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14일 토요일

의미론, 세계화

아래 게시물을 보니 '의미론' 개념이 매우 혼란스러워서 다시 한 번 정리해 보려고 한다. 또 기본적 정보들도 이 자리에 모아 놓는다. '의미론'으로 번역되는 'Semantik'은 원래 언어학의 한 분야를 일컫는 개념인데, 우선 이에 대한 한글 위키피디아의 설명을 옮겨 놓는다: "'의미론'이라는 용어는 서구에서 그리스어로 '의미하다' (σημαινω)는 단어에 바탕하여 만들어진 단어(영어: semantics, 프랑스어: sémantique, 독일어: Semantik)의 번역 용어이다. 처음 이 단어를 만든 이는 프랑스의 언어학자 미셸 브레알로 알려져 있다. 1897년에 Essai de sémantique 라는 책을 내면서 의미론(프랑스어: sémantique) 이라는 용어를 처음 고안해 냈다. 당시 브레알은 의미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차원에서 '의미론'이라는 용어를 만들었으며 소리를 연구하는 '음성학'에 대비되는 학문이라는 개념으로 이 용어를 사용하였다. 독일 태생의 논리학자 루돌프 카르납은 '의미론'을 표현과 그것이 의미하는 대상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파악하였으며, 의미론을 한편으로는 화용론, 즉 표현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 대비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통사론, 즉 표현들 자체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와 대비시켰다." 그 이후 언어학을 구분하는 방식은 좀 더 복잡해졌다. 그 중 언어가 낮은 단계의 소리에서 높은 단계의 뜻까지 위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관점에 따라 그 위계적 구조 속에서 어떠한 대상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가에 따라 구분할 때 의미론이 등장한다: "음성학은 음성의 물리적 성질에 대한 학문. 음운론은 화자가 말할 때 심리적으로 구분하는 소리(음운)에 대한 학문. 형태론은 단어의 내부 구조에 대한 학문. 통사론은 문장의 내부 구조에 대한 학문. 의미론은 단어의 의미와 단어의 조합에 따른 의미 변화에 대한 학문. 화용론은 대화에서 화자의 말이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대한 학문. 텍스트언어학은 언어 소통의 궁극적 단위인 텍스트에 대하여 다각도로 연구하는 학문." 짐작할 수 있다시피 언어학의 한 분야로서 '의미론'과 루만의 '의미론'은 그 사이가 멀어도 한참멀다. 하지만 Semantik은 학자들 가운데서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단어, 개념의 어원, 의미변화를 사회구조변화 속에서 추적하는 '개념사'에서 '의미론'이 사용된다 (Koselleck) (ex. '정치적 의미론' ). 루만은 자신의 의미론 개념을 Koselleck에서 빌어왔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우리말로 '의미론'이라고 번역하면 '론' 때문에 루만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달받는데 방해가 되는데,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긴 한다. 아래 게시물에서도 언급했듯이 의미론은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져다 쓸 수 있도록 저장된 개념, 주제, 아이디어, 이야기, 세계관 등 구조화된 의미내용를 의미한다 (kondensierte und wiederverwendbare Sinninhalte) .이는 사실 굉장히 폭이 넓은 개념이다, 상상력과 체계이론 기초지식이 필요한! 의미론은 커뮤니케이션의 내용을 결정하고, 의미론 없이는 어떤 커뮤니케이션도 불가능하다.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경우에도 의미론을 배제할 수 없는데, 그런 경우 루만은 오히려 scheme(frame), script 같은 개념들을 소개 혹은 도입한다. 루만은 의미론의 미식적 혹은 일상적 차원에는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른 경우 Kultur, Wissen, Gedaechtnis 같은 개념을 사용하기도 했다). 루만이 관심을 기울였던 의미론은 그가 'gepflegte' 'ernsthafte' 같은 형용사를 붙여서 표현했던 의미론이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잘 가꾼 의미론', '세련된 의미론' 정도가 될까.... (아, 루만을 잘 모르는 이가 이런 표현이 담고 있는 내용을 상상이나 해 볼 수 있을까?). 구두대화보다 좀 더 진지하고, 추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저장되고 전해내려오는 의미론. 그것은 각종 텍스트, 역사적 문헌들, 사회의 자기기술, 성찰이론 등을 가리킨다 (철학, 사회학이론, 생명윤리 등등). 