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길 들은 기억이 난다. 아무리 공부를 오래 했어도 한국에 돌아가서 조금만 지나면 밑천이 금새 떨어지고 바닥을 보인다고. 그래서 귀국 뒤 몇 년이 지나면 자료조사, 재충전차 한 번씩 나오고... 그런 상황을 학문수입국, 학문식민지의 비애로 연결시키기도 하면서...
벌써부터 그런 걱정을 한대서야 나름 오랜 시간 '내공'을 쌓았다는 기대를 은연 중에 받게 될 나로선 좀 민망한 일이긴 하지만, 그렇게 얘기해야 할 상황을 상상해 볼 수는 하다. 다른 경험을 통해서...
내 속에 들어가서 차곡 차곡 쌓여있는 지식, 생각의 단편들이 고구마 줄기 처럼 엮여서 나올 때가 있다. 그런 겨우 대개 대화 상대가 기여한 바가 크다. 나도 모르게 어떤 말들이 정리가 되어서 나올 때면 '도를 깨우치는' 그런 상태 언저리에 있는 듯한 느낌까지 얻기도 하고...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것마저 '레파토리'가 된 것 같다. 오늘도 사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결국 그 레파토리를 풀어야 했는데 입술만 바짝타고 별 감동이 없었다. 오히려 좀 더 많이 들었다면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든다. 어쨌든 그 상황을 정리하다가 앞에서 언급한 공부 밑천이 떨어져서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투덜거리게 되는 그런 상황을 떠올린 것이다.
그런 모습은 이른 바 '어른'들이 전형적으로 보이지 않는가? '어른증후군'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싶다. '어른'이 되면 누구나 나름 세상을 이해하는 틀, 세계관, 철학을 가지게 되는데, 그런 얘기는 한 번 들으면 '좋은 말씀'이지만 몇 번 반복되면 '잔소리'에 가까워지고, 상대의 의식세계로 침투하지 못한다. 워낙 그런 상황을 부정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탓에 내게서 그런 '어른증후군'의 일면을 발견할 때면 신기하기조차 하다. 흠. 아무리 애써봐야 인간은 다 고만고만한가?
허나 지금도 계속 '투입'하고 있고, 그때 그때 드는 생각을 메모도 하고 이곳에 풀기도 하니 곧 새로운 레파토리가 생기지 않겠는가.'학문' 레파토리도 마찬가지일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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