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빈 선생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쉽게 설명하고자 했다. 잠시 그것을 옮기면 우선 김교빈 선생은 인간이란 '3일을 굶으면 담장을 넘는' 그런 존재임을 설명했다. 물론 이 말 한마디 한 것은 아니고 물질 세계와 인간의 욕망에 대한 풀이가 이어졌다.
다음으로 덧붙인 것은, 그렇게 굶어 죽기 직전에 처한 인간에게 누군가 밥을 주면서, 정성껏 차리거나 그도 아니면 자기네들이 먹는 상에 숟가락 하나 더하여 같이 먹자고 하는 게 아니라, 먹다 남은 거 긁어 모아서 적선이라도 하듯이 내밀면 비록 사람이 3일을 굶었어도 '싫소, 나는 그거 먹지 않겠소' 하면서 차라리 굶어 죽는 것을 택한다는 게 인간이라는 것이다. 억압적 현실이 비참한 상황을 강요하지만, 인간은 그것을 마땅히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그것이 진실로 인간을 인간이게끔 만드는 실천 의식이라는 설명이었다."
내가 여러 번 인용한 정윤수 블로그에 오늘 올라 온 얘기 중 일부다. 내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물질 (혹은 요즘식으론, 유전자) 환원론적 이해에 큰 매력을 못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고. 근대과학, 즉 실험과학 혹은 엄밀과학의 방법론으로 인생사, 세상사를 모두 설명할 수 없다는 인식. 인문학, 사회이론의 존재감은 바로 그런 인식에서 주어지는 것 아닌가? 자연과학 흉내내서 얻은 것도 많지만, 이제 그 자연과학마저도 변하지 않는가 (cf. '통섭'논쟁). 인문학, 사회이론은 세계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줘야할 시대적 사명까지 갖고 있는 것이다.
ps) 김교빈 교수가 호서대 '철학과' 교수였는데, 이 과의 이름이 '문화기획학과'로 바뀌었다고 한다. 코메디아닌가? 문화기획학교?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언제부터인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소개되던데... 소리도 요란한 그 '문화의 과잉'은 역설적이게도 한국사회 '문화 빈곤'의 징표다. 2MB 일당이 각개 각층의 지원을 받아 활개칠 수 있는 그런 '문화적 토양'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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