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국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씨가 러시아 우주인 2명과 함께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날아갔다. '우주사회학'(^^)을 하는 친구가 있어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발사 2분부터 발사 후 약 9분까지 서울방송이 중계한 화면을 보게 되었다. 고작 9분 방송을 본 것 뿐이지만 그것으로 전체 방송의 분위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리라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진행에 참여한 이들의 발언 내용의 빈약함에 놀랐다. 그 이후 NASA에서 중계한 화면을 잠깐 보았는데, 한국방송의 빈약함의 정도가 심각한 지경임을 확인하고서는 화가 치미는 것이다. 아무리 NASA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명색이 한국에서 셋 중 하나로 꼽히는 방송사이지 않은가. 서울방송의 이번 중계는 뭐랄까 한국 방송인의 존재가 얼마나 가벼운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참기 힘들 정도의... 우주선 발사와 관련해서 할 수 있는 멘트란 고작 '예상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흰 불꽃이 아직도 보인다' 수준. 전문가란 사람도 한 사람 앉아 있었는데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다른 것들은 표절도 잘 하더니만, 왜 이런 것은 꿋꿋하게 무식한 방송이기를 고집하느냔 말이다. 발사 전후에 한국 언론들이 보여준 보도란 것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한국인이 우주에 처음으로 간다는 사실만으로 뉴스가치는 충분할 것이고, 고산, 이소연 개인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지만, 아이가 엄마 치마자락 놓기를 두려워하는양 거기에만 머무르려고 하는 그 초딩적 행태가 문제인 것이다. 내가 그 중 하이라이트로 꼽는 기사가 이소연씨를 표현하는 세 단어가 '크레이지·섹시·쿨'이라고 전하는 것이다. 특종감이다, 특종. 누렇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독일의 그 Bild지도 차마 그런 내용을 기사에 담기 부끄러워했을 것이다. (이후 기사들에서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우주에서는 이소연이 얼큰이가 된다느니, S라인이 된다느니... 해도 너무 하지 않은가? 아니면 인터넷으로 한국 언론을 관찰하기 때문에 그런 '선정적' 기사들(의 제목)이 더 눈에 쉽게 띄는 것일까? 4.11.). 열흘간 18가지 실험을 진행하는 등 '우주관광' 이 아님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그 실험이란 것도 좀 억지스러워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눈길을 끌게 할 아이템이 부족했을까?), NASA에서 이소연씨를 우주인이 아니라 참여자라고 했다는게 뉴스가 되는 등, 뭔가 방어하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주인'을 '우주에 가 본 사람으로' 정의하는 것 같고, '무한한 우주 시대가 열렸다', '우주강국이 될 것이다'(이명박)라는 수사를 넘어서지 못한다. 장기적인 우주계획(개발, 탐사, 연구?)이 없진 않겠지만 (그렇게 믿고 싶다) 도무지 들리지 않는 것이다. 우주인 발사 프로젝트 공식사이트의 영문 버전의 내용이 형편 없다는 얘기를 전해들으며 영어 잘하는 그 많은 '어륀지족'들은 다 어디 갔느냐고 한탄한 적이 있었는데, '언론고시'를 통과한 하늘(SKY)에서 떨어진 그 많은 수재들은 도대체 다 어디 갔고, 또 그 많은 전문가들은 또 어디에서 무엇하고 있느냔 말이다. '전국민의 초딩화'가 조중동문, SBS 등 언론들의 사훈이나, 정당, 행정부, 전문가 집단의 정강, 정책, 이념이라도 된단 말인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일 아니겠느냐고 위로하고도 싶지만, 그 첫술이 너무도 가벼워보여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참기 힘든 그 너절한 '그래도 이름은 기사'들 사이에서 나름 묵직한 목소리도 만날 수 있었다. 그런 건 기록해 두어야한다.] (이 목록을 계속 수정해야 했다.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보기에 그들 중 '항공우주 전문가'라고 할만한 사람은 없다. 모두가 팔방미인들 뿐...]
- 우주 소동에는 우주가 없다/ 김동광 [한겨레 21] [08.4.10]
- 우주인 사업은 꿈의 실현? 잘못된 짓거리?/ 이종필 [오마이뉴스] [08.4.12]
- 우주인 보도’ 열정과 냉소 사이 / 오철우 [한겨레, 편집국에서] ‘ [08.04.13.]
그 중 백미는
- "차라리 '쇼'라고 말하지 그랬니!"/ 강양구 [프레시안] (역시, 강 기자) (08.04.21)
이제 좀 더 근원적인 성찰도 등장한다.
- ‘돈 먹는 하마’ 유인 우주비행/ 김명진 [한겨레 21] (08.04. 24.)
10000% 공감합니다! (저도 안타깝고 아쉽다 못해 짜증에 몸을 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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