다. 후속 커뮤니케이션이 매끄럽게 진행되는지는 타자(alter)의 반응에 달려있다. 대화가 종료되기 전까지 어떤 식으로든 커뮤니케이션이 재생산되기 때문에 사회체계로서 대화는 존속하거나 사라질 뿐이지만, 대화 참여자들은 곧잘 대화 상황을 성공적/만족 혹은 실패/불만족 등으로 관찰, 기술한다. 어떤 경우에 대화가 성공적이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해 우리는 매우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겠지만, 인격과 인격이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닐까? (인격은 보통 person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이 경우 '심리체계'로 보면 좋겠다. 심리체계와의 구조적 연동은 커뮤니케이션으로 구성된 대화가 가능하게 위한 조건이기도 하지만 해서 이미 구조적으로 연동되어있지만, '인격이 만난다고 할 때'는 그 이상 심리체계의 학습 그리고 변화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대화가 겉돈다는 것은 인격이 서로 교류하면서 학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성공적인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공감대를 찾거나/찾도록 도와주거나, 학습할 준비 태세를 갖추거나/ 갖추게 하거나... 이런 점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Jaworski, Gary D. (1995), Simmel in early American sociology: Translation as social action, in: International Journal of Politics, Culture, and Society 8(3): 389-417
Jaworski, Gary D. (1997), Georg Simmel and the American Prospect, New York: SUN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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