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2일 일요일

Life isn't dramatic, either!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결승 결과를 챙겨본다. 혹 졌을 수도 있다며 실망할 준비도 어느 정도 하고서... 결과는 10-2 승리! 참, 어떻게 저런 '드라마'를 계속 써가는지 참 신기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 동안 10타수 1안타로 부진했던 '추신수'를 처음으로 우익수로 내보냈더니 첫타석에서 3점 홈런을 쳐 내고... '믿음야구'에 보답... 운운하는 기사가 평소에 그네들이 발로 써내는 것 같은 '오버성' 기사와는 질이 다르다. 특히, 박지성을 띄우는 기사들... 원인은 야구, 축구의 차이에 있을 수도. 홈런, 점수 등으로 실력 혹은 기여도가 양화되기 쉬운 야구와 다르게 축구는 경기를 직접 보지 않고, 또 '골'을 넣지 않는 이상 '열심히 뛰었다'는 것 이상 얘기할 근거가 참 희박한 것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인가 '도움'도 '공격포인트'로 계산하고, 선수마다 평점도 매기고, 요샌 심지어 뛴 거리까지 계산해서 알려주더구만... 아기자기한 구석이 많은 야구는 현장에서 봐야 그 맛을 느낀다는 축구와는 달리 중계방송에 확실히 더 잘어울리는 것 같다. 또, 내가 언젠가 다른 글에서 잠깐 언급하기도 했지만, 스포츠가 그토록 큰 시장이 되고, 언론이 열성적으로 보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드라마성'때문이다. 테러나 전쟁, 자연재해 처럼 놀랄만한 사건들이 늘 신문 첫머리를 장식하지만 '선진국'의 일상은 대개 너무도 지루하고 계산가능하다. Life isn't cool얘길 어제도 했지만, Life isn't dramatic, either! 'Dramatic' 한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것이 -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 종족 유지에 도움을 주는 방향이라서 그런지, 인류는 어떤 방식으로 그런 욕망(이란면 욕망)을 충족시킬 대체물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늘 크고 작은 전쟁, 분쟁, 혹은 환경의 위협에 노출되었던 '옛날'에야 그럴 필요조차 없이 삶 자체가 드라마였고, 가까이는 우리네도 일제강점, 한국전쟁 등등 온통 삶 자체가 드라마 '잇셀프'이지 않았던가. 사회가 안정되고, 예측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네도 이제 인위적으로 제공된 드라마로 만족해야 해야 될 모양이다. TV 드라마, 영화, 각종 공연 등으로 그 '드라마'는 분화되었고, 최근에 그것도 모자라서 '리얼(리티)' 드라마/ 쇼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성 효과는 사실 스포츠만한 게 없다. 특히, 예측 불가능성이 큰 종목일수록... '이변(異變)' 혹은 '기적(奇蹟)'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그런 상황이 종종 발생하니까... cool/uncool에서 제기했던 그 논지를 적용시켜 보면, dramatic한 사건을 보러/ 보여주려 안달하는 경향은 삶이 그만큼 undramatic 혹은 예측가능하다는 사태의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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