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아랍 국가다? 가장 대표적인 오해다. 아랍이라고 하면 이집트,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중동 22개국을 뜻하는 말이다. 아랍어를 쓰며 서로를 ‘형제 국가’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란은 아랍이 아니다. 아랍 국가와 민족·언어·역사가 다르다. 이란인은 ‘파르시’라고 해서 아랍어와 전혀 다른 언어를 쓴다. 외모도 차이가 난다. 역사도 달라 이란은 스스로를 페르시아의 후예라고 믿는다.
이란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 위는 이란에 사는 유태인들이 유월절을 기념하는 장면.
이란은 유대교를 탄압한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적대적이라는 이유로 이란 모슬렘 사회가 유태인이나 유대교를 탄압할 것이라 생각했다면 잘못이다. 이란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유대교도 마찬가지다. 현재 이란에는 유태인이 5만명가량 사는 것으로 추산되고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곳곳에 유태인 사원이 있다. 유태인들은 전통에 따라 유대교 예배를 본다. 유태인 국회의원도 있다.
이란계 유태인들은 스스로가 이스라엘 국가보다 더 오랜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데, 이란계 유태인의 역사는 구약성서에 나와 있다. 올해 초 이들은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을 비판했다.
이란은 최악의 독재국가다? 최근 민주화 시위를 강제 진압하는 모습을 보면 이란은 분명 훌륭한 민주주의 국가는 아니다. 하지만 주변 중동 국가와 비교해보면 이란은 이 지역에서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 제도를 가진 나라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여성을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했고, 이번 대선 캠페인 때에도 후보들은 자유롭게 정부를 비판했다.."
이란은 핵무기 때문에 북한과 더불어 미국에게 찍힌 나라다(맞나?). 그러니 너무도 미국 편향적인 한국 대중매체에선 더더욱 이란 우호적 뉴스를 접할 기회가 적을 것이다. "아랍에는 왕정 국가가 많은데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왕과 왕자들이 석유로 얻은 부를 독식하며 권력을 세습한다. 하지만 백악관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민주화를 요구했다는 말을 듣기는 힘들다" '민주주의', '자유'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설 것처럼 얘기하는 이들의 말과 실제 정책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있음이 '뽀록'난지오래 되어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ps) 왠지 시사IN 기사에서 이란이 내 상식/지식에 비추어 볼 때 너무 긍정적으로 묘사되어서 찜찜하던 차에 프레시안 기사를 만났다. 새로 번역되어 나온 책 <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아자르 나피지 지음, 한숲) 소개 기사 (여기). 일부를 인용한다.
1979년 이란의 민족주의자들과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서구적 근대화를 추구했던 팔라비 왕조를 축출했다. 호메니이 옹은 최고 정치 지도자로서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한 신정(神政)국가 건설을 이상으로 삼고 이란을 통치하기 시작한다. 팔라비 왕조 시대가 받아들였던 서구의 가치들을 일소하였고 어지러운 정치 상황에서 그때그때의 명분에 따라 이합집산을 반복했던 정치적 반대파들은 잔혹하게 숙청하였다.
호메니이 옹의 정치 기조에 반대했던 많은 이들이 끌려가 고문당하고 공개 처형되거나 암살되어 길거리에 버려졌다. 이슬람 원리주의에 어긋난다고 판단되는 모든 것들은 금지된다. 서방의 노래나 영화를 듣거나 보아서도 안 되고 팔라비 왕조 시대에 비교적 큰 자유를 누렸던 여성들은 주어졌던 자유를 빼앗긴다. 팔라비 왕조에서 장관직을 맡았던 한 여성은 길거리에서 돌을 맞고 칼에 찔리고 총에 맞아 살해되었다.

앞 기사에선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여성을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했고, 이번 대선 캠페인 때에도 후보들은 자유롭게 정부를 비판했다"라고 했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언젠가 본 이란혁명기 전후를 다룬 흑백애니메이션 "Persepolisi"(2007)의 시선은 '아자르 나피지'에 훨씬 가까웠다.
내친 김에 이란 현대사에 대해서 좀 더 찾아 보았다 (여기). 그랬더니 (현재) 결론은... 팔레비왕조(1926∼79)나 이슬람 혁명 이후 공화국이나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그래도 공화국 시절이 낫지 않나 하는...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페르세폴리스'의 경우 소년의 시선이라서 그런지 이슬람 혁명 이후가 더 부정적으로 그려진다 (가족사로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공산주의자인 마잔의 할아버지는 팔레비 왕조에 저항하다 감옥에 갇혀 그곳에서 죽었다. 마잔의 삼촌 역시 9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다가 이란 혁명 이후 풀려난다." 허나 그 삼촌도 결국 호메이니 치하에서 처형당하니까...). 어쨌든 마잔을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보낼 정도로 '있는 집'이긴 하다.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것은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만, 아카데미상 후보로 올랐다는 사실로 좀 더 분명해졌다.^^ 물론 영화는 역사도 정치도 아니다. '페르세폴리스'는 매우 잘 만든 영화, 애니메이션의 미적 성취를 한 단계 높인 영화라는 점은 너무도 분명하다. 자전적 내용이고, 초점을 개인에 맞추면 감상하고 감동받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이란 현대사에 대해 극명하게 엇갈린 시선 속에서 바로 그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를 영화로만 보기가 쉽지 않다.
독재가 또 다른 독재를, 전쟁이 또 다른 전쟁을 낳는 그런 악순환이 중동 현대사에선 너무도 자주 관찰된다. 이란, 이라크, 아프카니스탄... 대한민국이 이룬 성취는 2mb 정권이 더 극명하게 보여준다. 너무 안이한 평가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누가 정권을 잡든 군사 쿠테타가 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불과 30년 전인 1979년에 '12.12.'가 있었음을 생각하면, 엄청난 진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mb 정부 들어서 퇴행적인 모습이 자주 관찰되고 심지어 우파파시즘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있지만, 그래도 30년 전, 혹은 그 이전 상태로 역사를 거꾸로 돌리진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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