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9일 목요일

내 경우 지금은 다른 무엇보다 열심히 써야 할 때다. 하지만... 쓰기 위해선 쓸 거리가 있어야 하고,
쓸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이 읽어야 하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 많이 읽을 단계는 지났으니 많이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많이 읽기는 오히려 쉬운 편이다. 읽기의 대상이 되는 텍스트를 이해해야 한다는 분명한 단기적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측하기 힘든 사고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고도로 집중해야 한다. 그게 어지간히 힘든 일이 아니다. 긴장의 끈을 만들기는 어려우나 놓치는 건 금방이다. 요즘 그런 위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도... 내일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시간의 강박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더 높은 생산력을 보이고 있을 뿐... 큰 일이다. 큰 일... 어찌해야 하누..

2012년 11월 28일 수요일

진부한 표현이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문재인과 민주통합당, 그리고 그 언저리에서 정권교체를 기대하는 이들에게 현상황은 위기다. 아무리 살펴봐도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확률이 높다. 그는 고정 지지율 45%에서 내려가지 않으니까. 물론 그 이상 올라가는 일도 어렵겠지만... 어쨌든 유리하다는 건 분명한 사실. 문재인과 민주당은 어지간한게 독한 마음 먹지 않고서는 이 위기를 벗어나서 대권을 잡기 힘들다. 하지만 그것이 곧 기회다. 그것도 한국 현대사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는 기가막힌 타이밍에서 맞은 기회...  이러저러한 기득권, 특권, 구습, 구태를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는 그런 기회... 역사가 준 기회. 안철수가 만들어준 기회. 안철수를 바라 볼 일이 아니다.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안철수는 이미 자기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 상식이 상식일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정말 중요한 기회다.

2012년 11월 27일 화요일

사무실은 춥다. 많이... 8시 반부터 9시 반까지 반짝 난방을 하곤 그걸로 끝... 여름엔 그렇게 에어컨을 아끼더니... 온도계에 따르면 현재 실내 온도는19도. 여름엔 더위에 저항할 수 있는 방식에 제한이 많다. 겨울엔 좀 다르다. 일단 옷을 더 껴입을 수도 있고, 무릎 담요도 있다. 게다가... 개인 난방기기까지... 개인 난방기기 사용 전력량이 난방 시간 줄여서 아낀 전력량을 가볍게 넘어설 것 같다. 개인 난방기기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하지 않는 것에 감사해야할 지경... 결국 전력 절감 효과도 없고 업무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난방 축소란 말입니까?

내 마음이 얼어붙어서 추운 날씨가 더 춥게 느껴진다. 속이 쓰리다. 이놈의 상처는 아물 겨를이 없으니...

2012년 11월 24일 토요일

일단 안철수씨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는 점, 그리고 그가 한국 정치의 개선에 이미 많은 기여를 했음을 인정한다는 점을 전제하고서... 아래 기사가 사실이라면... 안철수씨는... 임명직이라면 모르겠지만 선거를 통한 현실정치에 참여하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선거는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똑같다면 다른 사람이 아닌 이 사람을 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좀 지저분한 방식으로 차이를 드러내거나 혹은 차이를 희석시키려는 경우도 있다. '흑색선전' '네거티브 공세' 등. 그런 방식엔 나름 선방하더니, 막상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차이 확인 과정을 부담스러워하는 철수씨. 너무 착하고, 순진한 철수씨. 그런 그에겐 국민의 이름으로 추대되는 방식이 어울릴 것 같다. 한국에 왕정이 복고될 경우, 혹은 남북 통일 이후 통합을 위한 상징적 지도자가 필요할 경우 등에 분명 그가 일순위다. 안철수가 대단히 전략적이고도 치밀한 계산을 하는 인물로 해석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번 사퇴도 그런 선택의 결과로 보는... 그건 아닌 것 같다.

