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2일 금요일

한국 공영방송의 미래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최근호 창비주간논평에서 한국 공영방송을 이렇게 평가한다. 우선 그동안 "KBS와 MBC 그리고 EBS라는 우수 공영방송을 가진 데에 자긍심을 느꼈"다고 얘기하면서, "한국의 공영방송은 방송 품질 면에서 서구의 우수 사례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 창의력이나 건전성이 서구의 그것들에 크게 뒤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미약한 공적 재원 규모나 군부독재가 남긴 외상을 고려한다면 지난 20년간의 발전상은 사실 놀라울 정도이다. 한국의 공영방송은 1987년 민주항쟁 이후 역동적 사회변혁의 중심에 서서 문화적·정치적 진보에 일정부분 기여하며 서구 공영방송의 일반적 모델에 근접하는 길을 걸어왔다. 이는 일본의 공영방송 NHK가 정적인 일본 체제를 반영하는 데 그쳐 문화적, 정치적으로 모두 보수적이며 관료적인 색채를 띠어온 것과 대비되는 점이었다." 지속적으로 방송을 관찰할 수 있는 환경에 있진 않지만, '어둠의 경로'를 통해 접하게 되는 프로그램들을 일별해보면 난 강교수의 평가에 쉽게 동의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 본 것만 언급하자면... "EBS 다큐 프라임 상황심리프로젝트: 인간의 두 얼굴" 삼부작이었다. 그 제목은 각각 1.상황의 힘, 2. 사소한 것의 기적, 3. 평범한 영웅. 인간의 행동을 좌우하는 상황의 힘을 실제로 실시한 다양한 실험, 국내외 자료화면, 전문가들의 발언을 토대로 설득력있게 보여주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사실 전형적인 사회학적 주제임에도 - ethnomethodology 혹은 '사회'심리학 (not 사회'심리학') - 초대받은 사회학자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 심리학자, 교육학자들이 '우리도' 할 수 있는 얘기를 독점하고 있었다. 아니 사회학자가 참여했다면 더 재미있는 다큐가 되었을 것이다. 허나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 이 분야를 심도있게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는 사회학자는 - 내가 아는한 - 없다. 어쨌든 EBS에게 이 한 마디는 해 주고 싶다. Weiter so!
허나 현 시국은 공영방송에 불리하고 전개되고 있다. 강교수도 "이번 KBS 사장 해임사태를 보면서 그간 공영방송에 관심을 두고 공부해온 사람으로서 착잡한 마음이 든다"고 얘기한다. "정연주 사장의 해임사태는 한국에서 어렵게 건설해온 공공영역의 가능성을 일거에 없애버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권력이 쉽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것 자체가 공공영역이며 공영방송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상업방송의 난립상황에서 공영방송이 방송의 표준 향상을 위해 기여하는 기능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매우 불행한 일이다." 언젠가도 썼지만 난 이명박씨에게 빚을 진 게 있다. 내게 역사가 거꾸로 흐를 수도 있다는 귀중한 가르침을 내려주신 것이다. 또 덕분에 한국 현대사가 이뤄낸 성과가 그냥 마땅히 주어져야 할 것도 아니었고, 언제든지 뺏길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 내 어찌 고마워하지 않을소냐... 그들은 그 언저리에 있으면 그동안 직접 투자했던 '주주'들에게 전리금, 이익금 배당하는데 혈안이되어 최소한의 상식, 양식, 체면지키기를 포기한 집단이다. 자리챙겨주는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이제 본격적으로 계급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 같다. 아...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촛불시위도 그렇다. 촛불시위를 이해하고 이어나가기 위해 상상력이 필요하다던 그 많던 지식인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사건의 현장에서 함께 웃고 울고 분노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대중, 언론이 잦아들 때 덩달아 말 수가 적어지면 곤란하지 않은가? 무슨 새역사가 시작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그들은 모두 어디 갔는가? (아, 아애 사건의 시대사적 의의, 맥락을 좇아가지 못하는 부류는 당연 논외다). 최장집 욕하는 이들이 많은데, 내 관점에서 보면 그만한 인물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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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우울한, 아니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하는 뉴스를 또 접한다. 아... 정말이지...
"청와대가 22일 신임 KBS 사장 인선문제로 청와대 주요 인사들과 KBS 전현직 임원들이 만난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모임의 목적은 사장 인선 개입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저를 포함해 정정길 실장과 최시중 방통위원장, 유재천 KBS 이사장 등이 만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하면서도 “그러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KBS의 공영성 회복과 방만경영 해소라고 하는 과제에 대해 방송계 원로분들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자리”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경향신문> 이날치 신문에서 지난 17일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이동관 대변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유재천 KBS 이사장 등이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만나 KBS 신임 사장 인선과정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이번 신임 사장 공모에 응해 이사회에서 추린 5명의 후보에 포함된 김은구 전 KBS 이사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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