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는 유하 감독의 영화 '비열한 거리' (2006)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동안 각양각종 '깡패 영화'들이 나왔지만 '비열한 거리'는 그 중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아마 그 영화에서 조인성를 처음 본 것 같은데, 썩 괜찮았다. 허나 최근작 '쌍화점'(2008)은 감독으로서 유하와 연기자로서 조인성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들에게서 기대할 게 과연 더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어쨌든 괜찮았던 영화 '비열한 거리' 끝무렵에 늙은 깡패 천호진이 룸살롱에서 불렀던 노래가 바로 이 old and wise. 고맙게도 영화는 곱게 늙은 조폭이 산전수전을 겪고나서 마침내 현명함(wise)을 얻는 그런 '착한' 내용이 아니다. 끝까지 비열함을 유지해 준 턱에 노래는 더 역설적으로 들리고, 그런 긴장이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 것이다.
이 노랜 원래 The Alan Parsons Project가 1982년에 발표한 앨범 Eye in the Sky 수록곡이다. 1982년 작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세련되지 않은가. 클래식과 팝 연주가 이처럼 조화를 이루는 곡을 많이 듣지 못했다 (Queen의 bohemian rhapsody도 그 많치 않은 사례 중 하나이고).이 앨범에 수록된 곡은 모두 Alan Parsons와 Eric Woolfson가 만들었고 노래는 여러 사람이 나눠 불렀는데 이 Old and Wise의 경우 Colin Blunstone가 불렀다. 유투브에는 이 곡 여러 버전이 올라와 있는데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걸로 골랐다. 1995년에 어디에선가 열린 World Liberty Concert의 실황장면이라는데 가수는 Mick Mullins. 원곡과 목소리가 비슷해서 나로서는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 끝부분 candy dulfer의 색스폰 연주도 기가 막히다.
가사 중 일부를 소개하면...
when I'm old and wise
Bitter words mean little to me
Autumn winds will blow right through me
And someday in the midst of time
내가 늙고 조금 더 현명해져 세상을 깨닫게 되면
아팠던 말들도 더 이상 큰 의미가 없고
가을 바람처럼 내 곁을 스쳐 지나갈 거예요.
시간까지도 희미해진 언젠가에...
이 노래가 좋아서 The Alan Parsons Project의 다른 노래를 좀 찾아 본 적이 있었는데 익숙한 곡들이 꽤 있었다. 허나 Ammonia Avenue (1984)정도가 들을만할 뿐 다른 곡들은 대개 너무 '80년대 팝'스럽고 특히나 전자음을 많이 써서 촌스럽게 들리기까지 한다. 어떻게 이런 곡을 만들 수 있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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