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9월 11일 목요일
주례사 분석
한겨레
21 최근호에 여성민우회와 함께 주례사 80건을 조사한 내용이 실렸다 ['사회의 과학화' 현상이라고 할만하다. 사회과학적 연구 방법을 언론, 시민단체들이 자연스럽게 가져다 쓴다. '지식사회화'라고 불러도 좋으리라]. 결론은 전혀 놀랍지 않다. 기사 제목만 읽어도충분할 정도로: "주례사, 조선시대 유림의 환생. 최근 사례 80건 여성민우회와 공동 조사… 성차별·가부장적 충효사상·하나 마나 한 뻔한 말들". 그렇다. 주례사가 무척이나 노골적이어서 단순한 내용분석만으로도 충분한 기사거리를 얻어낸 것 같다. 물론 같은 텍스트를 가지고서 사회학자들이 요리를 했다면 훨씬 더 재미있는 (누구에게?) 진술을 했겠지만... (정말?) 어찌되었거나 너무도 흔한 얘기는 사회학적 연구 소재로 잘 채택되지 않는다. 참고할만한 얘기. 루만이 쓴 사랑이야기(!) "Liebe als Passion"의 재료는 당대 통속 연애 소설이었다. 사회학자들은 주례사를 역사적으로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속에서 결혼, 연예, 남녀, 부모관계, 가족에 대한 한국인들의 견해의 변화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테니까. 물론 사회구조 -> 의미론, 강한 인과적 관계를 전제하는 건 아니지만, 주례사 같은 일상적 의미론 분석을 통해서 우리는 사회구조와 그 변화를 추적해 볼 수 있다. 아니 구조, 혹은 비담론은 의미론이나 담론을 통해서만 그 정체를 드러내니까 다른 접근방식을 상상하기 힘들다. 주례사는 심리체계의 산물이고, 심리체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작동하는지 언급할 필요조차 없지만, 그럼에도 주례사는 사회적 구성물이기도 하다. 아니 사회적 구성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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