  " ... 안 후보가 처음 후보직 양보 또는 사퇴를 이야기한 것은 지난 21일 텔레비전 토론 이후부터였다고 한다. 안 후보 쪽 핵심 관계자는 “텔레비전 토론 당시 문 후보가 자신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과 내용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안다. 후보가 그 이후부터 후보직 사퇴와 양보부터 각자 후보를 등록하는 경우까지 모든 방안을 놓고 깊은 고민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캠프의 전략가들은 안 후보에게 텔레비전 토론 직전까지 문 후보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하며, 문 후보를 참여정부의 실정과 연결시켜 공격할 소재들을 상당수 건넸다고 한다. 안 캠프의 정책 쪽 핵심 관계자는 “그러나 막상 토론에 들어가서는 그런 내용들을 거의 제기하지 않더라”고 전했다. 안 후보는 전날 텔레비전 토론 사전연습 과정에서도 문 후보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를 주문하는 요구에 불편한 표정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씨가 정치적 활동을 계속 할 수는 있다. 민주당이건 어떤 정당이건 "국민들" 마음에 흡족할 리가 없기 때문에, "구태"는 항상 남아 있을 테니까, 안철수는 언제든지 "국민의 이름으로" 호명될 것이다. 구원자, '오실 메시아'로... 하지만 그가 땅 위로 내려 오는 순간 그의 구원의 능력은 의심을 받는다. 안철수 딜레마... 영원히 안티테제로 남을 수밖에 없는... 그것도 한국 정치에 대한 기여라면 기여다. 아니. 그만이 할 수 있는 기여다. 중요한...

페이스북에는 이렇게 적어 놓았다.

"어쩌면 안철수는 정치를 하지 않음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 혹은 정치를 하지 않을 때 정치를 더 잘하는 사람이 아닐런지... 그게 안철수의 한계이자 또 가능성..."

2012년 11월 19일 월요일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 축하 인사 이후 이름을 묻는 경우가 많다. "'로아'이므니다". 이어지는 질문은 흔히... "무슨 뜻?" 내 답은... "뜻이 없으므니다" 아니 어쩌면... 이렇게 바꿔야 할 것 같다. "뜻이 없는 게 뜻이므니다..." 무슨 얘기냐면... 자식의 이름에 특정한 의미를 두드러지게 드러내는 일이 바람직한지 생각해 보자는 '뜻'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지어줄지 오랫 동안 고민했다. 검색도 해보고 책도 찾아보고 자문도 구해보고... 이번에 발견한 놀라운 점 하나는 여전히 작명소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사실! 작명소식 이름 풀이를 볼 것 같으면... 참 기가막힌다. 대부분 한자 풀이에 의존하는데... 획수 등... 사소해 보이는 요소에도 대단한 의미를 부여한다.
또 다른 경우는... 특정한 가치, 지향하는 바를 이름에 드러내는 경우다. '기쁨, '맑음' 등 순우리말식 이름들, "하영=하나님께 영광"처럼 어구 첫 낱말의 모음, '평화', '화평'처럼 한자 단어로 만들어진 이름 등. 이 경우에 의미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 자체로 충분히 값진 이름이다. 사실 우리 역시 이름을 이렇게 지으려다 결국 실패했다. 이름의 '뜻'과 함께 '개성''특별함'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이 둘을 만족시키기 힘들었던 것. 차츰 '뜻'을 포기하고 '개성'있고, "어감" 좋은 이름 찾기로 바뀌었다. 어감이 좋은 낱말들을 적어 놓고 이런 저런 조합을 시도해 본 것. "로아"는 그러다가 툭 튀어나온 이름이다.
그러다보니... 뜻이 있을 수 없는데... 굳이 뜻을 찾자니... '뜻이 없는게 뜻이다', '아이는 부모의 뜻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로 논리가 비약한 것...

아니... 이름 짓기에 대해서 좀 다르게 접근하자는 생각이 아애 없진 않았다. 예를 들어 서양의 경우 이름을 훨씬 더 소박하게 짓는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대부분 성경에서 나온 이름들, 성인의 이름들, 조상의 이름들... 이름의 다양성이 적은 편이다. 한국의 경우보다 "姓"이 더 다양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가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독일 영감님의 경우 첫 딸 이름을 "한나"(Hannah)로 지었는데 자신이 좋아했던 여성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이름에서 가져왔다고... 거기에 비해서 한국의 이름들이 갖는 의미는 거창한 편이다. 이름짓기의 사회적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니 어느 쪽이 반드시 좋다 혹은 나쁘다라고 판단할 일만은 아니지만... 여하튼... 서양의 전통을 원용해서 두 할아버지나 할머니 이름에서 한 자씩을 따와서 조합해 볼 생각까지 했으니, 이름짓기에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했음은 분명하다.

