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촛불집회가 이명박 정부를 좌초시킬지도 모른다는 보수적 관점이나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진보적 관점 모두 수용할 수 없습니다.' 지난 20일 정년퇴임한 고려대 최장집 교수가 마지막 수업에서 한 말이다. 그는 “(집회 참가자들이) 직접민주주의적 요소 확대를 통해 이상적 민주주의에 대한 선망을 보이고 있지만 나는 대의제 민주주의가 최선의 체제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정당정치의 복원 내지는 활성화를 중심으로 한 대의제 민주주의 제도 강화, 이를 통한 운동의 역할을 축소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선 “역시 최장집이다!”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정부 여당이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야당의 지지율은 10%대를 맴돌고 있는데다 촛불집회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이 배제와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촛불집회는 ‘반(反)정치’의 성격을 갖고 있다. ‘정치의 무덤’ 위에 핀 꽃이다. 그간 정당들이 해온 일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지만, 이후 정치권이 더 큰 불신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답답해진다. 그렇다고 ‘촛불정당’을 만들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어떻게 해야 정당정치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세 가지 의제를 던져보고자 한다."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선 “역시 최장집이다!”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정부 여당이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야당의 지지율은 10%대를 맴돌고 있는데다 촛불집회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이 배제와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촛불집회는 ‘반(反)정치’의 성격을 갖고 있다. ‘정치의 무덤’ 위에 핀 꽃이다. 그간 정당들이 해온 일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지만, 이후 정치권이 더 큰 불신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답답해진다. 그렇다고 ‘촛불정당’을 만들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어떻게 해야 정당정치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세 가지 의제를 던져보고자 한다."
바로 이거다: "촛불집회는 '반정치'의 성격을 갖고 있다. '정치의 무덤' 위에 핀 꽃이다." 그는 또 이렇게도 쓰고 있다: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는 ‘반감’(反感)과 ‘응징’을 두 축으로 삼고 있다. 정치가 불신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투표 행태는 극단적인 쏠림을 낳을 수밖에 없다. 이쪽을 죽였다가 저쪽을 죽이는 식으로 돌아가면서 죽인다. 그런 죽임의 부작용이 나타나면 그땐 직접행동으로 해결하려고 든다." 그렇지. 묻지마 지지를 하다가, 막상 대통령이 되고 난 후 3,4개월만에 지지도가 10페선트 대로 떨어진다. 정상적인 정치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대선 후 투표율이 역대 최저라는 게 대선 결과보다 더 의미심장한 사태라고 언급해 둔 적이 있는데, 사실 묻지마 지지, 대선, 촛불시위 모두 연속성을 갖는 일련의 사태인 것이다. 이명박은 대선 전 사실 '여의도식 정치'를 벗어나겠다는 얘기를 자신의 '실용주의'와 연결시키곤 했는데 그건 많은 이들에게 매우 통쾌한 발언으로 들렸을 것이다. 한국사회의 문제 중 하나는 체계이론적으로 표현하자면 '과학(학문)', '정치','경제', '예술', '언론' 등 주요 기능체계에 대한 자기관찰, Fremdbeobachtung (언론, 학문에 의한), 성찰, 성찰이론 등의 미발달이다. 그게 내 지론이기도 한데, 난 그런 관점에서 황우석 사태, 신정아 사건, 이번 촛불집회 등의 공통분모를 보려는 것이다. 다시 촛불집회로. '정당정치'를 살려야 한다는데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물론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이들이 있으나 내 경험 혹은 기억으로 그런 상상력은 대개 상상으로 그치고 말았다. 세상이 어디 그리 쉽게 바뀌는 것이던가. 소위 우리가 혁명이란 부르는 사건들도 대개 前史나 後史가 알려진 것보다 길다. 칼럼에서 정당정치의 복원, 활성화를 위해 제시한 내용은 좀 부실하다. 그 중에 이런 발언엔 좀 상상력이 발휘된 듯하다: "의원에 대한 예우를 서민 수준으로 낮추면서 금배지를 ‘근로봉사’의 상징으로 여기게 만들 수는 없는가? ... 지금처럼 사회 각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이 손가락질을 받아가면서도 개인과 가문의 영예를 위해 금배지 한 번 달아보겠다고 목숨 걸고 발버둥 치는 풍토가 계속되는 한 정치개혁은 영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정당개혁은 정당 내 개혁과 의회제도의 개혁으로 나눌 수 있겠지만 둘은 물론 연결되어 있다. 의원에 대한 예우를 낮추는 것,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의회의 기능을 축소하자는 얘기는 아닐 터이고 그렇담 의원이 갖는 특권을 제한하자는 것인가? 대개 의회기능 보장을 위해 갖는 권리들 아닌가? 그렇게 욕을 얻어먹으면서도 정치권 진입을 시도하는 이들은 도대체 어떤 보상을 기대하기 때문인가? 흠. 그런 연구가 있어야겠다. 사회과학자들의 연구는 그동안 너무 공식적이고 제도적인 측면에만 시각이 고정되었던 것 아닌가? 국회의원들의 보상메카니즘에 대한 미시적 연구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되려는 혹은 대통령을 배출하려는 정당, 아니 정치세력의 욕망은 너무도 잘 드러난다. '자리'아니던가... 전리품처럼 '공직' 나눠갖기. 그런 욕망을 조금도 감출 줄 모르는 이명박씨 덕에 우리가 더 분명하게 알게되었지만... 국회의원에 대한 예우, 특권이 많다지만 어떤 방식으로 그 자리에 대한 욕망을 자극하는지 좀 더 자세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 한국사회는 사회과학자들에게 천국이다. 연구할 거리가 여기 저기 널려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