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25일 수요일

덜 착한 시위를 기대하며...

촛불 시위 원인, 대안, 효과 등에 대한 여러 해석, 견해가 드러나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활발해야 할 것이다. 학자들도 칼럼만 쓸 게 아니라 연구해서 논문을 내야 할 것이다. 오늘 본 하승우 한양대 연구교수라는 분 인터뷰도 나름 신선한 시각을 담고 있다. 읽으면서 얻은 '영감'으로 나도 지금 이 글을 쓰고 것이고... (프레시안 기사). 먼저 기사 일부 인용: "모두가 촛불집회의 '새로움'에 주목했지만 하승우 한양대 연구교수는 촛불집회의 '연속성'을 얘기한다. '촛불소녀들과 유모차 부대가 촛불집회를 통해 거리로 나온 게 아니다. 학교(어린이집) 급식 문제나 두발자유화, 아르바이트생 착취 등 문제와 관련해 이미 그들은 저항의 주체였다'는 것이다. 다만 '국가적 의제는 성인 남성들의 몫'이라는 기존의 '남성 정치'의 시각으로 봤기 때문에 여성과 청소년이 처음 눈에 보였을 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관점이 잘못된 것 아닐까. 왜 자꾸 누군가를 대신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성인이 청소년을 대신하고, 남성이 여성을 대신하고, 정당이 대중을 대신하고." "학생들은 학교, 노동자들은 공장, 여성들은 가정, 각자의 공간에서 싸울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주는 게 정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공간으로 들어가서 싸우는 게 정말 어려운 문제고 누군가 지원해줘야 하는 문제다. 이번 촛불집회 때문에 그럴 가능성도 있는데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싸우다 잘린다. 이럴 경우 정말 정당과 시민단체의 그러면 정말 정당과 단체의 힘이 필요하다. 제도정치로 흡수하려는 게 아니라 일상적인 공간에서 풀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구구절절 - 대부분 - 맞는 "말씀"이다. 이런 발상은 내가 보기엔 최장집 교수의 "그래도, 제도화된 정당으로 돌아가야-론"보다 한 걸음 나간 것 같다. 참, 갈 길이 멀고 멀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루만의 처방처럼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알아서 작동하고, 결정할 수 있는 단위들로 자꾸 분화되는 게 맞다. 물론 그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 적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생태문제, 탈통합 혹은 배제, 여러 유형의 위험처리, 무책임 등등. 그렇다고 특정한 체계나 조직, 세력이 다른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 조정하려드는 건, 참 시대착오적라고 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 촛불시위의 핵심은 사실 그런 시대착오적 개입, 조정에 대한 거부의 몸부림 아닌가? (그런 면에서 하교수의 분석도 왠지 초점을 겨냥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도대체 2MB 세력들의 머리 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 있을까? 진짜, 밥은 먹고다니는지 묻고 싶다.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는지? 그런데 우익이나 검찰, 조중동 찌라시들이 하는 '짓'을 보면 그'것'들이 아주 근거없이 나대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 세력'들의 뿌리가 그렇게 깊이 뻗어 있는 것이다. 민주화 후 20년으로도 씻어내지 못한 그런 '몰상식'의 세력들.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하교수가 내린 처방은 신선하긴 한데 어째 유토피아 쪽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뭐,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한 때라고 하니... 그런 김에 나도 한 번 '상상력'을 발휘해 보련다. 무슨 '주의'로 스스로를 얽어매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정치이데올로기 중 내가 지향하는 바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게 자유주의라고 생각한다. FDP 처럼 배부른 자들의 정치클럽 같은 느낌을 풍기는 자유주의자들 집단도 있지만, 아직 상식이 통하는 사회까지 갈 길이 멀수록 자유주의는 '보수화된 진보'보다 차라리 더 진보적일 때가 많다. 그런 자유주의는 어쩌면 자율주의, 아나키즘 쪽에 더 가까운 것은 아닌지... (더 이상 묻지 마시라, 사실 이 쪽 공부 많이 하지 않았다). 어쨌든 한국 사회가 당분간은 2MB 세력처럼 시대착오적 발상을 하는 무리들을 몰아내고 상식, 기본이 통하도록 하는 일에 집중해야겠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은 하교수 지적처럼 좀 다양한 견해들이 일상 공간, 공적, 사적 여러 공간에서 드러나고 그것을 잘 조정해나가는 것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난 촛불시위가 더 과격해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파리나 LA에서처럼 폭동을 일으키라는 게 아니라, 좀 더 '덜 착한' 주장도 할 수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따옴표에 유의할 것!). 하교수의 상상력은 '고작' "학교(어린이집) 급식 문제나 두발자유화, 아르바이트생 착취 등 문제" 였지만, 예를 들어 이런 건 어떤가, 병역의무철폐, 대학공립화 혹은 평준화, 性적 자기 결정의 자유, 존대말 폐지 같은... 허나 현실 속은 청소년, 청년들은 집회 끝나고나서도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도록 '사육되고' 있다. 너무도 착한 우리 젊은이들... 이번 미쇠고기 협상 건은 비록 일부 박해를 받더라도 뚜렷한 명분도 있고 사실 더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착한' 이슈에 속한다. 좀 '덜 착한' '미시적' 주장을 더 많이 듣게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머잖아서 요즘의 이 '착한' 시위의 시대를 그리워할 날이 닥칠지도... Wer weiss... 상상력이 필요하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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