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14일 목요일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는 작가 박완서의 수필집 이름이다. 이 책을 읽어 본 기억은 없지만 어디에선가 본 그 제목은 쉽게 잊을 수 없다. 강렬한 공감을 불어일으키는 그런 제목 아닌가? 딱히 읽지도 않으면서 습관처럼 빌려 놓은 책들 연장하는 일을 잊어서 40유로에 가까운 연체료를 물어야 했을 때, 대화 혹은 상호작용 상황에서 상대의 공격적 혹은 나무라는 말에 반격할 타이밍을 놓쳐서 두고 두고 반격하지 못한 그 '짓'이 후회될 때, 자동으로 빠져 나가는 '잘 쓰지도 않는' 전화 사용료가 은행 잔고 미달로 덩치가 더 커져서 부가될 때, 지난 달에 이어 2연패인데 이번엔 불과 20센트가 모자라서 그랬음을 확인했을 때, 책상 위에 올려 둔 아끼던 - 비싸서가 아니라 유용하게 잘 쓰고 있어서 - 유리컵이 떨어져 깨질 때 등등. 이런 사소한 일에 짜증이 나지만, 때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 그 상황 속에 있다는 인식이 더 큰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언젠가 쓴 적이 있지만 고맙게도 난 이런 '작은 일'은 대단히 잘 '소화'하는 편이라 사실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는 내게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표현이 아니긴 하다 ['내 탓이오' 기제, 혹는 '후회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라면...'류 '합리화' 기제가 성공적으로 작동함]. 오히려 타인과 관련된 경우엔 작은 일에 제대로 분개하지 못하는 상황을 적지 않게 당하니까. 그러고 보면 얼핏 자명해 보이는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는 해석의 여지가 많다. 예를 들어, 작은 일은 어떤 종류의 일? 누구에게 분개하는가, 나에게, 타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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