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과 '체계통합'을 구분해서 볼 때... 나는 체계통합에 훨씬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역시 난 인간 그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인간의 활동과 구분되는 사회의 작동(활동?)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인간 없이 사회 없고 사회 없이 인간이 없지만, 굳이 구분하자면 난 인간과 사회의 관계(사회통합)가 아닌 사회체계들 간의 관계(체계통합)에 대해서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체계통합이 반드시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것도 아니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 이 둘은 원칙적으로 다른 질서다. 사회통합과 체계통합의 분리는 근대의 성과이자 동시에 근대 위기 혹은 비극의 뿌리다. 이 둘에 생태적 통합을 더 해서 모두 세 가지 통합양태를 서로 조화시키는 것이 지금 인류가 잘 살기 위해서 다뤄야 할 과제다.
지난 주말 도서관에 갔다가 "삼국유사" "한국미술사 2"(유홍준, 삼국시대, 고려시대 편)을 훑어보았다. 도대체 한민족, 조선민족이라는 정체성은 어떤 방식으로 성립, 유지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남긴 조상과 지금 나와 어떤 연속성이 있을까? 발해, 신라, 고려는? 그나마 현재와 연속성을 꽤 갖는 조선, 특히 조선 후기 정도가 되어야 연속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일상적으로 남아있는 유교적 관습 정도? 그것도 제사 정도로 남아있을 뿐이긴 하다. 예를 부부유별을 강조해서 남편, 아내가 거하는 곳이 다른(사랑채, 안채) 조선 양반의 풍습이 남아 있나? 불교의 연속성은? 삼국, 고려 이후로 이어지는 어떤 특징이 있는가? 한반도 불교의? 현재의 시각으로 과거를 재단하는 건 본능에 가깝다. 익숙한, 가까운 시선으로 낯설고 먼 것을 보게 되는 것... 본능을 통해서만 설명될 수 없는 측면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성찰 능력, 특히 역사적 성찰 능력도 가지고 있다. 낯선 시각으로 익숙한 것을 재단할 수도 있는 능력... 그런 시각에서 볼 때... 지금 현 인류가 싸우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가까운 미래에도 벌써 우습게 여겨질 것이다. 예를 들어 인종, 민족, 성별 차이 등에 대한 수십년 전 견해가 지금 시각에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후진' 관점인 것처럼.... 지금 익숙하고, 상식적인 견해, 행동 중 수십 년 뒤에는 우스꽝스럽게 보일 것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미래를 현실에 과잉투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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