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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당 진무경]
닭이 울어 잠에서 깨어나면 생각이 일게 되니 그 사이에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혹은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혹은 새로 깨달은 것을 모아 차례와 조리를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근본이 확립 되었으면 새벽에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머리 빗고 옷을 갖추어 입고 단정하게 앉아 몸을 가다듬는다. 마음을 끌어 모으되 밝게 떠오르는 햇살처럼 해야 한다. 몸을 업숙하고 가지런히 정돈하여 마음을 비우고 고요하게 한결 같아야 한다.
책을 펴서 성현을 대하게 되면 공자께서 자리에 계시고 안회와 증자가 앞뒤에 있을 것이다. 성현께서 말씀하신 것을 친절하게 귀담아 들어 제자들의 질문과 변론을 반복하고 참고하여 바르게 고쳐야 한다.
일이 생겨 대응할 경우에는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 밝은 천명은 빛나는 것이니 항상 눈을 거기에 두어야 한다. 일에 대응하고 나면 예전과 같이 마음을 고요히 하고 정신을 모아 사사로운 생각을 멈추게 해야 한다.
움직임과 고요함이 순환하는 것을 오직 마음만은 볼 수 있으므로 고요할 때 이 마음 잘 보존하고 움직일 때 관찰하여 마음이 둘 셋으로 나뉘어서는 아니 된다. 글을 읽다가 틈이 나면 간혹 휴식을 취하고 정신을 활짝 펴서 성정을 아름답게 길러야 한다.
날이 저물어 사람이 피곤해 지면 나쁜 기운이 들어오기 쉬우므로 몸과 마음을 잘 가다듬어 정신을 맑게 이끌어야 한다. 밤이 깊어 잠을 잘 때는 손발을 가지런하게 모아 아무 생각을 하지 말고 마음과 정신을 잠들게 해야 한다.
밤의 기운으로 마음과 정신을 잘 기르면 정이 다시 원으로 돌아 올 것이다. 이것을 항상 생각하고 마음에 두어 밤낮으로 부지런히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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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
우(右) 잠(箴)은 남당 진무경(陳茂卿)이 지어 스스로 경계한 것입니다. 금화 왕노재(王魯齋)가 일직이 태주의 상채(上蔡) 서원에서 교육을 맡았을 때, 오로지 이 잠만을 가르쳐, 배우는 사람들마다 모두 외고 익혀서 실행하게 하였습니다.
신이 지금 삼가 노재의 경재잠도를 본떠 이 도를 만들어 그의 도와 상대가 되게 하였습니다. 원래 경재잠에는 공부해야 할 영역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 영역에 따라 배열하여 도를 만들었습니다. 이 도에는 공부해야 할 때가 많이 적혀 있으므로, 그 때에 따라 배열하여 도를 만들었습니다.
무릇 도의 유행은 일상 생활 가운데서 이르지 않는 곳이 없으므로, 한 자리도 이가 없는 곳이 없으니, 어느 곳에서 공부를 그만 둘 수 있겠습니까? 잠깐 사이라도 정지되는 일이 없으므로 한 순간도 이가 없을 때가 없으니, 어느 때인들 공부를 그만두어서 되겠습니까?
그러므로 자사자(子思子)는 이르기를, "道란 잠시도 떠날 수 없는 것이다. 떠날 수 있다면 도가 아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보이지 않는 것에서도 삼가 조심하고, 들리지 않는 곳에서도 두려워한다"고 하였고, 또 "은밀한 곳보다 잘 드러나는 곳이 없고, 세미(細微)한 것보다 잘 나타나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그 홀로를 삼간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생활에 있어, 장소와 때를 막론하고 존양(存養)하고 성찰하여 그 공부를 힘쓰게 하는 법입니다. 과연 이와 같이 할 수 있으면, 어느 영역에서나 털끝만큼의 과오마저 없게 될 것이며, 어느 때나 순간의 끊임마저 없게 될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병진해야 합니다. 성인이 되는 요결, 그것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상의 다섯 도는 심성에 근원을 둔 것인데, 요점은 일상생활에 힘쓰고 경외의 태도를 높이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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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빌레펠트대학 LiLi도서관에 경북대에서 발간한 "퇴계학연구" 여러 권이 꽂혀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아마 기증했을 것이고 어느 한 사람 들춰나 봤을까 싶지만 어쨌든 재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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