이름짓기에도 유행이 있어서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데, 그런 흐름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싶기도 했다. 독특하지만 알파벳으로 써도 쉽게 부를 수 있는...

'로아'로 마음이 기운 상태에서 끝까지 나를 고민하게 만든 건 이름 어두에 오는 '리을' 발음이었다. 현대 한국어에선 외래어나 북한말 표기 외에는 어두 리을을 인정하지 않는다. 두음법칙! 다행이 姓이 아니라 이름의 어두라 공식적으로 제한을 받진 않지만 이름만 부를 경우에 발음상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는 것. 어두 '리을' 발음에 약한 - 어저면 두음법칙 탓에  훈련할 기회마저 박탈당한 - 한국인의 언어습관 탓에 '로아'가 '노아'로 들리기 십상이라는... 그런데 '반갑게도'^^ 'ㄹ'발음을 강화할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는 글들을 심심찮게 만나게 되었다. 심지어 이런 얘기까지...

"리을 발음은 생기운과 멸기운을 아우르는 소리이므로 세상과 공감하고 이웃과 연대하는 소리입니다.현재의 한국인은 건강을 위해서라도 초성 ‘R’과 ‘L’을 배워서 발음할 필요가 있습니다.한국인의 상호 연대하고 남 생각하는 마음은 초성 리을 발음을 발성하는데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이건 분명 오버지만... 어두 '리을' 발음을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사용하게 만든 1930년대에 정립되어 이후 남한에서만 관철된 '두음법칙'에 문제가 적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어두 리을 발음을 차츰 포기하면서 실제로 그 발음 훈련이  덜 되고, 덜 민감하게 되면서 이런 저런 문제들이 생긴다. 우선 외국어 학습시에... 대표적으로 'R'과 'L'. 사실 우리말에서도 'ㄹ'발음이 어두, 어미에 있을 때 다르게 발음된다고 한다 (어두 R, 어미 L). 그런 미묘한 차이를 어두 'ㄹ'을 적게 사용하면서 놓치게 된다는 것.  두번째 문제는 노래할 때... 장르를 불문하고 한국어로 부르는 노래에서 리을 발음이 잘 안들리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그래서인지 성악가들 중에선 語頭 리을을 과장해서 발음하는 경우들도 있고... 어찌되었건 '로아'처럼 이름에 어두 'ㄹ'을 사용면서 한국어 발음과 발음표기의 현실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는 것이다.

로아를 로마자로 표기하면 'Loa'보다는 'Roa'가 더 정확할 것이다. 'L'은 한국어 어미 발음에 더 어울린다고 하니... 예를 들어 '할'은 'hal'이지만 '라'는 'ra'로 표기하는게 더 어울린다는... 이런 견해에 따르면 '랄'은 'ral'되겠다. 오늘 검색하니 '로아'란 한국 여가수가 있었네. 헐! 어쨌든 그녀는 자신의 로마자 이름을 'Loa"로 표기하고 있다. 또 '로아'는 국내 여성브랜드명이기도 하고,  흔하진 않지만 사람, 반려동물 이름으로도 쓰이고 있다.

그리고 '정로아'라는 이름이 '정로환'을 연상시킬 수 있음을, 그래서 놀림을 받을 수 있음을 지적한 지인들도 있다. 한 친구는 처음 듣는 '정로환' 역사까지 곁들여서... 일본군이 러시아와 전쟁 때 물갈이로 인한 배탈을 방지하기 위해서 만든 환약이라나 뭐라나...  또 이름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 사례를 언급하면서 '정로아'라는 이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쩌면 무난하고 평범하지 않은 이름을 지을 때 피할 수 없는 위험성이다. 하지만 좋다는 쪽이 수적으로는 훨씬 더 많고, 그 자체로서 해괴한 이름이 아니니 부모로서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하려고 한다. 설령 특이한 이름이라 하더라도 자주 부르면 그 사람과 일치가 되면서 그 이름이 자연스럽게 들린다. 대표적인 예가 안성기. 한글 이름만을 생각하면 매우 튀지만 자주 접하니 '성기'라는 이름이 어색하거나 이상하게 들리지 않잖은가? 어쩌면 전국의 'O성기'들은 안성기 씨에게 무척 감사하고 있을 지도... 물론 그럼에도 개명을 고려하고 있는 "성기"씨들도 많겠지만... 지인이 예로 든 경우는 '이세기'. '이새끼'로 놀림을 받는다는 것이다. 좀 윗 세대들에게 '이세기'라는 이름은 - 안성기 만큼은 아니지만 - 낯설지 않다. 국회의원, 체육부장관을 지닌 정치인 '이세기' 때문이다. 이름은 한 사람의 정체성을 가장 먼저 드러내고 - 처음 만나자마자 서로 이름을 주고 받는다 -, 또  평생 그 사람을 따라다니기에 - 누구를 연상할 때 이름을 먼저 떠올린다 - 좀 보수적으로 결정하는게 원칙적으론 옳다. 이름으로 놀림을 받을 싹을 키우지 않는 게 백번 낫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정로아'면 충분히 보수적이다. 걱정 붙들어 매시라.

