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6일 월요일

1755년 리스본 대지진

로쟈 블로그에서 1755년 리스본 대지진을 다룬 책 '운명의 날'(니콜라스 시라디, 2009) 출간 소식을 접했다. 원제는 "The Last Day: Wrath, Ruin, and Reason in the Great Lisbon Earthquake of 1755" (Nicholas Shrady)이고 지난 해 4월에 출간되었다. '해리포터'도 아닌 이런 인문학 분야 책도 1년 만에 한글어 번역이 나온다니... 그동안 조국에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이 정도로 높았졌다고 생각하며 좋아해야 할까? 그러기엔 뭔가 석연찮다는 느낌을 '자아내는' 드는 그런 '시츄에이션' 아닌가? 어쨌든 1755년에 리스본 대지진에 대해서 쓴 책, 그 책 소개 기사를 갈무리 해두는 데엔 나름 이유가 있다. 며칠 전에 우연히 읽었던 루만 논문에 이 지진이 언급되었던 것.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데 대략 '리스본 이후 세계는 더 이상 그 이전과 같을 수 없었다'류의 내용이었던 듯. 책(기사)에서는 "리스본 대지진이 유럽의 근대화를 꽃피운 사건"이었다고 얘기한다. "리스본 대지진 이후 볼테르, 칸트, 루소 등 유럽 당대의 지식인들이 신의 섭리로 세상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는 낙관주의를 버리게 됐고 자애로운 신이 세상과 인간을 주관한다는 생각에 의문을 품게 됐다고 설명한다." 로쟈에 따르면 지그문트 바우만도 <유동하는 공포>(산책자, 2009)에서 이 사건을 언급한다고 한다. 이네들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는 사건들을 '교양' 혹은 '상식'이라고 챙기는 건 이젠 청산해야 할 구습으로 치부되는 형편이지만, 이네들이 얘기하는 얘기 맥락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은 갈수록 더 중요해지지 않는가.

연합뉴스(09. 07. 05) 유럽을 뒤흔든 1755년 리스본 대지진

1755년 11월1일 오전 9시30분. 기독교 축일인 만성절을 맞아 포르투갈 리스본의 성당들은 경건하게 기도하는 신자들로 빼곡하게 들어찼다. 예배가 시작된 직후, 진동이 리스본 전체를 강타했다. 이어 지진과 해일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유럽에서 가장 화려한 국제도시 리스본은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당시 리스본 인구는 25만명. 그 중 10%인 2만5천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소식을 기사와 판화로 접한 유럽 사람들은 집단적인 공포와 혼란에 빠졌다. 괴테는 리스본 지진이 불러일으킨 반향에 대해 "그 어떤 악령도 이만큼 신속하고 강력하게 세상을 공포에 빠뜨리진 못할 것이다"라고 썼다.

건축비평가이자 역사 칼럼니스트인 최근 번역 출간된 '운명의 날'(에코의서재 펴냄)에서 1755년 리스본 대지진이 유럽의 근대화를 꽃피운 사건이었다고 말한다. 단순한 재앙이 아니라 하나의 혁명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리스본 대지진 이후 볼테르, 칸트, 루소 등 유럽 당대의 지식인들이 신의 섭리로 세상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는 낙관주의를 버리게 됐고 자애로운 신이 세상과 인간을 주관한다는 생각에 의문을 품게 됐다고 설명한다.

"도대체 하느님의 신성한 계획 어디에 이런 재앙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자비로운 하느님이 수천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폐허에 깔려 죽게 하고 성난 파도와 화마의 불길로 죽게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신앙의 도시로 유명한 리스본에 왜 그런 재앙을 내리셨을까?"

저자는 리스본 대지진의 영향은 유럽의 사상계에만 미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포르투갈 총리 폼발 후작의 지휘 아래 근대적 재난 피해조사가 실시됐고 근대적인 도시계획으로 신도시가 만들어졌다. 전 유럽 시민들의 관심을 모은 이 사건은 국제적 재난 구호 원조의 시발점이자 유럽 국가들이 사회제도와 도시를 재정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저자는 리스본 대지진이 뿌리깊은 종교적 통념의 권위를 뒤흔들었으며 계몽주의 사상의 낙관주의에도 타격을 입혔다면서 자연재해를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징벌로 해석하는 견해가 아직 남아있다고 경계한다. "리스본 지진이 오늘날 우리가 겪는 재앙에 어떤 교훈을 줄 수 있다면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신의 섭리고(sic, -> 도?), 형이상학도, 살아계신 하느님의 분노도 아닌 바로 우리 인간이라는 것이다."(김윤구기자)

09. 07. 05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