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오늘 아침처럼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으면 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자꾸 의식하지 않으려고 밖으로 밖으로 몰아 내려 애쓰던 생각, 아이디어 한 조각이 소재가 되어 한 편의 드라마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꿈 속에서 겪었던 그 황당한 '시츄에이션', 오해 그리고 내 '변명' 혹은 '논변' 내용이 지금도 거의 그대로 내 의식 속에 남아 있다. 어제 깊은 잠을 방해하는 외적 요인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찜찜하다. 맺힌 일들 없도록 가능한 드러내면서 유하게 살려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 얼마 전에 본 '다큐'에선 보면 수십년 동안 묵은 그런 '쓴 뿌리'가 있어서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사례를 보기도 했다.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 같다. 마음 혹은 심리체계의 자율성, autopoiesis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꿈에 대한 루만의 생각을 우연히 발견했다. Deutschland Radio에서 루만 메모상자를 다룬 적이 있는데 그 방송 원고에서 (여기). 유감없이 발휘되는 루만식 건조한 유머도 들어 있다.
"Zettel Nr. 52/25s: Träume – Bewußtsein mit schlechter Beleuchtung und verminderter Fähigkeit, die Differenz intern/extern zu handhaben. (...)
Zettel Nr.52/25s1: Träume sind unbeobachtbare Beobachtungen. Eben deshalb fehlt ihnen der Realitätswert."
"꿈: 조명 상태가 좋지 않고 내부/외부 구분 능력이 떨어져 있는 의식 상태
꿈은 관찰불가능한 관찰이고, 바로 그 때문에 꿈엔 현실가(價)(현실감感?)가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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