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도 겨우 10건을 넘기는구나... 쓸 거리가 없진 않으나 하나 같이 다 무거워서... 어느 새 무겁고 가벼운 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 것인지... '소수'의 독자층을 의식한 탓인지.. 흠... 그나마 좀 가벼운 얘기거리가 마침 오늘 생겨서 10을 넘길 수 있게 되었다. Thanks to Niklas...
오늘부로 이사 나간 옆 방 친구의 친구로 사회학 BA 과정에 있던 슬로바키아 출신 남학생이 있었다. 동구권 특유의 남성다움 과시인지 매우 호기롭게 행동하려고 애쓰는 것 같은... 가끔씩 만날 일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인사가 끝나고선 대뜸 묻는 말이 "논문 몇 장이나 썼니?". 허 참. 물론 그 친구 나름 나에 대한 관심을 그런 방식으로 표현했으라 생각했지만 만날 때마다 그러니 참 곤혹스러웠다. 나중에 그런 질문을 받을 때 내가 얼마나 당혹스러운지 알아달라는 메세지를 간접적으로 전한 바가 있다. 오늘은 바로 그 친구 입장에 내가 처하게 되었다. 자주 볼 일 없고 한 다리 건너서 알고 지내는 독일 역사학도. 나처럼 박사학위논문을 쓰는 일에 苦戰을 하고 있는 터라 同病相憐의 정을 느끼던 사이인데, 오늘 그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내 첫 말이 'Wie geht's dir?" 그 친구 답이 가관이다. "넌 만날 때마다 '어떻게 지내니'라고 묻더라..." 내 참, 황당해서. 그래서 부연 설명해줬지. "너도 알잖아. 그냥 아무 뜻없이 하는 인사 같은 거잖아..." 그 친구 매우 예민한 성격이란 걸 잘 알고 있지만 이 정도 일 줄이야. 나중에 하는 말이, 자긴 요즘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그런 질문을 받으면 불평할 수 밖에 없고, 어쩌고... 내가 느낀 당혹감을 얘기했을 때 그 슬로바키아 친구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가졌을까?
사회학 중 'Ethnomethodology' 분야 연구자들이 했다는 '실험' 얘기를 사회학 교과서를 통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How are you?"라고 물을 때 정색을 하고 되묻는 실험. '도대체 내 무엇이 궁금한 거니? 내 건강상태? 재정상태? 학업상황? 가족관계? 등등' 우리 표현은 대개 - 처음부터 - 여러 의미를 담고 있거나,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그 중 어떤 해석을 취하느냐는 '대개' 약속되어서 그냥 큰 문제없이 일상생활하며 살아간다. 그게 깨지는 경우는, 앞서서 얘기한 실험상황이나 오늘 그 독일친구와의 만남. 그 밖에 다른 경우가 있다면 '유머'가 아닐까 생각한다. 썰렁한 유머 (빌레펠트 '냉장고 학파' 고수들이 자주 쓰는...)는 대개 어떤 표현에 대해서 약속된 이해를 거부함으로서 어이없는 반응을 불러 일으킨다. 최근 들었던 경우로는... 다른 도시로 이사 갔다가 잠시 방문한 일인의 경우... 며칠 동안 머물러 있으면 사람들이 묻는다. '안 가세요?'라고. 물론 그 도시로 돌아가지 않느냐는 의미로. 그에 대한 그 양반 대답인즉슨. '전 김간데요'. 과연 냉장고학파의 거두답다.
어쨌든 인사를 잘 해야 한다. 그 사람이 어떻게 내 인사를 이해할 지 고려해 가면서.. 이중우연성... 루만이 늘 강조하지만 우리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살아가는 것,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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