영어권에서 Roa 는 이상한(?) 축약어 외에 - "return on assets": 총자산 이익률,  "right occipitoanterior" 우후두전위, 우후두전위태위(右後頭前位胎位) - (라틴계?) 이름으로도 쓰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영문 예문을 보니 전부 남자 이름으로 사용되었다. 또 한 번 헐...  가까운 예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기아 타이거즈 투수였던 아킬리노 로페즈 두번째 이름이 '로아'였다. Aquilino Roa Lopez. ㅠㅠ

스페인인어로 roa란 단어는 '(배의 뱃머리를 이루는) 나무[쇠]로 만든 굵고 굽은 부분, 선수재'란 뜻을 가지고 있고, 칠레 도시 중에 'Hanga Roa'가 있다고 한다.

한자로 '로아'는 '露雅' (이슬 로, 맑을-고상할 아)를 쓸 생각인데, 재미있게도 露雅로 검색해 보니 주로 중국어권 웹사이트들이 결과로 나오는데 대개 여성스러운 만화 캐릭터나 화장품에 대한 것이다. 이건 나쁘지 않네.^^

너무 많은 걸 고려하다간 이름을 지을 수 없다. 그냥 밀어붙여야지... 누구보다 애기 엄마가 강력하게 원하니...

정로아, Jung Roa, 鄭露雅... 혹은, 정안 로아, Jung-An Roa, 鄭安 露雅...

2012년 11월 17일 토요일

한 쪽 귀퉁이 오디오에서 파헬벨의 캐논이 나온다. 집에 먹다 남겨 둔 와인을 가져와서 마시고싶다. 그리고 좀 일찍 잠들고 싶다. 희망사항이 많아진다.

산책을 하다. 덮어두고 있던 상처를 들쑤셔 주신 탓이다. 서늘한 가을 기운에 상처난 부위를 말려보지만... 역부족이다. 오기로 밀어내린다. 꾸역꾸역...

나는 내가 생각하는만큼 좋은 아들, 남편, 친구가 아니다. 아마 부모나 선생으로서도 그럴 것이다.

2012년 11월 16일 금요일

이제 내 자식을 둔 자식이 되었지만 어미의 마음을 반도 못 헤아린다. 자식이 나같은 짓을 해야 비로소 그 마음의 나머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아들이 아니라서...

2012년 11월 13일 화요일

내일이면 그녀를 만난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그녀를...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는다
상상할 수가 없다
그녀로 인해 내 삶이 어떻게 바뀔지...
어떤 의미일지...
어떤 메시지일지...
얼마나 큰 무게일지...
상상할 수 있는 건...
내게 부족한 많은 것들...
그녀를 맞이할 준비를 제대로 못한 점
그래도...
더 늦기 전에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점...
그리고...
내일은 겨우 시작일 뿐이라는 점...

2012년 11월 12일 월요일

폭풍같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사무실 책상 앞으로 왔다. 모처럼 여유를 가지고 뒤를 돌아본다. 이런 글은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은 페이스북에는 적절치 않다. 정체모를 관찰자들이 많은 트위터도 적절치 않고, 컴퓨터로 접근할 수 없어서 긴 글 쓰기가 힘들고 일상 얘기, 단상에 어울리는 카카오스토리도 패스. 독자가 너무 적긴 하지만 그래도 이 공간이 가장 편하다.

