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3일 토요일

바울에 대한 책들

한국에서 출간되는 책 소식을 나름 챙겨 보는 편인데도 가끔씩 놀랄 때가 있다. 이런 책이 나왔단 말인가 하며... 바울에 대해서 뭘 좀 찾아보던 중 만난 한겨레 기사인데, 기사 등록 날짜가 2008년 2월로 되어있다. 좀 선정적으로 들리는 기사 제목은 "바울은 특권에 저항한 인간해방 투사". 일부 인용한다.

"기독교 세계의 실질적 정초자 사도 바울을 유물론적·급진적·혁명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철학적 시도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최근 유럽 철학의 뚜렷한 특징 가운데 하나다. 기독교 보수주의의 규범을 만든 사람이라는 바울의 오래된 이미지를 뒤집어 인간해방을 위해 싸운 혁명 투사로 재탄생시킨 이론적 작업의 선두에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사도 바울>이 있다. 1998년 이 책이 출간된 뒤 바디우의 관심을 비판적으로 이어받은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의 <남은 시간>(2000년)이 출간됐고, 다시 슬로베니아 출신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이 <죽은 신을 위하여>(2003년)에서 바울을 새롭게 해석했다. ‘바울 3부작’이라고도 할 이 책 가운데 지젝의 저작이 지난해 우리말로 옮겨졌고, 이번에 바디우의 저작이 우리말로 나왔다." (강조는 내가...)

지젝이야 워낙 유명한 인물이지만, 아감벤도 근자에 한국 인문학 흐름을 좇아가다 보면 심심찮게 들었고, 바디우라는 이름도 낯설진 않다. 어쨌든 이 세 철학자가 모두 바울에 대한 책을 썼고, 그 출간 순서는 그러니까 내게 덜 익숙한 순이다. 이 세 책을 이렇게 묶어서 소개하는 게 고명섭 기자 관점인지 아님 그들끼리 서로를 의식하고 있는지 나로선 판단할 길이 없다. 어쨌거나 서로 연결된다고 볼 근거가 있는 모양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 세 철학자는 바울을 매우 진보적이며 해방적인 인사로 보려고 하는 모양이다 (바울에 대한 상이한 평가를 소개하는 건 나중에 기회되면...). 기사가 소개하는 바디우의 견해를 인용해 보면...

"이 책에 드러난 바디우의 심중 생각은 2000년 전의 인물인 사도 바울을 현대의 투사로 되살려내는 것이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자본주의의 제국주의 질서에 맞서 볼셰비키당을 이끌었던 혁명가 레닌의 상을 이 열성적 전도자에게서 찾아내는 것이다. 바울과 레닌이 연결된다면,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는 <자본>을 쓴 마르크스와 연결된다. 이 책에서 바디우가 특히 주의 깊게 분석하는 것이 바울의 텍스트(편지들)인데, 그 텍스트들은 조직이 처한 구체적 상황에 개입하는 일종의 투사적 문건들이라는 점에서 레닌의 글들과 닮았다."

예수와 바울의 관계를 맑스와 레닌의 관계와 비슷한 것으로 보는 견해의 지적재산권이 지젝에게 있다고 소개하기도 하던데 그렇담 그게 아니라 바디우에게 돌려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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