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언론이 걸러서 알려주는 소식들을 읽자니 참 뒤숭숭하다. 우선 언론 탓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 사회의 현실을 만들어 내는 언론은 나름의 기준을 좇아서 사건을 뉴스로 가공해 내는데 일상적인 일, 정상적인 일은 대개 탈락한다. 없던 갈등, 위기도 만들어 내야하는 게 언론의 사명 아닌가. 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당/야당의 구분이 정치를 정치로 만드는 코드로 자리잡으면서 '위기'는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도 유익한 의미론이 되었다 [조선시대의 경우에도 지배 관료 집단 들 내부 분화가 있었고, 어쩌면 그것이 500여년을 존속한 조선왕조의 장수 비결일 지도 모르겠다. 허나 그때는 다른 의미론이 중요했을 것이다 (1차 문헌을 통해서 확인해 보지 않은 짐작). 오히려 '위기'의 반대가 아니었을까? 국태민안... 어쩌면 같은 얘기일 지도 모르겠다. 위기 없는 안정은 빈 개념아닌가...] 현대 정치와 언론이 기본적으로 친'위기'적 성향을 강하게 갖고 있다는 걸 감안하지만, 요즘, 그러니까 MB집권 이후 위기 담론은 어째 좀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금융위기에 대해서 위기임/위기 아님을 자유롭게 오가던 정부 인사들의 발언도 그렇고, 촛불시위, 용산사태, 최근 여러 리스트들, 노통 먼지 털기도 그렇고. 그 혼란의 핵심을 관통하는 개념은 '원칙의 부재'다. 공적으로 힘/무력/폭력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은 정부 기구들, 그들의 '공권력'은 실제로 행사되지 않을 때 더 효과적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허나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권력이 발휘될 지는 예측 가능해야 한다. 내가 '한결같은...' 이라고 얘기하는 그 경우도 바로 '원칙'에 대한 것이다. '경기 규칙'! 전직대통령에 대해서 먼지 하나라도 잡아내려고 털어대던 그 공권력이 '장자연 리스트'에 관련된 인사들, 혹은 현대통령 주위 인사들이 얽힌 사건에 대해서 - 그리고 그 이전의 많은 권력형 범죄들에 대해서 - 면죄부를 준다. 어디 하루 이틀 경험헌 일들도 아니고 본질적으로는 지난 10년간 더 자유주의적 정권에서도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mb 이후로 얘네들이 하는 짓거리는 정말 눈뜨고 못 봐 줄 지경이다. 한자어를 쓰자면 걔네들의 眼下無人을 目不忍見하겠다. '뻔뻔한' 정권. 더 마음이 아픈 일은 그들이 배짱을 튕기며 그토록 '뻔뻔'할 수 있는 데는 구조적 원인이 있고 그게 쉽사리 바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응징'이 되질 않는 것이다. 이게 바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가 갖는 본질적인 어려움이다.
이상, "'장자연 문건’ 큰소리 친 경찰 ‘빈손’ 수사 끝"이란 기사를 읽고서 든 생각이다. 뭐가 두려워서인지 다음은 이 기사에 대해서 댓글을 쓰지 못하게 해 놨다 ("댓글운영원칙에 따라 의견을 닫고 서비스합니다.") 참 가관이다 가관...
참,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당선과 함께 미네르바 무죄 판결은 - 비록 1심에 불과해서 바뀔 여지는 남아있지만 - 그나마 가뭄 중 단비 같이 반가운 소식이다. 어쩌면 이런 사건들을 변화의 싹으로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세계사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인원이 참여했던 촛불시위도 당장은 의미있는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그래서 '저들'은 안심하고 있을 지 모르겠지만] 언제든지 재점화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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