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의미에서 오늘 확인한 한겨레 21 기사가 반가우면서도 아쉽다.
<한겨레21>이 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소장 박길성 사회학과 교수) 갈등연구센터와 함께 "촛불집회에 참여한 중고생 333명(중학생 33.8%, 고등학생 66.2%)을 대상으로" "최초의 체계적 면접조사를 벌였다"고 한다."진행한 설문조사는 6월1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실시됐다. 이번 조사연구의 책임을 맡은 김철규 갈등연구센터장(사회학과 교수)은 '촛불집회를 촉발한 10대 참여자의 특성과 의식에 대한 객관적인 측면들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촛불 소녀(여학생 70.6%)와 소년(남학생 29.4%)에게 43개 항목에 걸쳐 물었다. 그대는 왜 촛불을 켜셨나요? " 음.... 광장에 앉아 있는 333명의 중고생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구나. 답변을 보니까 설문문항은 5점 척도로 구성했고... 허나 처음에 반가운 마음으로 기사를 읽기 시작하다 서서히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설문결과가 별로 궁금하지 않은 것이다. 왜 그랬을까? 내가 원칙적으로 양적 조사, 통계학적 분석을 불신하는 건 아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의견, 태도를 묻는 설문조사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이다. 물론 대통령 후보로 누굴 지지하는지 정도는 물을 수 있다. 또 참석자들에 대한 기본적 사실을 양적으로 조사하는 건 그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자신들도 잘 모르고 있을 촛불 집회 참석 동기같은 걸 물어서 나온 결과가 과연 얼마나 의미있는 지식을 제공해 줄까? 본문 인용: "먼저 이들은 무엇 때문에 촛불을 들게 되었나. ‘처음 촛불집회에 나오게 된 가장 중요한 계기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6.1%가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분노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광우병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라고 응답한 비율(14.0%)을 훨씬 상회했다." 이것도 분명히 제시된 답변 중 선택하는 방식으로 설문한 결과일텐데, 항목이 제시되지 않았다. 인간은 한 가지 분명한 동기를 가지고 행동하는 그런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대개 정부 정책에 대한 부노, 광우병에 대한 두려움, 친구가 가니까, 그냥, 놀러, 심심해서, 뭐 하나 궁금해서, 대략 이런 여러 생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그 중에서 그래도 어떤 게 가장 중요한 동기였는지를 끄집어 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런 설문에 대고 "그냥 왔어요"라고 대답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설문과정도 하나의 상호작용인데 특히 한국사람들은 설문자가 기대하는 대답을 하려고 한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 아닌가. 재미있는 결과, "참석자 중 56.1% 촛불 든 후 61% 자기 만족도 높아져” 하하. 재미있지 않은가? '자기 만족도'라? ... 다시, 정리하자. 이런 설문조사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 21이 주관 혹은 참여한 건 벌써 문제의 소지가 있다. 또 설문항목 구성에 좀 아쉬움이 있고, 이런 복합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차라리 포커스그룹인터뷰를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또 이번 사건처럼 이슈변화나 참여자 구성이 역동적으로 변하는 경우엔 몇 번에 걸쳐서 조사를 했을 때 훨씬 더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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