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上京한 이후, 내가 좋아해서 오랫동안 휴대용컴 배경화면으로 띄워놓기까지 했던 뉴욕 중심가 정도로 화려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비교할' 정도는 되는 경치를 보여주는 잠실 오피스텔 15층에 살면서 새삼스럽게 발견한 점이지만 난 생각 이상 都會地 풍경 속에서 더 만족을 느끼는 족속의 일원이었다 (뉴욕 시간에 맞춰서 생활한다는 전설의 그 '된장남''된장녀'에 감히 비교할 바는 못되겠지만... ). 심지어 가끔씩 산책을 하는 집 앞 석촌호수와 그 주변 풍경의 '키치'성이 눈에 거슬려 정말이지 파리, 베를린, 뉴욕 정도엔 살아 '줘야' 만족할 것만 같은...
사실 내겐 좀 낯선 이런 생각을 하며 한 편으로는 짧지 않은 그 시간을 그 크지 않은 독일 도시에서 어떻게 '나름' 만족하면서 살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고, 다른 한 편 어쩌면 내가 새삼스럽게 발견한 이 '도회지성'을 끼워준 게 바로 그곳이었다는 생각도 했다. 한국의 풍경과 비교해서 생각하자면 빌레펠트만 하더라도 그 생활세계를 지배하는 미적인 감수성의 수준은 정말 높은 편이었으니까...
아니, 이게 반드시 되회지/비도회지 문제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게... 난 농촌(다운) 풍경을 볼 때나 최근에 걸었던 팔공산 파계사 가는 그 길 위에서도 속에서도 큰 만족감을 느끼는 편이다. 허나 파계사의 경우 보기 좋은 길을 걸어서 올라 가 보니 도무지 어떤 틀에 넣어서 이해해야 할 지 모를 국적, 역사 불명의 기괴한 콘크리트 새건물 앞에서 당혹감을 느꼈었다. 그런 경험을 염두에 둔다면, 내 미적 감수성은 아애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풍경 속에서나, 인간이 손이 닿았다면 자연의 시간, 인간의 역사 속에서 다듬어져서 익은 냄새를 풍기는 그런 환경 속에서 채워지는 모양이다.
나무 무늬를 가진 콘크리트 장식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배치된 인공 조명,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이 끊이질 않는 '분칠'한 것 같은 석촌호수보다, 시간의 길이와 무게가 느껴지는 도시 뒷골목 풍경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빌레펠트는 어쩌면 그만한 규모의 도시가 풍길 수 있는 절제되면서 조화로운 모습과 결코 짧지 않은 역사가 자연스럽게게 녹아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모범'도시라 해도 좋을 것이다.
서울이나 그 밖의 한구 도시의 경우 나이살은 많이 잡솼으나 끊임없는 성형수술과 분장, 치장으로 도무지 원숙미를 보여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 절정은 청계천이나 광화문 광장일 것이다 (아직 가 보지 못했다). 캬... 그 발상하며, 그 '안타까운' 미적 감수성이라니... 물론... 좋아지고는 있다.
그러면 나는? 세월에 맡겨두어 포기하던가, '눈'을 낮추던가, '다시' 이사를 가던가... 아니면 지금처럼 불평하면서 그것도 재미로 삼던가... 생각해 보니 선택의 폭이 의외로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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