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3일 토요일

고산씨의 민족주의

한국 최초 우주인이 될 뻔했던 고산씨가 '민족주의적' 성향을 지녔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 '상태'가 생각 이상 심각함을 오늘 어떤 기사에서 확인했다. 무슨 신문일까? (여기). 기사 중 일부를 아래에 옮겨 놓는다. 이 정도면 황우석, 심형래 못지 않은 중증이다. 젊은 사람이 참... 낙후된 분야에 대한 공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경우 대개 이런 민족주의/국가주의적 담론에 크게 의존하긴 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써먹었을 때 가장 안전한 수사 중 하나니까. 고산씨의 경우에도 그런 쪽일 수 있다. 실제로 애국심으로 똘똘 뭉쳤다기 보다는... 재미있는건 이런 발언이 그리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 당장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것 같지 않는 분야에 대해선 민족주의/국가주의 담론이 그닥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일까? 막연히 한국인, 설움 운운하지 말고 경제적 유익을 구체적으로 강조하시라. 그런 노하우는 우리 우석 형님에게 가서 배우고 오길. 어쩌면 차라리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 필요' 담론이 더 효과적일 지도 모르겠다.
p.s.) 한반도에서 이루어지는 담론에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명백하게 구분하지 않음으로 얻는 효과가 적지 않다. 이 기사에서도 관찰되지만... 이 경우 '민족'과 '조국'은 내용상 한국(남한)에 대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음에도 굳이 더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그는 "러시아에서 1년 간 교육받으며 우주 개발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너무 가슴 아픈 경험을 많이 한 것이 나를 성숙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최초 우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인 것도 그 때의 '수양'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 교관이 한 말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너희들(고산·이소연)이 우주센터에서 교육 받는 목적은 우주선 선장과 다른 우주인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고씨는 "우리 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우주선에 자리 하나 내주는 것처럼 들렸다"며 "'기술이 부족해 이런 취급을 받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날 이후 그는 우주센터의 교육 과정을 정신 없이 학습하면서 우주인 출신 교관들의 콧대를 꺾어 주고 싶었다. 강한 그의 탐구욕이 결국 화를 자초했는지도 모른다. 수업시간 외에는 교관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도 수업 시간만 되면 날 선 질문을 하고 논쟁을 하는 게 일상이 됐던 것이다.

그는 "이런 경험을 하면서 우리가 우주개발 선진국이 아니라서 지나치게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자립적인 기술 없이는 영원히 후진국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나서 전략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지원한다면 과연 이런 설움을 받았겠느냐"고 했다.

그는 다시 우주인이 될 기회가 있다면 도전해볼 생각은 있지만 러시아나 미국 등 다른 나라 우주선을 타고 가는 우주인은 절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우주선에서 우주인들과 함께 실험하고 교감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는 허울좋은 우주인으로 이방인 취급을 받는 것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올해 우리가 우주발사체 발사에 성공하고 나아가 우주선 개발을 진행해 이 사업들이 성공한다면 대한민국 우주선을 조종하는 우주선장이 돼 우주를 항해하고 싶다고 고씨는 말했다. (...) 돌이켜보면 지난해 4월 그를 대신해 이소연씨가 한국 첫 우주인이 되면서 회의를 느낄 법 했지만 고씨는 오히려 우주에 대한 열정을 가진 소유자가 됐다.
지난 2년 동안 그에게 최초 우주인이라는 수식어보다 더 강하게 다가온 것은 애국심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에 갔다가 우주인이 아니라 한국인이 돼 돌아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주인으로 선정돼 교육을 받으며 조국과 민족이라는 단어를 잊어본 적 없다는 것이다.

ps) 우리의 x선 찌라시, 제목다는 센스 하나는 알아줘야. "'비운의 우주인' 고산의 애국심.저도 분명한 '1등'입니다" 그것도 슬픈 소식 밑에 말이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