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쪽 출신들은 외우기에 능하는 전설 혹은 선입견이 전해져 온다. 하긴 인문계 시험에 외워서 치루는 과목의 비중이 높고, 인문계 출신들 성공의 지름길인 각종 '고시'의 당락도 대개 암기력에 좌우되는 것 같으니 아주 근거 희박한 주장도 아닐 터이다. 외우기를 잘 한다는 사태 그 자체는 판단중립의 영역일 것이나, 어디 그것을 판단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가보자.
우선 한국 인문계열에서 요청되는 외우기 방식의 문제점은 그들이 외워야 하는 지식이 너무 편협하는 데에, 또 닥달 외운 지식이 더 종합적이고, 추상적인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허나 정확한 지식에 기초하지 않은 채 후자만을 강조하다 보면 사변적인 말장난으로 귀결되기 쉽다는 점도 잊지말하야 한다. 인문사회과학의 엄밀성, 구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무엇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지식에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허나 역사에 대한 지식에 대해서 말하자면 나부터 함량미달이다. 예를 들어 다음에 인용할 史實. 부끄럽게도 지금까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일수호조약(1876)에서 청일전쟁(1894∼1895)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일관된 주장은 조선이 '독립국'이라는 것이었다. 조선과 청나라 사이의 특수관계를 부정하는 것이 조선 진출의 필수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이 무렵 조선에서 '독립'의 주장은 '친일'과 그리 멀지 않은 것이었다. 독립문 현판을 '매국노' 이완용이 쓴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독립'이라고 다 같은 '독립'이 아니었던 것. '독립'의 의미론. 이 멋진 주제를 누가 연구했을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