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5일 목요일

'한국사회'의 인식론적 전환

story telling, narrative 같은 표현은 사회과학 자료 분석 얘기하면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들인데 한국 언론에서 자주 접한다. 특히, '마케팅'과 관련해서...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한국의 궁궐 담장이 왜 낮은지, 그 이유를 엮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면 그냥 담장도 멋진 관광자원이 된다거나, 일본엔 무척이나 비싼 전통주들이 있는데 술만 파는 게 아니라 술에 얽힌 이야기 - 얼마나 오래된 술도가라던지... - 를 함께 팔기 때문이다, 그런게 우리 막걸리엔 없다... 등등.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와인' 을 즐기는 사람들은 와인을 매개로 해서 이야기 거리가 엮고 결국 그것을 함께 즐기는 것 아닌가? 독일 맥주도 그런 반열에 껴줄 수 있을 정도로 묵은 무언가를 가지고 있고.
어찌 보면 '여행'도 결국 이야기를 소비하는 것이다. 유명한, 아닌 유명하다는 곳은 대개 이야기거리가 있다. 때로는 과장되어서... 그러니 막상 가 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컨대, 로렐라이 언덕). 이국적이거나 압도적인 경치가 아닌 곳을 안내해야 하는 여행가이드는 그러니까 열심히 입을 놀려서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는 것이다. 비록 그 이야기를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이 없더라도, 적어도 그 순간 뭔가 이야기거리가 있는 곳을 다녀왔다는 안도감을 줄 수는 있는 것이다 (언제가 나도 잘 모르거나 심지어 가보지도 않은 독일 여행지 가이드를 했었야 했는데, 열심히 얘기거리 외우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미술'감상도 이런 식이다. 변기 하나를 가져다 놓고서 작품이라고 우기는데 (뒤샹), 그걸 도대체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 미술, 특히 현대 미술은 결국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이야기를 소비하는 거다.
이런 현대사회 맥락에서 '구성주의'적 인식론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 것 아닌가? 학문의 현실의 반영이고, 학문은 또 현실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장기한 한국을 떠나 있었던 내 눈엔 '한국사회의 인식론적 전환'이 너무도 분명하게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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