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3일 화요일
oh my 언론 때리기 (2)
오늘도 낚였다. 인터넷이 언론의 중요한 매체로 등장하면서 그들의 낚시기술이 평균적으로 향상되긴 했지만, 그중에서 '다음미디어' 낚시 솜씨는 이제 물이 오를대로 올랐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오늘의 주요 뉴스' 스포츠란에 이런 제목이 떴다. "박지성 포르투갈서도 인기절정". 흠... 뜬금없이 포르투갈에서 인기절정이란... 그 동안 쌓인 내공으로 이런 기사는 이제 척 골라낼 줄 ...알지만 속는 셈치고 한 번 들어가 봤다. 아니나 다를까... 본기사 제목은 벌써 상당히 겸손해졌다: "박지성 포르투갈서도 인기. '나니와는 보완 관계'". '절정'이란 강한 수식어가 빠진 것. 내용을 보면 더 소심해진다. 본문을 보자: "'파워엔진' 박지성(27·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인기는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의 모국인 포르투갈에서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마찬가지로 포르투갈 출신인 맨유의 나니와는 보완관계라고 '포르투갈 기자들'이 본다고 소개했다 (기자'들'에 주의). 무슨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는 걸까? 도대체 그 기자들이 누구일까? "유로2008 개막을 앞두고 3일 포르투갈대표팀이 첫 공개 훈련을 가진 스위스 뉴샤텔의 말라디에르 스타디움"에 이런 특종감을 보도한 우리 스포츠 서울 기자도 있었던 모양이다. 기자의 취대 대상은 거기에 몰려든 "100여명의 포르투갈 취재진"... 중 "차가운 태도로 일관하는 포르투갈대표팀 통역관을 대신해 외신기자들에게 부지런히 통역을 해주던 한 포르투갈 기자"였다 (애개, 겨우 한 명...). "자신을 포르투갈 리스본 TSF라디오 소속의 다비드 카르발류 기자라고 소개"했다는데... 스포츠전문기자인지도 불분명한 것 같고... 더구나 그가 했다는 발언은 " 포르투갈에서 맨유 경기의 시청률이 높아 박지성의 인지도도 상당하다" 정도다. 아... 대단한 내공이다. 자칭 라디오방송 기자의 '상당한 인지도' 발언을 '인기 절정'으로 가공해 내는... 그런 내공의 소유자가 누구인가 봤더니 '뉴샤텔(스위스) 박태운 통신원'으로 되어있다. 혹시 부모님 따라 유럽여행 온 초딩이 정체를 숨기고 통신원 행세를 하는 것은 아닌지... 다음 같은 포탈사이트의 단점이라면 단점이 기사의 출처를 모른 채 제목만으로 클릭하게 된다는 것. 첫화면에 뜨는 화끈한 제목은 미디어 다음 '관계자'분들이 만들어 붙였을 가능성이 크다. 속고도 또 제목만 보고 클릭하는 사람들이 줄지 않으니 그 행태가 반복되겠지만, 관계자 여러분들 좀 챙피하지 않은가? 한 번 상상해보자. 사무실 컴 앞에서 '박지성 포르투갈서도 인기절정'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을 그 '관계자'... 혹은 기자, 혹은 통신원... 물론 그 덕분에 나도 이렇게 - 그것도 언론이라면 - 언론을 때리면서 노는 재미를 맛보니 아주 불평만할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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