의미론은 그 자체로 자가생산적 체계는 아니고 형태의 합일 뿐이다 (벗뜨...읽지는 않았지만 Willke의 최근 저작 'Symbolische Systeme'엔 - 아마 의미론도 거기에 포함될 - 상징들의 체계성을 밝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루만은 의미론 연구는 이런 세련된 의미론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4권으로 이루어진 '사회구조와 의미론'은 17, 18세기 사회구조의 변동과 여러 개념들의 의미론 변화의 관계를 추적하고 있다 (이 거시적, 역사적 연구의 테제는 의미론의 변화는 구조의 변화를 좇아간다는 것). 하지만 아주 미시적 차원에서 Operaiton/ Beobachtung 차원을 설명할 때 Beobachtung의 차원을 Semantik으로 보기도 한다 (Staeheli). 그 경우에 슈텔리는 observation이 operation을 '구성하면서 뒤좇아가는 관계'로 보자고 제안한다. Struktur/Semantik과 Operation/Beobachtung을 거의 호응관계로 보는 것이다. 루만이 의미론을 이런 식으로 이해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체계의 자기기술, 성찰이론 같은 경우에도 루만은 이것도 의미론의 일부라는 점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 (적어도 난 보지 못했다). 루만은 이 의미론 개념을 늦게 잡아도 1980년 초에는 도입하는데, 루만답지 않게 일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 Operation/ Beobachtung 구분을 기초로 표현하자면, 수학적 세계에 가까운 사회의 Operation 차원은 깔끔하게 잘 정리했는데, 이 Beobachtung 차원에 대해서는 매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사실 이 복잡한 사회현실은 그런 방식의 이론화를 피할 수 없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다. 의미론적 세계가 그만큼 복잡한 것, 사회구조에 비해서.
세계사회, 세계의미론으로 가 보자. 세계사회는 구조적 차원, 의미론적 차원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세계사회는 구조적 차원에서 독특한 구조를 보여준다 [Eigenstruktur (Stichweh)]: 기능적 분화, 세계적 사건, epistemic communities 등등 (Stichweh). 의미론적 차원은 어떤가? 세계사회론의 대가 Stichweh도 특별히 이 주제에 언급한 것 같진 않다 [이번 Semantik-Tagung에서 맛뵈기로 쬐금 소개하긴 했다. Vortrag 제목: Selbstbeschreibung der Weltgesellschaft]. 체계차원에서 의미의 내용 측면을 다룰 때 루만은 의미론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대신 자기관찰, 자기기술, 성찰이론 등 개념을 도입힌다. 기능체계의 경우 구조적으로 세계체계이기 때문에, 기능체계의 자기기술, 성찰이론은 - also, Semantik - 은 자연스럽게 세계의미론인 것인가? 세계의미론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또 있을까? 민족주의, 근본주의는 어떠한가? 근본주의는 종교체계의 의미론인가? 이런 경우를 위해 'Einheitssemantik'이라는 표현을 도입하기는 했다 (ex. P. Fuchs). Einheitssemantik의 'Einheit'엔기능체계도 포함하는 것인가? (Why not?)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다.
의미론의 세계화란 표현을 쓸 수 있을까? 그렇지 특정 의미론이 지구적으로 확산되어 쓰인다면 그것을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의미론의 확산이다. 어디에서 시작되었던지 확산되면 그것은 세계화다. 체계이론이 구조적 차원에서는 '세계화' 개념이 좀 걸끄러워서 조직, 상호작용의 차원에 사용한다고 했는데, 어짜피 체계 경계설정에서 자유로운 의미론의 차원에선 세계화, 지역화, 별 부담없이 쓸 수 있을 것 같다.
구조가 세계화되면 의미론도 세계화되는가? 다시 말하지만 이론적으로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 의미론은 구조에 종속되는 게 아니라 독립적 진화궤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 논문은 어쩌면 이런 이론적 논의에 기여할 수 있는 사례연구가 아닐지...
과학, 의학의 세계화 (조직, 상호작용)에 따른 의미론의 따라잡기 (bioethics). 그 의미론은 다른 기능체계(조직, 상호작용)에서 '사랑받는' 의미론과 충돌. 내 경우 민족주의라는 Einheitssemant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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