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우가 만든 노래로 한국 가요사 최고 명반 중 하나로 꼽히는 들국화 1집 (1985)에 수록되었고, 1986년 발표된 '어떤 날' 1집엔 조동익 목소리로 들어가 있다. 아무래도 이병우가 직접 참여한 '어떤 날' 버전이 곡에 더 잘 어울린다. 무척이나 느리고 밑으로 밑으로 가라앉는 노래.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썩 잘 만든... 따뜻한 햇볕에 우울해지는 그런 情調라고 얘기할 수 있을... 별 것 없는 일상을 얘기한 가사에 참 어울리는 절제된, 그래서 심심하기까지한 멜로디. 이런 일상의 정조 노래하기는 20여년이지난 후 장기하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차이라면 21세기의 장기하는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고, 80년대 후반 이병우 노래를 '즐길 수' 있는 층은 그리 두텁지 않았다는... 물론, 이병우 노래가 거의 '禪'적인 수준이라면, 장기하의 경우 가사,멜로디가 훨씬 더 자극적이라는 외형적 차이도 언급해야 하겠지만.
이 노래가 갑자기 생각나서 찾아서 듣고 있다. 아쉽게도 올릴 수 있는 영상은 찾지 못했다. 이런 저런 잡생각이 비쭉 비쭉 비집고 들어와서 그 생각의 뿌리를 분석하는 중인데 배경음악 삼아 틀어 놓고 있고... 그 생각의 뿌리는 한 편으로 어제 저녁 동년배들과 나눴던 대화에 닿아있고, 다른 뿌리는 오늘,그러니까 일요일 오후로 이어져 있다. 사람들 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의 연결망이 내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방향, 기대하지 않았던 쪽으로 형성되면 당혹스럽다. 워낙 변수가 많으니 내 한 몸, 생각 잘 추스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아니... 그리 유난한 일이라고 할 것도 못되는데 어쩌면 오늘 내일 마무리해야 할 과제의 무게 탓에 그런 잡생각을 처리할 용량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원인의 핵을 짚어내지 못하면 괜히 엉뚱한 데다 눈을 흘기게 된다. 그래. 그 탓이 크겠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자. 그렇다고 치자.
오후만 있던 일요일 눈을 뜨고 하늘 보니
짙은 회색 구름이 나를 부르고 있네
생각없이 걷던 길 옆에 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나를 보던 하얀 강아지 이유없이 달아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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