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명윤리학자의 발표문을 읽다가 다음 구절에 눈이 갔다. "The Bioethics Movement in Japan around the beginning of 1980s can be understood as a 'Liberation Movement' from the dominant and paternalistic power of medical and techno-scientific professionalism."
일본은 올 해에 '비로소' 전후 첫 정권교체를 경험했고, 민주주의 역동성으로 따지자면 대개 한국보다 여러 급수 아래라고 평가한다/ 된다. 분단, 혁명(?), 독재, 민주화운동, 민주화, 여야 정권교체, 전직대통령의 자살 등 정치 관련해서라면 한국만큼 극적인 사건을 많이 경험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를 국가별로 조사, 비교해 본다면 한국은 분명히 최상위권에 있으리라.
시민권에는 여러 차원이 있고, 역사적으로 그 내용이 끊임없이 바뀌고 재규정되는데, '정치적 시민권'은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한국에선 지나치게 '정치적' 시민권에 집중하거나 - 정권/국민의 관계에서 - 그마저도 선거권 정도로 소극적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막상 정당이나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적다는 말씀. 한국 공중이 매우 정치적이란 얘기도 따져보면 사실 그 내용이 빈약하기 그지 없다. 그나마 덜 정치적인 쪽으로 가면 한국의 '시민권' 논의는 여전히 바닥이다. '생명윤리'의 경우 그 틀은 들어왔지만, 복제논쟁, 생명윤리법논쟁, 황우석논쟁에서 보여주듯이 여전히 그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위에서 언급한 논쟁은 오히려 대개 너무도 '정치적'으로 이해되어서 오히려 '의료적 시민권'이랄까, 그런 이해는 배제되었다. '민주주의 이후의 민주주의'도 그런 얘기 아닌가? '촛불시위'때 새로운가능성을 발견했건 처럼 호들갑을 떠들었고, 어떤 이는 마침내 '삶의 정치'(life politics)가 한국땅에 도래한양 감격하기도 했지만... 도대체 뭐가 남았는가? 한국인의 정치성 혹은 정치적 시민권에 대해서 아직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한국인은 자주 놀라고, 이웃을 잘 놀래킨다. IMF사태 도래에 놀랐다가 수년만에 쨉사게 '탈출'해서 놀랐고, '촛불시위에' 놀랐다가 그런 역동성이 잠복기에 들어가 흔적을 찾기도 힘든 현실에 다시 한 번 놀란다. 어쩌면 기존 정치이론, 민주주의이론, 시민권 논의, 사회이론 등을 모두 잊고서, 정말 '창의적인' 발상으로 한국을 뜯어볼 필요가 있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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