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신뢰'라는 사회자본이 부족한 사회라고 얘기한다. 신뢰를 정의하기 나름 아닐까? 어떤 형태로든 신뢰를 가지진 않고선 우린 하루도 살아갈 수 없을 테니. 누구, 무엇을 더 신뢰하느냐, 덜 신뢰하느냐, 거기에서 지역과 개인에 따른 차이를 찾을 수는 있겠지만. 정부(government)에서 거버넌스(governance)로! 최근 정책, 행정에 대한 학술적 담론에선 상식처럼 수용되고 있는 공식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지만 요즘처럼 불확실성, 우연성이 많은 시대에서 정부 역량은 곧잘 한계를 드러내기 마련이고 이는 곧 불신으로 이어진다. 지금 일본이 그런 상황일 것이다. (신)거버넌스 상황에서 책임과 결정을 분산하면 더 복잡하고, 혼란스럽겠지만 정부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것보단 나은 방식인 것 같다. 복잡한 사태에 대해선 복잡함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 불확실성, 복잡성, 다면성과 친해지는 수밖에. 그걸 견디지 못하면... 독재하거나 울타리를 치고서 혼자서 자급자족하면서 사는 수밖에 없다.
규칙, 규범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서 살아가는 한 규칙이 없을 순 없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여러 규칙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일 것. 어떤 사회에 크고 작은 갈등이 많다면 그건 규범이 많아서가 아니라 규범이 너무 많고 그것들 사이에 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현대사회에선 규범의 다양성과 갈등을 피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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