1.

지난 주 발표한 짧은 논문에서... 루만을 소개하면서 '우연'이란 표현을 썼다. 사회과학 역시 과학인지라 (자연과학보다는 덜 강하지만 어쨌든) 인과적 설명을 요구 혹은 기대하기 때문이다. 루만에게서 인과성을 포기되는 것인가? 어떻게 설명하고 있지? 좀 더 공부해 봐야겠다. "Funktion und Kausalität"이라는 초기 논문을 우선 봐야할 것 같고...

'우연'에 대해서 불편하게 느끼는 건 과학 커뮤니케이션 뿐 아니다. 종교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기독교인들은 결과가 긍정적일 때 대개 '하나님의 뜻'으로 설명한다.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을 때 역시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응답'으로 설명한다. 누가 하나님의 뜻에서 벗어날 수 있으랴. 그건 형식논리적 설명은 될지언정 실체적 설명은 못된다. 특히 부정적 결과가 이러질 때면 뭔가 더 센 설명을 찾게되는데 그럴 때 자주 동원되는 논리가 '죄'원인론이다. 내 죄, 네 죄, 부모의 죄 등등... 누구의 죄든 그 죄 때문에 이런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왔다는 얘기... 훨씬 더 그럴듯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설명에 혹한다.

그 원인을 타인의 죄로 전가하는 습성이 집단적으로 적용되는 경우 '희생양'이라고 한다. 지금 닥친 불행한 현실의 원인을 누군가의 잘못으로 전가하는 습성 말이다.

모든 일에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할까? 이유모름 (원인불명)... 이 그렇게 불편한가?

2.

그 논문에서 한국어 제목을 달고서 그 제목을 영어로 한 번 표현해 봤다. 발표하는 자리에서 나온 반응이 재미있다. 영어 제목을 한국어 제목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어로 쓴 논문이니 영어 제목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도 될 법한데... 기준점이 영어가 되는 것. 사실 그 영어 제목이 영어 학술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자주 쓰이는 것이긴 하니까... 시선이 갈 수는 있었겠지만.... 어쩜 처음부터 영어 제목을 염두에 두지 않고 떠올린 한국어 제목의 의미가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았던지... 아님 내 영어 실력에 대한 불신 때문이던지... 어쨌든, 한국어 논문에서 영어 제목을 바꾸라고 하지 않고 한국어 제목을 바꾸라는 반응이 좀 재미있었다.

3.
결혼 전엔 좋은 남편이 될 수 있을지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러려고 애쓰는 편이지만 예전의 자신만만함은 더 이상 없다.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도 자신이 있었다. 그 시간이 다가올수록... 남편으로서 부족함을 느낄수록... 더 이상 그렇지 않다.

2012년 11월 5일 월요일

결국 쓰지 못했다. 쓰기로 한 짧은 글을... 가벼운 글인데도... 원인을 생각해보니... 아마 어떤 나를, 어느 정도로 드러내야 할지 수위조절을 못한 탓이다. 떠오르는대로 쓴다면 너무 우울하거나 아니면 너무 비판적인 내용이 나올 것 같아서... 솔직함이 항상 미덕인 것은 아니기에...

2012년 11월 1일 목요일

삼성이 시즌 1위에다 코리안시리즈 우승마저 가져갔다. 응원하는 팀은 아니지만... 그래도 류중일 감독이나 이승엽 등 선수들을 생각하면... 그리 밉지 않다. 에휴. 야구보는 재미를 다시 맛보려면...
11월이 오고야 말았다.
두 달 남았다.
올 해는...
약 한 달 남았다.
아이가 세상에 나와서 우리 부부 삶의 양태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때까지...
건강 문제로 1년간 휴직을 했던 동료(?)는 박사 학위를 "따 가지고" "금의환향"했다.
오늘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동료(?)의 무심한 시선에서...
나는 그가 전혀 전달하지 않았을...
그러니까 전적으로 내가 상상해 낸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사무실은 추운 편이다.
17도 정도 되니까...
하지만 머플러를 하고 무릎 담요를 덮으면 견딜만하다.
전기난로가 있지만... 틀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게 11월 첫날의 오전시간이
조금씩 내게서 멀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