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5일 화요일

易地思之 그리고...

"나는 어떤 처지에 있든지 자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궁핍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압니다. 나는 배부르든 배고프든, 풍족하든 궁핍하든, 모든 형편에 처하는 비결을 배웠습니다. 내게 능력 주시는 분 안에서 내가 모든 일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빌 4:11 - 13, 우리말 성경)

易地思之, 즉, '처지를 바꿔서 생각하기'는 나이를 먹을 수록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되는 일이다. 그런 예는 무수히 많다. 선배, 후배 관계에서... 나는 때로는 선배가 되고, 때로는 후배 위치에 있게 된다. 아들이자 아버지가 되기도 하고, 조카이자 삼촌이기도 하고.. 그런 경험이 쌓일수록 내 상대방, 즉 (역시) 선배 혹은 후배가 느낄 심리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는 건 확실하다. 허나 '역지사지'를 좀 멋지게 하기란 쉽지 않다. 때로는 다른 처지를 고려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위치에 따라 삶의 원칙마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후배로서는 선배에게 복종하고, 선배로서는 후배들에게 권위적인... 이런 방식은 군대, 회사, 동문회 같은 조직생활에서 잘 먹히고, '사회생활 잘하겠다'고 칭찬받는 스타일이다. 허나 앞으로도 계속 칭찬받는 스타일일지 두고 볼 일이다. 내 생각엔 세상이 복잡해지면 복잡해질수록 원칙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해 질 것이다. 또 역사적으로 뭔가를 이룬 인물들은 대개 '원칙주의자들'이었다. 중요한 점은 바로 그 원칙이 어떤 원칙이냐는 것인데... 때로는 주변적인 것까지 원칙이랍시고 지키려 '똥고집'을 부리는 경우도 본다.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못 갖춘 사람들. 易地思之하는 법을 못 배운 사람들이다 깊지 않은... (그런 경우 막상 결정적인 위가가 닥치거나 하면 또 그 원칙을 잘 내 던진다). 그와는 다르게 뭔가를 성찰하고, 다양한 시각을 고려하는 것 같은데, 막상 '알맹이'가 안보이는 경우도 있다. '본질적인 것'을 아직 못 잡은 경우. 그러니 일관성이 부족하여 말을 잘 바꾸지만 막상 스스로는 그렇다는 걸 잘 못 느낀다. 그리하야, 결론은... 여러 상황, 사회적 위치에 처해보고, 역사적 안목과 사람들 마음, 세상 이치 헤아리를 법을 익혀서, 즉 易地思之하여, 비본질적인 것에는 타협도 하고, 양보도 하고, 때로는 카멜레온 짓도 하되, 본질적인 것에 대해서만큼은 양보하지 말 것! (사후에 유독 커보이고 그 빈자리가 커 보이는 두 전직 대통령. 그들이 살아온 길도 이렇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ps) 易地思之: 이 표현은 《孟子》"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 " 이란 말에서 유래하지만, 중국, 일본 등지에서는 쓰지 않는 made in Korea 성어라고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