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의 백낙청은 오래 전에 '나는 왜 영문학을 하는가?' 하는 화두를 집어 들면서 '他山之石'과 '以夷制夷'라는 말을 쓴 바 있다. 일단은 쉬운 용어들이다. '타산지석'은 남의 일을 면밀히 살펴 나의 일을 성찰하는 것이고 '이이제이'는 오랑캐로써 다른 오랑캐의 화를 모면케 한다는 뜻인데, 백낙청은 이를 영문학 공부의 화두로 삼은 것이다. 여기서 영문학은, 외국 문학 혹은 더 확대하여 외국 학문으로 바꿔도 무방할 것이다. (...) 백낙청은 영문학(외국문학 혹은 외국학문)을 공부하는 것은 우리보다 좀더 일찍 근대의 문턱을 넘어서 서구가 어떤 역사적, 사회적, 인간적 문제를 겪었으며 또한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자 했는가를 알기 위하여(타산지석), 그리고 자본주의 종주국들 내부에서 비합리적이며 비인간적인 억압의 본질과 그것의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결실들을 이해하고 적극 지지하기 위하여(이이제이) 영문학을 공부하는 것이며, 따라서 영문학은 영어권 문학이 아니라 결국 우리 삶의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윤수라는 잡학가의 블로그에서 읽은 내용이다. 불문학자 김현도 비슷한 얘길했던 것 같고, 그런 입장에서 공부하고 글을 썼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아니, 어디 이들 뿐이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서구학문을 할 수 밖에 없는 비서구 출신들 고민의 색깔이야 비슷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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