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7일 일요일

시의적절한 낙서

학교 '모처'(^^)에 있는 낙서다. 흘려써서 여러 번 봐야 무슨 글자인지 알 수 있는데... 옮겨적으면 이렇다. "Gewinn wird privatisiert und Schulden vergesellschaftet. Die Krise ist der Normalfall." 캬! 두 문장으로 엄청나게 많은 메세지를 전달한다. "이익은 몇몇 개인이 챙겨가고, 손해가 생기면 사회가 나서서 메꿔준다. 위기는 이젠 일상적인 일이다". 사르코지가 했다던 말이 생각난다. '지금 위기의 책임은 잘 나갈때 그 이익을 챙겨가던 사람들에게 물어야 한다'. 이런 비슷한 말이었다. 최근 경제 위기에 직면해서 주요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투자금액을 올리고 경기부양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국가최소개입주의를 신봉하고, 그 원칙을 세계에 전도하던 미국마저도. 국가중심적 발전의 모범적 사례인 한국인에겐 그리 낯설지 않은 모습이나, 지금 상황은 발전국가의 그런 모습과도 많이 다르다. 발전국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국가가 주도하는 모습이라면, 최근 모습은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도록 방기하다 위기가 발생하자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자해서 기업들의 살려주는 것 아닌가. 이러다가 경기가 다시 좋아지면 그 기업들을 혹독하게 다그쳐서 더 많이 받아낼 것인가? 그렇게 된다면 그건 복지국가 모델인데, 신자유주의 국가모델이 그리 쉽게 자리를 내줄 것 같지 않다. 결과는 딱 위에서 언급한 대로다. 경제를 잘 나갈 때는 규제를 풀고, 세금깍아주고 [똘아이 정권의 부유세 축소처럼], 이익을 큰손들이 나눠먹게 하다가, 어려워지면 세금으로 그들 빈주머니를 채워주는 것. 2mb 무리들은 그 교과서적인 인물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은 더 적은 규제가 아니라 더 많은, 아니 더 효과적인 규제다. 망나니처럼 혹은 깡패처럼 거칠 것 없이 세계를 흔드는 그런 자본의 흐름, 투기세력들을 최대한 규제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허깨비를 치우고 거품을 과감히 걷어내야한다. 냉전이후 지금까지 약 30여년 세계를 지배하던 신자유주의의 시대는 과연 역사가 될 것인가...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신자유주의자들, 그의 표현으로는 '시장근본주의자들'의 입장변화가 위기에서 교훈을 얻어 케인즈주의로 돌아서는 것인지, 아니면 구제금용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겉만 바꾼, 즉 위장한 '케인즈주의자' 들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어쨌든 더 지켜볼 일이다.

"현재 우리는 모두 케인즈주의자들이 됐다. 미국의 우익진영조차 대거 케인즈주의 진영에 가담하고 있다. 지난 30년동안 외면받은 케인즈주의를 지지해온 사람들에게 이것은 승리의 순간이다. 이데올로기와 이해관계를 뛰어넘은 이성과 증거의 승리가 도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규제받지 않는 시장은 자기교정 능력이 없으며,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경제이론은 오랫동안 설명해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특히 금융시장 종사자들은 일종의 '시장 근본주의'를 밀어부쳤다. (...) 오늘날 특정 이익 세력를 위해 오용될 위험이 있는 것은 새로운 케인즈주의 노선이다. 지난 10년 동안 규제완화를 밀어부친 자들이 교훈을 얻었을까?아니면 그들은 수조 달러의 구제금융을 정당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명분을 얻기 위해 겉만 바꾸는 개혁을 추진할 뿐인가?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전략의 변화만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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